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콜럼버스의 신대륙 첫발, 세계 생태계 뒤섞었다

1493 - 찰스 만 지음/최희숙 옮김/황소자리/2만5000원

  •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  |   입력 : 2020-02-20 19:45:16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찰스 만 역작 ‘1491’의 후속편
- 가축·식물·미생물 대륙 간 이동
- 인류 삶 동질화 ‘호모제노센’ 다뤄
- ‘생태 제국주의’의 위력 설명

기자 출신 르포 작가인 찰스 만은 전작 ‘1491’(한국어판 ‘인디언:이야기로 읽는 인디언의 역사’)을 통해 미국에서 명성을 얻었다. 그는 이 책에서 콜럼버스가 도착하기 한 해 전인 1491년까지 아메리카 인디언의 문명과 역사를 풀어냈다. 유럽인이 도착하기 전 신대륙은 원시적인 황무지가 아니었다. 인디언은 아메리카 대지에 독자적인 문명을 이루고 있었다. 서구의 무지와 야만을 폭로한 전작에 이어 그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도착한 한 해 뒤인 ‘1493년’을 제목으로 삼은 후속작을 선보였다. 콜럼버스에서 비롯된 ‘세계화’의 현장, 즉 모든 대륙이 하나의 교역망으로 연결되는 현장을 생생하게 다룬다.

문화와 인종이 뒤죽박죽 섞인 아메리카의 스페인 식민지 거리는 예술활동에 자주 반영됐다. 17세기 무명작가가 그린 이 그림은 기독교 문화와 안데스 전통이 결합한 상황을 절묘하게 표현했다. 황소자리 제공
부제인 ‘콜럼버스가 문을 연 호모제노센 세상’에서 호모제노센(Homogenocene)은 ‘균질화·동질화된 인류의 삶’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저자는 유럽 식민 개척자들이 아메리카 땅을 디딘 이후 광범위하고 전복적인 양상으로 전개된 인류의 경제·생태적 변화와 그 결과 탄생한 호모제노센의 기원에 대해 다룬다.

1492년 10월 12일,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히스파니올라 섬(현 도미니카공화국)에 첫발을 디딘다. 콜럼버스가 이곳에 최초로 건설했던 기지 ‘라 이사벨라’는 거의 잊혔고 그는 역사 속에서 종종 잔혹하고 기만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하지만 그가 인류를 포함한 생태계 전반에 가장 큰 변화를 몰고 온 인물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와 함께 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넌 건 사람만이 아니었다. 소, 양, 말 등 가축은 물론이고 사탕수수, 밀, 커피, 담배 같은 작물도 있었다. 오랜 시간 격리돼 있던 생태 시스템이 대륙을 건너 새로운 것과 갑작스럽게 만나 뒤섞이게 된 것이다. 이 교환은 옥수수를 아프리카에, 고구마를 아시아에, 말과 사과를 아메리카 대륙에 가져다 놓았다. 벌레와 풀, 바이러스 같은 미생물도 대륙 간 이동을 통해 자리바꿈했다.

유라시아의 박테리아, 바이러스, 기생충은 아메리카 대륙을 휩쓸며 4분의 3이 넘는 원주민의 목숨을 빼앗았다. 얼음 왕국이 된 미국 북서부 지역은 가축과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때 개체 수를 늘린 것이 말라리아 모기였다.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지역이 말라리아 모기로 초토화되면서 담배농장은 노동자를 구하기 어려워졌다. 농장주들은 아프리카에서 일꾼을 사 오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고, 말라리아가 거들어준 덕에 노예시장이 번성했다.

이처럼 콜럼버스는 아메리카 대부분 지역과 아시아와 아프리카 일부 지역의 생태를 유럽식 생태계 버전으로 변신시켰다. 이런 생태 제국주의야말로 스페인과 네덜란드, 영국과 프랑스가 제국주의 확장 가도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비밀병기였다고 이 책은 설명한다. 1492년 시작된 이야기는 18세기 대항해 시대와 19세기 산업혁명을 넘어 21세기 세계 농업 현장을 비추면서 끝난다. 지금 우리의 모든 일상은 온 세상의 에코시스템을 뒤섞고 충돌시킨 ‘콜럼버스적 대전환’의 결과물이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2. 2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3. 3“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6. 6[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7. 7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8. 8“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9. 9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10. 10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3. 3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4. 4[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5. 5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6. 6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7. 7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8. 8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9. 9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10. 10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4. 4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5. 5최태원, 9440억 규모 SK 지분 매각 결정…노소영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
  6. 6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7. 7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8. 8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9. 9국민·하나·부산은행도 당했다…금융권 해킹 피해 확산(종합2보)
  10. 10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4. 4‘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5. 5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6. 6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7. 7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8. 8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9. 9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10. 10“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6. 6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7. 7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8. 8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9. 9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10. 10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미리보는 제31회 BIFF
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