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상헌의 부산 춤 이야기 <32> 심사, 그 곤란함에 대하여

예술작품은 보지도 못한채 정형화된 서류로만 판단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1-27 18:49:10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공정성 위해 심사 항목 계량화
- 예술적 우수성 평가 애매해
- 결국 새로운 ‘맥락’에 높은 점수
- 지원 탈락에 너무 노여워 말기를

1월부터 3월까지는 예술인들의 보릿고개다. 풍요를 넘어 과잉의 시대에 무슨 소리냐고 하겠지만, 새로운 활동 시작은 한참 멀고 학교도 개학 전이라 예술인들의 주머니에는 삭풍만 드나든다. 이 시기에 부산문화재단의 지역 문화예술 특성화 지원 심사가 시작되고 결과도 발표한다. 2019년 선정 비율을 보면 장르에 따라 다른데, 대략 50% 내외다. 선정 여부가 예술인의 한 해 활동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보니 심사 기관은 탈락자가 납득할 정도의 공정성 확보에 힘을 기울인다. 공정성 확보가 심사 기관의 고민이라면, 심사 위원 입장에서 어려운 점은 시작하지도 않은 작품을 판단하는 일이다.
무용단 ‘레드스텝’의 야외춤 공연 모습. 박병민 사진가 제공
심사의 공정을 위해 기관에서는 계량화·정형화 할 수 있는 기준은 최대한 규격화해 두었다. 심사 항목은 ▷신청 주체의 전문성 ▷사업의 예술적 우수성 ▷사업계획의 충실성 및 실현 가능성 ▷지역문화발전에 기여도와 파급효과 ▷예산계획의 타당성 및 적정성이다. 이 중 ‘사업의 예술적 우수성’은 계량화가 불가능하다. 예술적 우수성은 작품이 완성된 후에 비로소 판단할 수 있는데도 이마저 서류로 판단해야 한다. 더 곤란한 점은 예술적 우수성의 세부항목이 ‘사업의 예술적 우수성은 탁월한가?’와 ‘사업의 질적 수준이 뛰어난가?’라는 것이다. 심사하는 사람은 시작하지도 않은 작품을 두고 우수한 정도를 넘어 ‘탁월하게 우수한지’를 판단하고 ‘질적 수준’까지 예상해야 한다. 정형화한 서류로만 말이다.

이렇게 되면 지원자의 예술적 우수성보다 심사 위원의 예술적 안목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현되지 않은 창작을 두고 가능성과 예술성을 가늠할 때 심사위원은 자신의 역량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말이다. 심사 위원을 인력풀에서 무작위로 선정하는 것으로 선정의 공정성을 확보할지는 몰라도 심사위원의 안목을 검증할 방법은 없다. 심사에 참여하는 창작자, 비평가, 기획자, 교육자 모두 한계가 있고, 자신의 분야를 기준 삼아 판단한다. 이런 상황에서 심사에 탈락한 예술가가 불만을 품는 것을 탓할 수만은 없다. 얼마 전부터 전국적으로 심사의 공정성을 위해 심사과정을 공개하고 있다. 공개된 상태에서는 아무래도 심사위원의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줄어들 것이라는 점과 비공개 심사에 대한 불신을 어느 정도 없앨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부산문화재단도 일부 심사과정을 공개할 계획을 세웠다고 하니 심사 공정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눈물겨울 지경이다.

문제가 있지만 현재로는 불가피한 창작지원 심사에서, 심사를 받고, 하는 입장이 공통으로 신경 쓰는 것이 있는데 바로 ‘새로움’이다. 예술(작품)이 반드시 새로울 필요는 없지만, 사람들은 예술이 항상 새롭기를 기대한다. 문제는 예술가가 제시하는 새로움과 심사 위원이 기대하는 새로움이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예술의 새로움이란 어떤 것일까. 규정하기 쉽지 않지만 ‘맥락 화’라고 말할 수 있다. 예술에서 새로움은 세상에 없던 것을 제시하는 것이기보다 맥락이 없던 것의 맥락을 만들고, 기존 맥락을 재 맥락 화하거나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심사는 예술가의 계획에 어떤 ‘맥락 화’ 의도가 있는지를 읽어내고 그것의 동시대 가치를 알아채야 한다. 이런 심사가 가능하다면 공정성 논란을 비껴가면서 탈락자를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 변명하자면 지원하는 예술가의 어려움만큼은 아니지만, 작품을 보지도 못한 채 맥락을 읽어야 하는 심사 위원도 힘들고 곤혹스럽다. 만약, 당신이 심사에서 탈락했다 해도 그 계획의 가치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만은 알았으면 한다. 언젠가 심사가 필요 없는 날이 올 것을 믿으면서 말이다.

춤 비평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4. 4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5. 5[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6. 6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7. 7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8. 8‘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9. 9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10. 10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3. 3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4. 4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5. 5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6. 6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7. 7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8. 8‘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9. 9靑 정책실장에 하준경 수석, 지방시대위원장에 박정현
  10. 10이 대통령 "전작권 환수로 자주국방 마침표"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4. 4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5. 5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6. 6리사이클링·항만운영·담수화…부산 미래산업 이끌 혁신기술
  7. 7주가지수- 2026년 10월 1일
  8. 8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우수학술 부문
  9. 9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10. 10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연구혁신 부문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6. 6‘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7. 7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8. 8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9. 9“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10. 10검찰 기존 사건 90일 간 수사 가능…대규모 사건이관에 현장혼선 우려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5. 5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6. 6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7. 7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8. 8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속사권총 우승…한국 25번째 金
  9. 9윤규성, 태권도 품새 금메달…한국 남자 개인전 3연패
  10. 10독립운동가 후손 재일교포 허미미, AG 여자 유도 57㎏급 금메달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미리보는 제31회 BIFF
日 70년史부터 ‘올나잇’ 상영회까지…애니 세계로 초대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