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최원준의 음식 사람 <2> 무안 감태(甘苔)와 명양마을 사람들

울 어머니 쓰디쓴 노동으로 얻은 감태가 참 달기도 하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1-28 19:05:35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온마을이 갯벌에 기대 사는
- 전남 무안군 해제면 명양마을
- 한겨울 되면 본격 감태 수확

- 달곰한 물풀이란 듯의 감태
- 임금께 진상하던 귀한 음식

- 추운날 허리 펼 새 없이 채취해
- 전이며 장아찌며 반찬 만들고
- 팔아서 생계 꾸리는 주 소득원

타이밍이 절묘하다. 물때도 안 보고 무작정 달려간 무안의 ‘명양갯벌’은 이미 활짝 열려 있었다. 섬과 섬 사이의 물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끝없이 펼쳐져 있는 갯벌, 갯벌, 갯벌. 그리고 그 갯벌을 파랗게 뒤덮고 있는 감태(甘苔), 감태, 감태…. 마치 봄날의 벌판처럼 갯벌 전체가 초록의 융단으로 깔아놓은 듯하다.
갯벌 전체에 펼쳐진 감태(가시파래)를 매러 가는 전남 무안군 해제면 명양마을 사람들.
“우리는 해제면 갯벌을 ‘명양갯벌’이라 하지요. 이 갯벌에서 마을 사람들이 온갖 바다 것들을 다 양식을 했어요. 처음에는 굴 양식을 했지요. 지금처럼 현대식으로 양식을 한 것은 아니고, 야산에 있는 소나무 가지를 일일이 꺾어서, 굴 포자를 붙인 후 갯벌에 던져둡니다. 그러면 몇 년 뒤 솔가지는 삭아 없어지고 굴 포자만 자잘한 돌에 붙어 살아남게 됩니다.”

전남 무안군 해제면 양월리 명양마을의 마을개발위원장 김종규(79) 선생의 말이다. 그에 말에 따르면 온 마을사람들이 해제면 일대 갯벌에서 굴을 비롯해 꼬막, 모시조개, 바지락 종패 등을 심어 제철에 따라 재취를 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찬바람이 거센 한겨울부터는 본격적으로 감태를 수확하기 시작한단다.

■달곰한(甘) 바닷말(苔)

수확한 감태가 고무대야에 수북하게 담겨 있는 모습.
감태. 달 감(甘), 이끼 태(苔), ‘달콤한 물풀’이란 뜻이다. 그만큼 은은한 단맛이 좋은 조류(藻類)란 뜻일 게다. 감태는 갈파래과의 여러해살이 바닷말(海藻)이다. 갈파래과에는 갈파래, 모란갈파래, 초록갈파래, 가시파래, 잎파래, 납작파래, 매생이 등이 있는데, 이들 모두가 이파리가 녹색을 띠는 녹조류이다. 그중 ‘가시파래’가 바로 감태다. 가시파래가 원래 이름이다. ‘감태(가시파래)’는 청정 갯벌에서만 자라는 해초로, 줄기가 매생이보다 두껍고 파래보다 가늘다. 주로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12월부터 2월까지 채취를 한다. 그중 설 전후의 시기가 그 맛이 달고 부드러워 특히 맛있다.

‘자산어보’에 ‘감태는 모양은 매산태(매생이)를 닮았으나 다소 거칠고, 길이는 수자 정도이다. 맛은 달다. 갯벌에서 초겨울에 나기 시작한다’고 기록됐다. 주로 갯벌 위의 굴 껍데기나 자잘한 돌멩이 등에 의지해 뿌리내리고 살아간다. 광주전남연구원 수석연구원인 김준 박사는 ‘남도의 겨울 해조류 4총사가 있는데, 감태, 매생이, 김, 파래가 그들’이라며 ‘그중에서도 가장 청정한 지역의 갯벌에서만 자라면서 아직 양식이 불가능한 귀한 바닷말이 감태’라고 설명한다. 주로 전남 무안, 신안, 완도, 고흥, 장흥, 충남 서산, 태안 등의 갯벌에서 생산된다.

