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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음식 사람 <4> 울진 붉은대게와 동해안 대게

‘대게의 고향’ 왕돌초 … 살이 올랐다, 항구가 붉게 물들었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2-25 19:02:01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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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상 수중 암초지역 ‘왕돌초’
- 어민들에겐 대게 황금어장
- 수심 700~2200m서 잡히는
- 붉은대게는 울진이 주생산지

- ‘게 알 품은 형국’인 거일리부터
- ‘죽해’ ‘자해’ ‘게줄댕기기’ 등
- 문헌·민속놀이에 대게 명성 오롯

- 궁에 진상·제수용으로 귀한 몸
- 남은 게장, 떨어진 다리 말려
- 게장시래기찌개·대게꾹죽 등
- 배고픈 시절 배불려준 식재료도

왕돌초. 동해의 이어도. 200여 종의 해양생물이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의 바다. 동해 해상의 수중 암초지역인 왕돌초는 동해 해양생물들의 터전이다. 경북 울진군 후포면 후포리 동쪽 해상으로부터 23㎞ 떨어진 먼바다에 위치하고 있다.
   
붉은대게는 경북 울진이 국내 주생산지로, 국내 전체 어획량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동해 어부들이 붉은대게를 잡아올리는 모습(왼쪽)과 울진의 붉은대게.
왕돌초는 남북으로 6~10㎞, 동서로는 3~6㎞ 정도로 전체 약 15㎢나 되는 면적으로 ‘수중의 섬’으로 불리며 해양생물들이 살기 최적화된 서식처이기도 하다. 또한 한류와 난류가 겹치는 지역이라 다양한 어류는 물론이고 성게·해삼 등 극피동물, 오징어·문어 등 연체동물 등과 대게·붉은대게 등 고급 갑각류가 다량 서식하고 있다.

지역 사람들에게는 ‘왕돌짬’ ‘왕돌암’으로 불리는 왕돌초는 1950년대 울진 어민들에 의해 발견된 이래 울진·영덕 어민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을 정도로 수산자원이 풍부한 동해의 황금어장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속살이 쫄깃하고 담백한 붉은대게살(위쪽)과 붉은대게 볶음밥.
그중에서도 동해 어민들의 소득을 가장 높여주는 어족이 대게 종류들이다. 대게 또한 왕돌초 지역을 중심으로 서식하는데, 동해의 포항·영덕·울진·속초 등지의 항구에서 주로 어획을 한다. 특히 울진 죽변항과 후포항, 영덕 축산항과 강구항, 포항 구룡포항 등이 국내 5대 대게 항으로 손꼽히고 있다. 대게 전문타운으로는 영덕 강구가 전국적으로도 유명하다.

‘대게’는 다리 모양이 대나무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모양이 하도 기이해 어부들은 ‘이상한 벌레’란 뜻으로 ‘언기(彦其)’라고 불렀다. 이 대게를 조선시대 때 임금에게 진상했는데 궁의 사람들이 그 모양이 ‘대나무처럼 생기고 침이 있다’고 ‘죽침언기어(竹針彦基魚)’, ‘대나무의 곧은 줄기와 같고 다릿마디가 여섯’이라는 뜻으로 ‘죽육촌어(竹六寸魚)’라 부르다가 이후로는 ‘대나무처럼 생긴 게’라는 뜻의 ‘죽해(竹蟹)’로 부르게 됐다.

당시 신하들은 임금의 대게 먹는 모습이 경박스럽고 근엄하지 않다고 그 진상을 금했는데, 한 번 맛본 대게의 맛을 잊을 수 없었던 임금의 명에 의해 다시 진상하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 정도로 대게의 맛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정받고 있다.

동해에 서식하는 대게류는 ‘대게’ ‘붉은대게’ ‘너도대게’ 등 3종이다. ‘너도대게’는 대게 수컷과 붉은대게 암컷의 교잡종을 말한다. ‘붉은대게’는 흔히 ‘홍게’라 부르는데, ‘동해안 붉은대게’와 ‘홍게’, ‘큰동해안 붉은대게’ 등 5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대게류는 냉수종이라 수온 3℃ 내외의 모랫바닥 또는 모래와 진흙이 섞인 곳에서 주로 서식한다. ‘대게’는 색깔이 황금색으로 수심 200~800m에서, ‘너도대게’는 흔히 ‘청게’라 불리며 수심 400~1200m, ‘붉은대게’는 ‘홍게’라고도 불리며 수심 700~2200m에서 주로 서식한다.

따로 놓고 보면 구별이 힘든 대게류를 가장 구분하기 쉬운 방법은, 몸의 색깔로 아는 방법이다. ‘대게’는 등 쪽이 주황색이고 배 쪽이 흰색을 띤다. ‘너도대게’는 등 쪽은 진홍색, 배 쪽은 연홍색이다. ‘붉은대게’는 등 쪽과 배 쪽 모두 진홍색을 띤다.

