2
부산메디클럽

[최예송의 내가 읽은 책] 함께 살아가고 부딪치는 사람, 그리고 공동체를 향해

어느 날, 변두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김효경 지음 /남해의봄날 /1만4400원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2-27 19:41:23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요즘처럼 바이러스가 세상을 뒤덮어 흉흉한 때에 함께 사는 삶을 이야기하려니 좀 머쓱하지만, 누군가와의 접촉이 두려워 모두가 홀로 방에 웅크리고 있는 이런 때야말로 따스한 정을 나누는 사람과, 함께 사는 공동체를 생각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느 날, 변두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는 도시와 아파트에서 살아가던 저자가 어떠한 계기로 시골 마을로 이사 가게 되면서 만나게 된 공동체에 대한 에세이다. 끝없이 지어지는 신도시에서 조금 더 넓은 평수의 아파트를 찾아 옮겨 다니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도시의 삶. 그런 신도시 틈에서 아직 개발되지 않았던 그 시골 마을은 도시로 출퇴근 할 수 있는 거리, 같은 값에 아파트보다 큰 평수의 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 수 있는 곳이었다.

치열한 도시의 삶을 뒤로하고 육아와 스스로의 휴식을 위해 가파른 땅에 눈발을 헤치고 덜덜 떨어가며 이사한 주택의 삶은 사실, 그리 대단한 생활은 아니었다. 햇볕 아래에서 땀을 흘려가며 정원을 가꾸고, 옆집 사람을 부르기 위해 초인종을 누르기보다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르는, 가진 것들을 계산 없이 나누며 서로서로 돌보는 생활. 사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우리에게 당연했던 삶의 모양들이었다.

우울증이 감기처럼 흔한 도시에서 빠져나와 변두리 마을에서의 삶을 시작한 저자는 어떤 병도 낫게 할 수 있는 약이 ‘사람’과 유대감으로 뭉친 공동체라고 말한다. 사람과 사람들이 함께 서로를 의지하고 살아가게 된다면, 그곳이 어디든 우리는 덜 아프고 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갈 수 있다고.

갓 이사와 정원과 텃밭을 정돈하고 가꾸는 이에게 옆집 할아버지는 불쑥 찾아와 열무씨를 건넨다. 씨앗은 심자마자 쉽게 열매를 내어준다. 품을 들이지 않았는데도. 치열하게 살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았던 각박한 세상이 실은 “구멍을 뚫고, 씨를 심고, 물만 주어도 열무 열 뿌리가 되어 든든하게 배를 채워주는 세상”이라는 것.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안 되는 일에 애쓰지 말고 살자는 다짐이 이상하게 커다란 위로로 다가온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일거수일투족이 긴급문자로 날아오고 확진자의 숫자가 끝없이 올라가는 이 순간에도 나는 인류의 미래가 유토피아이기를 꿈꾼다. 접촉자가 되지 않기 위해 악수조차 하지 못하는 요즘 같은 때에도 함께 살아가고 살을 부딪치며 살아가는 삶에 대해 생각한다. 결국은 어떤 삶터에서 생활하든 타인에 대한 마음이 어떤 방향으로 향해있는지가 어느새 사라진 공동체성을 되찾는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일 것이다.

매거진 ‘다리 너머 영도’ 편집팀장·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 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3. 3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4. 4“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5. 5‘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6. 6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7. 7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8. 8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9. 9[근교산&그너머] <1480> 창원 무학산 둘레길 2코스
  10. 10전재수 전 보좌진 4명 ‘증거인멸’ 유죄(종합)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3. 3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4. 4‘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5. 5이 대통령 "전작권 환수로 자주국방 마침표"
  6. 6李대통령 지지율 직전과 같은 43%…민주 35%·국힘 25%
  7. 7靑 정책실장에 하준경 수석, 지방시대위원장에 박정현
  8. 8여야 “軍, 북한에 강력 대응” 촉구
  9. 9李 "중수청장 후보자 친윤 주장은 허위, "맛집 찾아갔더니 부실" 받아친 추미애(종합 2보)
  10. 10이 대통령 "김지용 후보자, 검사 출신 이유로 배제하면 중수청 망쳐"
  1. 1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2. 2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3. 3“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4. 4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5. 5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6. 6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7. 7“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8. 8해운 대기업 부산 이전 효과 내려면…“산업 생태계 구축돼야”
  9. 9삼영이엔씨, 회생계획 인가…3자배정 100억 유증
  10. 10부산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 25% 첫 돌파…2050년엔 43%
  1. 1‘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2. 2전재수 전 보좌진 4명 ‘증거인멸’ 유죄(종합)
  3. 3부산예술대학교 내년 2월 폐교…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재정난 원인
  4. 4朴시정 선거악재 우려 ‘생곡 용역’ 중단…백지화 소문 키워
  5. 5“110억 투입 부산 의료버스, 플랫폼업체에 예산 1/3 지급”
  6. 6[한 손 뉴스]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들, 올 연말 중국으로 떠난다(종합)
  7. 7바리케이드 걷힌 소녀상…2년여 만에 시민 품으로(종합)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일
  9. 94년 방치 창원 짚트랙, 새 체험시설 만든다
  10. 10창녕 2세 아들 숨지게 한 父 징역 17년
  1. 1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2. 2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3. 3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4. 4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5. 5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속사권총 우승…한국 25번째 金
  6. 6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7. 79회 4실점 진땀…롯데, 키움에 가까스로 승리
  8. 8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중국에 역전승 거두고 결승 진출
  9. 9공격에 쏟아붓다가 골문 열린 모레노호
  10. 10고성군, 통영시 거제시와 손잡고 2029년 도민체전 공동개최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日 70년史부터 ‘올나잇’ 상영회까지…애니 세계로 초대
미리보는 제31회 BIFF
연상호 ‘실낙원’ 홍상수 ‘눈 둘 데가 없네’ 등 한자리에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인간 빈자리 차지한 반려 로봇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