■청정갯벌서 나는 남도 겨울 식자재

감태로 부친 전.
감태는 주로 아낙들이 채취하는데, 그 채비는 비교적 간단하다. 편한 옷에 고무장갑, 고무장화를 착용한 후, 노끈을 허리와 고무대야에 서로 함께 묶고, 이를 끌고 갯벌에서 감태를 뜯는다. 감태는 새로이 올라오는 것들로 채취를 해야 한다. 그 맛과 향이 부드럽고 신선하기 때문이다. 이때 개흙이나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손질할 때의 시간과 노고가 더 크기 때문이다. 해서 이 감태는 남도의 어머니들이 자식을 위해 손으로 직접 한 올씩 뜯어 채취하는 땀의 결실이다. 추운 겨울날 발목까지 빠지는 갯벌을 한 발 한 발 걸어 들어가, 허리 굽혀 밭을 매듯 지난한 노동의 수고로움이 더해져야 하는 일이다. 그 때문에 감태 채취 작업을 밭을 맨다는 뜻으로 ‘감태 맨다’고 했을까?

남도 사람들은 이 감태로 겨우내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특히 파래무침처럼 담근 ‘감태지(감태 김치)’는 남도사람들의 겨울철 소울푸드다. 남도 해안의 여러 지인의 말을 빌리면, 고향을 떠나 제일 그리운 맛이 감태지라고 한다. 물론 어머니의 거친 손으로 조물조물 무쳐낸 감태지를 이르는데, 감태지만큼 남도의 진한 맛깔과 어머니의 손맛이 깊이 배어있는 음식이 없다는 것이다. 달콤쌉싸름한 그 맛은 ‘태를 묻은 고향에서 느끼는 인생의 원형적인 맛’이라는 것이다. 감태로 만들어내는 음식으로 ‘감태지’ ‘감태무침’ ‘감태국’ 등이 있고, 감태를 말려 ‘감태김’을, 감태로 전을 부친 ‘감태전’, 감태를 건조, 분말로 가공해 다양한 음식 위에 뿌려 풍미를 더해주는 역할도 한다.

■감태지, 어머니 손맛의 소울푸드

감태지
감태는 실같이 부드럽고 쉬 물러지는 물풀이라 장만을 할 때 조심히 다뤄야 한다. 감태를 체에 밭쳐 흐르는 물에 살살 씻어내야 하는데, 너무 오래 물에 씻으면 달고 쌉싸래한 맛과 향이 덜해지기 때문이다. 감태지는 채취 후에는 바로 물에 헹궈서 소금이나 조선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고추를 썰어 함께 절여놓았다가 2, 3일 숙성시켜서 먹는다. 먹을 때 고춧가루, 파, 마늘 등을 넣거나 참기름, 깨를 뿌려 먹기도 한다. 녹조류의 쌉싸래한 맛과 달콤함, 고추의 매운맛이 어우러져 젓가락을 놓지 못하게 한다.

감태무침은 감태에 무를 채 썰어 새콤달콤하게 무쳐 먹는다. 감태국은 감태와 무, 굴 등을 넣고 시원하게 끓여낸다. 김국이나 매생이국과 조리법이 비슷하나 싱그러운 풍미는 더하다. 간식용으로 밀가루나 찹쌀가루를 풀어 감태전을 해놓으면 이 또한 쫀득쫀득 고소해 남녀노소가 좋아들 한다. 감태김 또한 밥과 함께 싸 먹으면 달달하면서 싸한 싱그러움이 넘쳐나는 식자재다.

■갯벌에 기대 사는 명양마을 사람들

전남 무안군 해제면 양월리 명양마을 사람들은 ‘명양갯벌’을 밭으로 삼아 의지하며 산다. 철 따라 감태, 굴, 바지락, 꼬막 등을 채취하여 살림에 보태고 있는 것. 특히 감태는 겨울철 이 마을의 주요 소득원으로, 한때 이 마을의 감태는 달고 향이 좋아 임금께도 진상할 정도였다.

