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곤·차별 등 각종 사회문제
- ‘힘’의 불균형 관점서 바라봐
- 강력한 힘을 올바르게 사용해
- 더 나은 세상 만든 사례 담아

‘간식 먹기 전에 밥부터 먹어라’ ‘TV를 봐서는 안 된다’ ‘10시에는 자야 한다’ 등등. 5살 윤이는 아빠한테 명령 받는 게 무척 싫다. 늦게까지 놀고 지루해질 때까지 TV를 보고 볼이 터지도록 간식을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고 싶어 울며불며 떼를 써봐도 안 된다. 어린이집에 가도 윤이가 하고싶은대로 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선생님들이 어떤 활동을 언제 할지 모두 정해버린 탓이다. 분명히 내 시간과 공간인데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어 억울하기만 하다. 아빠와 선생님은 ‘훈육’이라는 번지르르한 단어로 내 시간과 몸을 통제하고 사는 방식까지 결정하고 있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윤이가 가진 힘은 적고 아빠와 선생님이 가지는 힘은 크기 때문이다.
힘이란 어떤 일을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게 하는 무엇이다. 가방을 들거나 계단을 오를 때 사용하는 것부터 시작해 타인의 삶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책은 왕따·인종차별·성차별 등 힘의 불균형 때문에 벌어지는 다양한 사회 문제를 ‘힘’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힘이 어떻게 작용하고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힘이 잘못 사용되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그림을 이용해 쉽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또 어린이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아동권리선언문’을 만든 에글렌타인 젭, 남성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진 시대에 여성들의 투표권을 위해 싸운 에멀린 팽크허스트, 남아프리카 공화국 흑인들의 인권과 아파르트헤이트 종결을 위해 싸운 넬슨 만델라,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 수조 원을 기부한 빌 게이츠의 이야기를 담았다.

강해지려면 힘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배워야 한다. 특히 청소년은 만 18세부터 큰 힘인 투표권을 얻게 되면서 이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힘을 나쁘게 사용하면 다른 이들에게 큰 피해를 주지만, 올바르게 사용하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비닐봉지 사용 반대 캠페인을 벌인 멜라티와 이사벨 위즌 자매,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등교 거부운동을 시작한 그레타 툰베리는 모두 십대 청소년이지만 잘못된 일을 바꾸기 위해 행동을 시작해 사람들의 관심과 변화를 끌어냈다.

배우고 대화하고 많이 생각할수록 힘은 커진다. 윤이 역시 항상 아빠보다 힘이 약하지는 않다. 엄마와 할머니의 지지를 얻고, 왜 나는 이 장난감이 필요하고 이 과자를 먹어야 하는지 아빠를 설득하고 그도 안 되면 식사 거부운동을 해 원하는 간식과 장난감을 얻어내기도 한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