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주도로 짓는 부산 공공극장
- 장르마다 장비·시설 전혀 다른데
- 강당처럼 다목적용으로 활용돼
- 예술가도 관객도 아쉬울 수밖에
예술가들의 터전인 극장은 시민이 예술을 감상하며, 작품에 투영된 삶의 기쁨과 비극을 체험하는 곳인 동시에, 때에 따라서는 예술적 교육이 이뤄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시민회관과 문화회관처럼 다양한 시설과 규모를 갖춘 극장도 있지만 어떤 낯선 골목에 자리 잡은 조그만 소극장도 있다. 예술가들은 작품의 성격에 따라 각각 적합한 극장을 선택하여 예술 활동을 이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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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시립극단 정기공연인 ‘테베 3부작’ 시연회 연습 장면. 국제신문DB |
부산에는 제법 많은 수의 공공극장이 구마다 건립되어 있고, 앞으로도 국제아트센터나 오페라하우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런데 좀 시끄럽다. ‘한다, 하지 않는다, 연기되었다, 강행한다, 반드시 필요하다, 전혀 쓸데없다’ 등 의견이 분분하다. 필요한 논쟁들이고,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해 반드시 우리 지역에 유용한 기반으로 안착시켜야 할 것이다.
시급한 것은, 지금부터라도 정확한 목적을 가진 극장이 탄생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부산의 거의 모든 공공극장은 행정의 주도로 지어진 다목적 극장이다. 공연예술은 연극, 음악, 무용이 주축이다. 각 예술 장르의 특질이 서로 다른 만큼, 극장에서 사용할 장비나 시설도 전혀 다르다. 그런데 한 덩어리로 뭉쳐 밀어 넣었으니 어떤 장르의 공연을 올리든 늘 아쉬운 부분이 발생한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예술 역시 디테일이 작품의 격과 수준을 결정한다. 거장과 아닌 사람의 차이는 곧 디테일의 차이다. 다목적 극장은 강당처럼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고 이리저리 다양한 용도로 쓰기는 수월하지만 디테일을 추구하는 예술가의 입장에서는 많은 부분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아쉬움이 관객에게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오페라나 교향악, 합창을 위해서는 대규모의 출연진을 무대에 수용할 수 있는 큰 규모의 음악 전용 극장이 필요하다. 음악의 공연형태는 오페라를 제외하고는 하루에 집중되어 있으니 객석의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에 연극이나 무용은 대규모의 공연을 제작할 수도 있으나 무대와 객석이 밀착되어 있는 소극장이 훨씬 활용도가 좋다. 행사나 대관을 염두에 두고 어중간한 용도와 크기의 극장을 짓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점진적으로 제작극장으로 이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작의 개념은 광범위하다. 직접 만드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미 공연된 우수한 공연을 유치하는 것도 일종의 제작으로 볼 수 있다. 급진적이고 이상적인 생각이지만, 예술단체로부터 받는 대관료를 전면적으로 철폐하고 스스로 우수한 공연과 예술가를 찾아 발굴해 유치해야 한다고 본다. 대부분의 민간 순수예술단체는 이윤을 남기지 못한다.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의 공연시스템이 이윤을 남기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이다. 돌파구는 티켓 가격의 인상인데, 관객의 감소를 우려하는 탓에 지역의 예술단체는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공공극장은 이러한 민간의 고민까지 떠안고 그 해결책을 찾아주어야만 한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획자들의 우수한 안목이 필요하며, 관객의 개발과 확보에 힘을 쏟아야 한다. 물론 상업적 기획사들과의 결탁은 주의 깊게 통제해야 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각 극장은 자신의 환경과 맞는 공연 장르를 찾게 될 것이고, 특성화가 이뤄지며, 결과적으로 지역의 예술을 진흥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극장이라는 건축물은 쉽게 없애거나 변경할 수 없다. 막대한 자금과 시간, 노력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태까지 우리의 문화 예술 시설은 개발과 발전의 논리에 침식되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달라져야 한다. 수도권에 이르지는 못하더라도 부산이 경남권의 확고한 문화예술 메카가 되기 위해서는 목적에 정확히 부합하는 시설을 갖춰야 하고, 시설에 맞는 행정과 운용방식을 깊게 고민해야 할 터이다.
부산시립극단 예술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