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라시아 횡단 발칙한 상상
- 2018년 베를린 전시 후 뒤풀이
- 술자리 약속으로 프로젝트 시작
# 순조롭지 않았던 준비~출발
- 기획서 들고 후원 요청했다 퇴짜
- 돈 빌려 15년 된 차량 인수하고
- 참가자 개인 일정 가까스로 조율
- 우여곡절 끝에 4개월 늦게 출발
부산지역 시각예술가 및 조각가, 문화기획자 등으로 활동하는 성백의 ‘ARTsBUS 유라시아 여행기’를 연재한다.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11월 말까지 대형버스를 타고 지역의 청년예술가 7명과 함께 부산에서 베를린까지 횡단하며, 각 나라의 대표 도시에서 공연하고 그 지역의 예술인들과 협업하는 과정을 연재를 통해 현장감 있는 문체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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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에서 활동하는 조각가 겸 시각예술가 성백(왼쪽 네 번째)을 비롯한 지역 청년예술가들이 지난해 10월 유라시아 횡단에 앞서 부산문화재단 강동수(왼쪽 세 번째) 대표이사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청년예술가, 유라시아 횡단 꿈꾸다
2018년 가을 부산문화재단의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 후원으로 독일 베를린에서 한달 간 머물렀다. 그 기간 부산에서 같이 간 음악팀 3명, 시각예술팀 3명이 함께 작업을 했다. 마지막 전시를 SOMA art gallery에서 열자 전시와 공연을 보기 위해 많은 현지 관람객들이 찾아왔다. 뒤풀이 자리에서 좀 더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일을 하자고 음악팀의 리더였던 이광혁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엇이 있을까. 2019년은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이 되는 해이고, 이곳 베를린의 작가들과 문화 기획자들도 의미있는 문화기획을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전세계에서 유일한 분단 국가인 한국과 30년전 분단의 장벽을 허문 독일 베를린’, 무엇인가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순간 베를린까지 기차가 아닌 승용차를 이용해서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광혁아, 내년에 버스 타고 베를린 오자! 어떻노? 할 수 있겠나?” “와~재밌겠네예!! 행님 함 해봅시다.” “그래~ 함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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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라시아 길 위에 정차한 아츠버스. |
그렇게 우리는 베를린에서 밤새 술을 마시며 부산에서부터 버스를 타고 베를린에 오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날이 새는 줄 몰랐다. 그날 술을 마시다 말도 안되는 약속을 해버렸다. 다음 날 한국식당 ‘김치 플래닛 Kimchi Planet’ 사장님의 초청으로 우리는 오랜만에 김치와 돼지고기 수육 등을 대접받았다. 고맙게도 사장님은 전날 좋은 공연과 전시를 해 줘서 고맙다며 한 턱을 내셨다. 그 자리에서 여러 한국인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내년에는 어떤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단 1초의 망설임 없이 “버스를 타고 부산에서 출발 베를린까지 오겠노”라 장담했다. 함께 식사를 하던 김치 플래닛의 동업자로 보이는 한 중년 여성은 “많은 한국의 문화 기획자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고 갔지만 그 누구도 오지 않았지요”라며 핀잔 아닌 핀잔을 했다.
우리 말고도 이런 상상을 한 사람들이 많았나? 나도 그들처럼 말만 하고 실행하지 못한 한 사람으로 남을까? 여러 생각들과 함께 이상한 오기가 생겼다. 그러면 내가 처음으로 한국에서 버스 타고 베를린에 오는 한국 사람이 되자! 아마 그때의 핀잔과 오기가 아니였으면 ARTsBUS프로젝트는 없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의 오기가 ARTsBUS프로젝트의 시작이였다.