동해안 대게 생산지 중 울진은 왕돌초 지역까지 직선거리로 가장 가까워, 예부터 왕돌초에 기대어 삶을 이어갔다. 대게 생산량도 그렇지만 특히 붉은대게는 울진이 국내 주생산지로, 국내 전체 어획량 중 절반 이상을 울진에서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울진은 이 대게들로 독특한 음식문화가 잘 발달한 곳이기도 하다.

울진의 원조대게마을 평해읍 거일리. 거일리 사람들은 마을 이름을 예부터 ‘게알리’ ‘기알리’로 불렀단다. ‘경북지명유래총람’에 의하면 거일리 마을이 ‘게가 알을 품고 있는 형국’이라 기술하고 있다. 조선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내다 이곳으로 귀향 온 이산해(1539~1609)가 ‘대게가 많은 포구’라는 뜻으로 ‘해포(蟹浦)’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진다. 예전에는 거일 사람 모두가 대게잡이에 종사했다고 말한다.

특히 ‘신증동국여지승람’ 토산조 편(각 지역의 특산물을 기록한 항목)에 의하면 울진의 특산물로 ‘자해(紫蟹 · 자줏빛 게)’, 즉 ‘붉은대게’를 기록하고 있기에 ‘울진이 붉은대게의 원조 지역임을 쉬 알 수가 있다’고 울진군은 주장한다. 울진이 대게와 밀접하다는 것은 대게에 관한 민속놀이를 통해서도 파악된다. 현재까지 전승되어오고 있는 ‘울진게줄댕기기’가 그것이다. 울진군청 관계자에 의하면 ‘게줄댕기기는 울진 연안 어촌의 아녀자들의 대동놀이로, 매년 정월대보름 무렵에 백사장에서 행해진다’며 ‘놀이방식은 두 명의 아녀자가 새끼를 꼰 줄을 양쪽 어깨에 걸고 게처럼 기면서 끌어당기는 놀이로, 흡사 게가 기어 다니는 모습의 놀이’로 소개한다.

울진의 대게류는 속살이 쫄깃하고 담백하면서 맛이 좋아 일찍이 궁중에 진상되어온 어족이다. 대게찜·대게비빔밥·대게탕·대게칼국수·대게회·대게만두·대게짜박이 등의 식재료로도 유명하다.

예부터 울진 사람들은 이 대게류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었는데, 그 대표적인 음식이 ‘게장시래기찌개’이다. 동해안 울진 지역에서는 귀한 대게를 제례의 제물로 올렸는데, 이때 손질하고 남은 게장을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고 무청 시래기와 함께 푹 끓여 먹었다고 전해진다.

그 외에도 다리 등이 떨어진 허툰 대게를 생선 말리듯 바짝 말려 두고두고 음식 육수 낼 때 사용한 ‘해각포’. 해각포와 함께 쌀과 국수, 시래기 등을 한데 넣고 한 솥 푹 끓여 먹었던 ‘대게꾹죽’, 짭조름하게 ‘대게장’을 담가 놓았다가 김장할 때 쓰기도 하고, 텃밭의 배추를 뽑아 겉절이를 해 먹기도 했단다.

다시 말해 울진 해안 사람들에게는 대게가 귀한 제수기도 하면서, 배고픈 시절 밥을 늘려 먹었던 음식의 식재료로, 그리고 밥상 전체를 아우르는 양념장으로도 널리 활용을 한 소중하고 귀한 식재료였던 것.

때문에 울진 해안가 사람들의 추억 속에는 대게와 붉은대게의 기억들이 속속들이 남아있다. 집안 어른이 대게를 잡아 오는 날이면 어머니가 고무대야에 찐 대게를 이고 장에서 곡식이나 국수 등으로 바꿔오는데, 이날은 모처럼 따뜻하고 배부른 저녁상을 맞이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지인들과 울진을 찾은 적이 있다. 겨울 울진 포구에는 제철 맞은 붉은대게로 바야흐로 붉게 물이 들어 있었다. 울진사람 몇몇과 대게보다 풍미가 진하면서 맛이 짭조름한 붉은대게를 먹었다.

   
귀한 대게보다 붉은대게를 어쩔 수 없이 더 좋아했던 울진 사람들의 ‘허기졌던 시절의 추억’과 그들의 음식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불원천리한 필자의 마음’이 맞닿는 자리. 가장 맑고 명징한 소주 한 잔이 몸을 순하게 쓰다듬어 주는 자리이기도 했다.

시인·동의대 부산음식문화해설사 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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