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준형의 내가 읽은 책] 숱한 차별을 버텨온 당신에게 박수를

버티는 마음- 경심 지음 /현암사 /1만4000원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2-13 18:52:01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아! 나중에 커서 뭐하지?”는 어릴 땐 아무 생각 없는, 어쩌면 다가오지 않을 먼 미래의 이야기였기에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끊임없이 입속에 머금고 내뱉지 못하는 숙명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고 누구 하나 빠져나가기 힘든 우리의 이야기일 것이다.

‘IMF 사태’라는 짧은 단어 속에는 무수히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다. 부도, 구조조정, 퇴직, 살인적 이자, 자살 같은 모두 부정적인 단어만 나열되는 이야기. 한 단어마다 바퀴벌레알을 낳듯 또 무수히 많은 이야기가 있다. 저자는 그런 암울한 시기쯤에 직장을 가졌다. 열심히 일하고 정직하게 일하는 것과 오래도록 일하는 것과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알지만, 젊은 우리는 그것보단 그저 열심히 하는 것이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의 방식이라 생각했다. 그것이 옳은 것이었고, 그렇게 살아야 또 내일이 오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마흔을 훌쩍 넘기고 직장은 해운 사업의 어려움에 또 그렇게 그는 오늘부터 출근하지 않아도 됐다.

저자인 ‘나’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100여 명의 공장 근로자 중 여성은 극소수였다. 단순히 그냥 힘들었다고 하기엔 회사는 비정규직엔 너무 먼 위치에 있었다. 소위 빽으로 들어온 정규직은 기본 업무 프로그램을 할 줄 몰라 비정규직인 내가 가르쳤지만, 정작 업무 회의에서 나는 소외됐다. 또 다른 회사에서도, 남성 중심의 회사에서 여성으로서 평범하지 않은 해양플랜트 구조설계 엔지니어로, 한 사람의 아내로, 엄마로, 딸과 며느리로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왜 나는 자존감을 잃었을까. 저자가 살아온 이야기는 한 개인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결국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3만 원짜리 셔츠 한 장 사면서 고민이 많았다. 삶의 현장을 떠나와 이제는 취준생이 된 마흔 중반의 경단녀. 저자는 마음으로 읊어 보았다.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라고. 만약 이 질문을 어렸을 때부터 해보았다면 분명 지금처럼 살고 있지 않았을 거라고 말한다. 어릴 적 “나중에 뭐하지?”를 그때 깨달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분명 지금과 달라졌을 거라고.

여자라는 이유, 고졸에 비정규직, 임금 차별과 기혼이라는 것까지. 숱한 차별에서 저자는 버티고 살아야 했다. 그것은 생존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만약 저자가 부잣집에서 태어나 직장에서도 성공했다면 이 책은 쓰지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도 사회는 끝없이 모순 속에서 이어질 것이다. 그런 삶의 현장에서 일하는 엄마와, 일하는 아내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를 책을 읽는 내내 무겁게 다가왔다. 지금까지 가족과 함께 삶을 지켜오고 버텨온, 이제는 나를 위해 살아갈 것이라는 저자에게 조용히 박수를 보낸다. 당신의 잘못은 없었다고.