■좌충우돌 준비에서 출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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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 철원군 철원노동청사 앞에서 참가자들이 출정식을 했다. |
그해 12월 한국에 와서 기획서를 쓰기 시작했다. 방송국을 비롯해서 부산을 대표할 만한 기업의 사회공헌팀 국회의원 등에 후원과 제안서, 도움 등을 요청했지만 모두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김치 플래닛에서 들었던 ‘장담하고 갔던 많은 많은 한국의 문화 기획자들이 오지 않았다’는 핀잔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고 그 기억이 나를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마침 부산문화재단에 국제교류사업이 있어 지원을 해 ARTsBUS World Tour Project 기획서는 통과됐다. 지원금은 4000만 원. 자, 이제부터가 진짜 문제였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예산이였다. 하지만 충분히 해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버스는 어떻게 빌릴 것인가? 여행에 맞게 어떻게 개조할 것인가? 버스를 어떻게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보낼 것인가? 모든 것이 문제였고 걱정이였다. 해외로 가져갈 수 있도록 허락하는 렌트업체가 없을 뿐더러 렌트한 차는 러시아로 일시 수출입 통관이 불가하다는 것이였다. 캠핑카로 개조된 버스를 구매해야 했다. 7명 정도가 탑승 가능하고 잠을 잘 수 있는 캠핑카로 개조된 버스, 기본적으로 좀 쓸만한 차는 5000만 원가량 했다.
아~ 돈, 돈이 없다. 세부예산을 계획하다 보니 4000만 원이라는 예산은 턱없이 부족했다. 우선 나는 인터넷을 통해 캠핑카로 개조된 버스를 검색했고 전국을 돌며 그 버스들을 직접 확인했다. 그리하여 2005년식의 아주 클레식하며 아름다운 버스를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하게 되었다. 아니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2500만 원이라는 그나마 합리적인 가격 때문에.
문제는 15년 된 노후 차량으로 시베리아 횡단을 2달간 사고 없이 갈 수 있느냐 하는 것과 예산이였다. 2500만 원의 돈을 어떻게 만들것인가? 다행히 지인이 천천히 돈을 갚는 조건으로 빌려 주어서 차량을 인수할 수 있었다. 버스를 사니 또 문제가 있었다. 버스를 운전하려면 1종 대형면허가 있어야 하는데 나는 1종 보통 운전면허였다. 가까운 운전면허학원에 등록하고 10시간의 교육을 받고 시험을 쳐서 면허를 취득했다. 이것마저도 한 번의 낙방으로 인해 10월 출발 일주일 전에서야 취득하면서 아주 간담을 싸늘하게 만들었다.
애초 계획은 6월 출발이었으나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화물선 예약이 3개월 전에 마감돼 부득이 10월에 출발을 하게 됐다. 처음 참여하기로 한 작가들의 1년 스케줄이 엉망이 되면서 서로 아우성이었다. 한마디로 산 넘어 산. 출발 스케줄이 바뀌면서 참가자들이 줄줄이 스케줄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엉킨 스케줄 조절… 드디어 출정식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누군가 하면, ARTsBUS기획단장인 나를 포함해서, 원정대장 겸 음악팀 리더 이광혁, 국악 최형석, 박현정, 퍼포먼스팀 리더 이정민, 서수연, 언덕이다.
그래도 이 친구같은 작가들과는 몇 년을 함께 작업을 하며 서로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고 부산에서 서로 예술적 동반자라고 나는 생각한다. 작업적인 부분은 서로 조금씩 알아가면서 맞춰간다고 하지만, 길게는 2달 가까이 긴 시간을 서로 불편을 감수하면서 생활을 해야하고, 서로 좋아하는 음식이며 생활의 모든 것이 다른 멤버들과의 조합도 문제였다.
우여곡절 끝에 서로의 개인 일정들을 조율하고 전체 일정 모두 참여할 작가와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 참여 작가, 유럽 일정 참여 작가로 구분해 프로젝트 일정을 조정했다. 그리하여 러시아 일정을 마치고 서수연, 이정민이 빠지면 모스크바에서 언덕, 박현정이 합류하는 것으로 전체 일정을 잡았다.
다들 일정을 핑계로 전체 인원이 모여 회의를 할 수는 없었지만 이광혁, 이정민과는 자주 만나서 의견도 조율하고 일정도 체크하면서 프로젝트를 준비하였다. 모든 서류들을 준비해 예약을 하고 10월 3일 부산에서 openarts space MERGE에서 출정식과 무사귀환을 비는 고사를 지내고 철원을 거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으로 출발했다. 시각예술가·문화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