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곡, 반주 베이스라인 부실
- 과도한 비브라토 등 아쉬웠지만
- 밝은 곡으로 감성 충만케 만들어
- 음악의 향기 퍼뜨리는 연주 기대
코로나19의 창궐로 확진 환자가 없는 부산에도 대부분 행사가 잠정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공연예술도 피해갈 수 없기에 상당수의 공연이 취소나 연기됐다. 2015년 메르스 사태로 공연계를 힘들게 했던 기억을 상기하면서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잦아들었으면 하는 바람 속에 공연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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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 나눔 합창단의 정기연주회 장면. |
지난 11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사랑 나눔 합창단의 5번째 정기연주회가 열렸다. 민감한 시기였기에 썰렁한 객석은 어쩔 수 없었다. 사랑 나눔 합창단은 아마추어와 전문 성악인으로 구성되어 다양한 직업을 가진 단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나눔을 실천 모토로 음악과 노래를 통해, 사랑과 희망을 나누는 합창단이다. 그동안 음악으로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는 소중한 실천에 중점을 두고 간경변증 환자와 시각장애인 대학생, 탈북 청년에게 장학금 전달 등 지역에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며 활동했다.
오프닝은 ‘세노야’와 ‘걱정 말아요 그대’ 두 곡으로 편안하게 시작됐다. 이어서 메인 레퍼토리인 올라 예일로(Ola Gjeilo)의 ‘해돋이 미사(Sunrise Mass)’가 연주됐다. ‘해돋이 미사’는 ‘키리에 글로리아 크레도 상투스 아뉴스 데이(Kyrie, Gloria, Credo, Santus, Agnus Dei)’ 등 미사 통상문의 텍스트를 고유하게 유지하며 복잡하고 다양한 구조를 지닌 매우 흥미로운 곡이다.
첫 곡 ‘키리에’는 ‘The Spheres’라는 부제를 갖고 천체, 우주를 연상케 하는 분위기에서 신비로움을 잘 표현하였다. 두 번째 ‘일출-글로리아(Sunrise-Gloria)’는 은유적 표현의 일출을 그려내며 화려하고 꿈 같은 선율의 합창라인을 그려냈다. 가장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세 번째 ‘The City-Credo’는 힘과 에너지가 담겨 믿음에 대한 뉘앙스를 표현하기엔 조금 부족함이 있어 보였다. 주로 상성부인 소프라노에 합창의 힘이 실려 있어 저음 파트의 풍성함이 드러나지 않아 음악의 밸런스를 유지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고, 현악기 반주에서 과도한 비브라토(음을 떨어주는 기법)가 합창과 현악기 간의 일체감을 주지는 못했다.
올라 예일로의 작품에서 보이는 어둠과 여명, 고통과 혼돈의 공존이 자연스럽게 표출되기에 전체적인 에너지의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라틴어 가사 전달도 미흡했다. 아울러 실내악 반주에서 베이스라인이 더 보강된다면, 한층 더 웅장하고 안정된 사운드를 자아냈을 듯하다. 미사곡 완주 후 사랑 나눔 어린이 합창단의 밝고 활기찬 무대와 세 곡의 합창곡 ‘바람은 남풍’ ‘귀천’ ‘내 나라 내 겨레’로 아름다운 하모니와 감성 충만한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비록 전문 합창단은 아니지만 대중적인 곡만을 선곡하지 않고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현대 미사곡을 학구적으로 불러내려고 노력한 점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요즘 공연장은 전문 합창단을 포함한 대부분 합창단이 가요 모음곡이나 뮤지컬 모음곡 등 흥미 위주 레퍼토리로 객석의 호응을 유도하는데 치우쳐 있다. 하지만 사랑 나눔 합창단은 복잡한 구조와 난해한 현대음악을 어렵사리 소화해 합창단의 정체성을 보여 주려고 노력해 눈길을 끌었다.
다양한 기획공연과 자선음악회를 통해 이웃과의 소통과 교류를 우선시하며 지역사회에 음악의 향기를 불러일으키는 사랑 나눔 합창단의 연주로 사랑을 실천하는 행복 바이러스를 퍼트리길 바란다.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