문우당서점·도서출판 스토리팜 대표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5배까지 뛴 불꽃축제 숙박료…지긋지긋한 ‘바가지’
  2. 2기장의 1/10…부산 북구 참전수당 월 2만 원 ‘서러운 대접’
  3. 3은행점포 영업시간 30분 단축…내년 4월부터 9시30분 개점(종합)
  4. 4‘부캉이’ 보낸다…29일 선박·워터펌프로 외해 유도(종합)
  5. 5에코델타시티 마을버스…강서 17년 만에 새 노선
  6. 6“보조금 심의 결정권자는 나” 부산 중구 부구청장 논란
  7. 7찜질방·호텔 빈대 출몰에 화들짝…관광도시 부산 이미지 훼손 우려
  8. 8경로당 어르신·어린이집 아동들 “홀몸 어르신 고소한 전 드세요”
  9. 9부산서 하루 더…오버나잇 크루즈 성황
  10. 10“BPA, 1년간 1조원대 채권 발행…항만공사 통폐합 강행 땐 빚 전가”
  1. 1“BPA, 1년간 1조원대 채권 발행…항만공사 통폐합 강행 땐 빚 전가”
  2. 2“피지컬AI 항만 실증사업, 광양항 아닌 부산항서 해야”
  3. 3靑 “北포로 비공개 합의 부인 강력 유감” 우크라에 사과 요구(종합)
  4. 4李 지지율 2주째 상승 37.9%…양당 지지도 오차범위 접전
  5. 5여야 만난 강신철 국방부 장관 “北 지뢰 확인 땐 상응 조치…은폐 없다”(종합)
  6. 6부산시 ‘도시계획’ 조직개편 여파…시의회 상임위 간 신경전
  7. 76·3 지방선거 신규당선자 평균재산 13.5억…광역단체장 중 김상욱 50억 최다
  8. 8靑 재제청 요구 거부 조희대 “국감서 밝히겠다”(종합)
  9. 9[뭐라노]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
  10. 10北 외무부상 "핵보유국 지위 무엇으로도 되돌릴 수 없어"
  1. 1은행점포 영업시간 30분 단축…내년 4월부터 9시30분 개점(종합)
  2. 2부산서 하루 더…오버나잇 크루즈 성황
  3. 3HJ중공업 조선업계 첫 올해 임단협 타결
  4. 4안주고 덜준 보험금, 5년간 1000건 육박
  5. 53년물 국고채 4.1% 돌파…美 금리 급등 여파
  6. 6빚 갚으려고 또 빚…카드론 대환 23%↑
  7. 7부산 유주택 신혼 반토막…‘6억 초과’ 보유는 2.5배 급증(종합)
  8. 8“금융위 경험·네트워크로 부산 금융생태계 강화”
  9. 9시중銀, 부울경 전략산업 금융 확대…지역銀 영역침범 우려도
  10. 10AI로 ‘해상 교통 혼잡도’ 예측한다
  1. 15배까지 뛴 불꽃축제 숙박료…지긋지긋한 ‘바가지’
  2. 2기장의 1/10…부산 북구 참전수당 월 2만 원 ‘서러운 대접’
  3. 3‘부캉이’ 보낸다…29일 선박·워터펌프로 외해 유도(종합)
  4. 4에코델타시티 마을버스…강서 17년 만에 새 노선
  5. 5“보조금 심의 결정권자는 나” 부산 중구 부구청장 논란
  6. 6찜질방·호텔 빈대 출몰에 화들짝…관광도시 부산 이미지 훼손 우려
  7. 7약사 면허 빌려 28억 부당이득…환수 거부에 法 “토해내라” 쐐기
  8. 8공소시효 이틀 앞두고 세금 포탈 업자 송치…검·경 합동수사 빛 발해
  9. 9약발 없는 바가지 대책…인센티브·숙박세로 실효성 키워야
  10. 10부산대 양산캠 유휴부지, 양산시도 나섰다…개발 TF 꾸려 대응
  1. 1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2. 2큰 日낸 女핸드볼…결승서 일본 꺾고 8년 만에 우승
  3. 3중국에 두 번 진 이민성호, 이번엔 벼른다
  4. 4수영·탁구·사격 부진…양궁이 ‘금빛 갈증’ 풀어줄까
  5. 5오상욱 끝냈다…펜싱 男 단체 우승…승마 남동헌, 12년 만에 정상 탈환(종합)
  6. 6안세영, 천위페이도 가볍게 압승…결승 진출
  7. 7K-농구 황금시대…남녀 동반 우승, 3대3도 첫 金(종합)
  8. 8이강인·황인범 활용법 찾아라
  9. 9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10. 10[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아카데미 직행표’ 두고 세계 13편 경쟁…12편 프리미어 상영
한국문학관 기행
부끄러움 없는 삶, 오늘 우리에게 성찰을 던지는 공간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정답 없는 가족의 기록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인간 빈자리 차지한 반려 로봇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소윤-sky above,river below,and birds between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빨래 /심여혜
잡는 법 /김만옥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9일 (음 8월 19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8일 (음 8월 18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추석 때 사람들 만나 술 마시며 시 읊은 조선 중기 권벌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