300㏊의 너른 갯벌에 감태밭을 형성하고 있어 인근 신안군 지도의 아낙들도 이곳에서 감태를 맨다고 한다. 요즘 시세가 1㎏에 1만 원 선으로 거래가 된다고 하는데, 방금 감태를 매고 돌아온 한 아낙이 허리를 펴며 “이거 돈 받고는 못 한다”며 손사래를 친다. 그의 코끝에 맺힌 땀방울이 송골송골하다. 왜 이렇게 고생을 하시냐고 물었다. “우리 새끼가 감태지를 겁나 좋아 안하요. 서울에 있는데, 설에 내려오면 이 감태지를 꼭 지 어미 찾듯 찾은께 감태를 매는 거시제. 그러자믄 나가 만다고 이 고생을 허요.”

요즘 명양마을 사람들은 걱정이 크다. 인접한 지도 사이의 수로에 제방을 놓아 감태 생산량과 품질이 예전만큼 못하다는 것이다. “갯벌에 물이 안돌아요. 감태는 물길이 좋은 갯벌에서 잘 자라는데, 제방에 막혀 원활한 조류 소통이 안 되니 그렇지요.” 김종규 마을개발위원장의 말이다. 관련 관청에서는 눈여겨 귀담아 유심히 들어야 할 일이겠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3. 3[사설] 가덕도신공항 착공 늦춘 정부, 공사비 증액 확약하라
  4. 4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5. 5‘국민아버지’ 배우 최불암 떠나보내며
  6. 6‘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7. 7“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8. 8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9. 9‘창업도시 600억’ 품어라…부산, 해양·금융 앞세워 총력
  10. 10[시민기자] 랜드마크 ‘범선형 관광시설’ 북항에 만들자
  1. 1“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2. 2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3. 3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4. 4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5. 5이해충돌 빗장 풀려는 시의회…“사익추구” vs “전문성 강화”
  6. 6민주, 5일 조희대 국조요구서 보고…국힘 “탄핵 역풍 맞을까 질질 끌어”
  7. 7국힘 새 당무감사위원장 양준모 교수
  8. 8[속보] 北김여정, 바이낸스 사태에 "美 정치적 도발…예의주시"
  9. 9북한 해커들, 바이낸스서 탈취한 자금 '2차 세탁' 중
  10. 10[와이라노] “한국은 단검” 美 안보청구서 점점 커진다
  1. 1‘창업도시 600억’ 품어라…부산, 해양·금융 앞세워 총력
  2. 2주식 팔면 다음날 돈 받는다…증권시장 결제주기 하루 단축
  3. 3호반, 한진칼 최대주주 기업결합 신고
  4. 4K-팝 열풍 타고 부산관광 키운다…한류산업 진흥 조례 추진
  5. 5“9증9포 독보적 특허 ‘명품 홍삼’…글로벌 1위 도전”
  6. 6“올해 북극항로 이용 150척…역대 최다 전망”
  7. 711월 제철 삼치·가리비 맛보세요
  8. 8[한 손 뉴스] 부산·통영 ‘환경교육도시’로…특화 환경교육 행·재정 지원(종합)
  9. 9올 ‘산소부족 물덩어리’ 완전히 사라졌다
  10. 10팬스타엔터프라이즈, 해운·조선해양 중심 사업구조 재편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3. 3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4. 4‘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5. 5모집 공고만 15차례…부산 보건소도 ‘의느님’ 모시기 진땀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3일
  7. 7국제사우회 “지광 손 뗄 때까지 함께 싸울 것”
  8. 8김해, 동아시아 람사르지역센터 유치
  9. 9인니 선원 모텔 감금 혐의 경호원들 송치(종합)
  10. 10봉사·일·문화 등 다양한 분야 경험·재능 나눠
  1. 1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2. 2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3. 3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4. 4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5. 5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6. 6“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7. 7“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8. 8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9. 9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10. 10‘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배미정-나무에 기대어
송현화-Magic Air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곰 두 마리 /황인숙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250만 넘은 ‘치이카와’ 4주째 1위…브래드 피트 ‘하트 오브 비스트’ 2위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3일 (음 9월 24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2일 (음 9월 23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가 소쇄원 단풍을 읊은 시
이여가 가을 보름달을 바라보며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