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세대만 알고 그 뜻이 모호한 신조어와 비속어가 방송가에 남발하고 있다. 지름, 사치 등을 뜻하는 ‘플렉스’,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짐을 의미하는 ‘낄끼빠빠’, 쓸데없이 정보가 많다는 뜻의 ‘TMI’ 등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시청자의 재미를 유발하기 위해 방송에서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어 소통 장애를 주는 단어, 국적 불명의 언어들이 많아졌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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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알못’이라는 신조어를 사용한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 캡처. JTBC 제공 |
신조어는 그동안 예능과 음악 프로그램에서 주로 선보였지만 이제는 드라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1일 방송한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에서는 “누나 완전 찐 내 스타일”이라는 대사가 방송됐다. 여기서 ‘찐’은 진짜를 뜻하는 신조어다. 시청자는 드라마를 보며 ‘찐’이라는 대사의 뜻을 한참 생각해야 했다.
예능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에서는 ‘축알못’이라는 단어를 방송에서 사용했다. 축구를 잘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척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외 ‘명작’이라는 뜻으로, 글자 모양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따온 ‘띵작’, 온라인 게임에서 캐릭터의 레벨이 최고치에 도달하는 상황에 이른 ‘만렙’, 인사이더 중의 핵심인 ‘핵인싸’,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진다는 ‘갑분싸’,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는 의미의 ‘할말하않’ 등 국립국어원의 표준 국어대사전에 없는 말들이 범람하고 있다. ‘라떼에는(내 때에는)’이라는 단어를 모르면 ‘꼰대(늙은이를 뜻하는 은어)’로 칭하기도 한다.
이런 추세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015년부터 ‘방송언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교통정리에 나섰다. 드라마와 예능 등의 방송프로그램에 세부 기준을 두어 욕설과 비속어 사용을 제재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해 10월 KBS2 ‘해피투게더4’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 SBS ‘동상이몽2 - 너는 내 운명’에 비속어가 남발했다는 이유로 행정지도 중 권고 조치했다. 권고 조치는 관계자 징계 등과 달리 강제사항은 없다. 방송통신심의위의 한 관계자는 “제작자의 자율성, 창의성도 존중하자는 측면에서 권고 조치를 결정했다”며 “시대가 변하는 만큼 앞으로는 혐오, 비하 등에서도 별도의 세부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국립국어원의 공공언어과 박주화 학예연구사는 “신조어는 어느 시대든 시대상을 반영하며 만들어졌고 지금은 인터넷 등의 다양한 매스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널리 퍼지고 있다”며 “개인적인 일상을 규제할 수는 없지만 공공성이 있는 방송에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신조어를 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록 기자 ilro12@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