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바이러스가 세상을 뒤덮어 흉흉한 때에 함께 사는 삶을 이야기하려니 좀 머쓱하지만, 누군가와의 접촉이 두려워 모두가 홀로 방에 웅크리고 있는 이런 때야말로 따스한 정을 나누는 사람과, 함께 사는 공동체를 생각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느 날, 변두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는 도시와 아파트에서 살아가던 저자가 어떠한 계기로 시골 마을로 이사 가게 되면서 만나게 된 공동체에 대한 에세이다. 끝없이 지어지는 신도시에서 조금 더 넓은 평수의 아파트를 찾아 옮겨 다니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도시의 삶. 그런 신도시 틈에서 아직 개발되지 않았던 그 시골 마을은 도시로 출퇴근 할 수 있는 거리, 같은 값에 아파트보다 큰 평수의 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 수 있는 곳이었다.
치열한 도시의 삶을 뒤로하고 육아와 스스로의 휴식을 위해 가파른 땅에 눈발을 헤치고 덜덜 떨어가며 이사한 주택의 삶은 사실, 그리 대단한 생활은 아니었다. 햇볕 아래에서 땀을 흘려가며 정원을 가꾸고, 옆집 사람을 부르기 위해 초인종을 누르기보다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르는, 가진 것들을 계산 없이 나누며 서로서로 돌보는 생활. 사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우리에게 당연했던 삶의 모양들이었다.
우울증이 감기처럼 흔한 도시에서 빠져나와 변두리 마을에서의 삶을 시작한 저자는 어떤 병도 낫게 할 수 있는 약이 ‘사람’과 유대감으로 뭉친 공동체라고 말한다. 사람과 사람들이 함께 서로를 의지하고 살아가게 된다면, 그곳이 어디든 우리는 덜 아프고 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갈 수 있다고.
갓 이사와 정원과 텃밭을 정돈하고 가꾸는 이에게 옆집 할아버지는 불쑥 찾아와 열무씨를 건넨다. 씨앗은 심자마자 쉽게 열매를 내어준다. 품을 들이지 않았는데도. 치열하게 살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았던 각박한 세상이 실은 “구멍을 뚫고, 씨를 심고, 물만 주어도 열무 열 뿌리가 되어 든든하게 배를 채워주는 세상”이라는 것.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안 되는 일에 애쓰지 말고 살자는 다짐이 이상하게 커다란 위로로 다가온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일거수일투족이 긴급문자로 날아오고 확진자의 숫자가 끝없이 올라가는 이 순간에도 나는 인류의 미래가 유토피아이기를 꿈꾼다. 접촉자가 되지 않기 위해 악수조차 하지 못하는 요즘 같은 때에도 함께 살아가고 살을 부딪치며 살아가는 삶에 대해 생각한다. 결국은 어떤 삶터에서 생활하든 타인에 대한 마음이 어떤 방향으로 향해있는지가 어느새 사라진 공동체성을 되찾는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일 것이다.
매거진 ‘다리 너머 영도’ 편집팀장·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