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 인권인사회 규탄 성명서
- 국제 NGO, 문 대통령에 서신

신천지예수교회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인권유린을 일삼는 강제 개종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정부, 종교, 미디어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극단적 강제개종 사례로 손꼽히는 고(故) 구지인 씨 사건에 이어, 지난 2018년 1월에도 강제개종으로 인한 두 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후 1년이 넘도록 정부와 종교, 미디어가 일관되게 침묵하면서 결국 국제사회의 비판을 몰고 왔다.

지난해 11월 29일 폭력적 반인권적 강제 개종행위가 일으키는 문제성을 살펴보고 반(反) 이단주의의 실태와 이에 관한 국제적 흐름을 논의하는 세미나가 한국에서 열렸다. ‘신종교운동에 대한 편협과 차별:국제적 문제’라는 주제로 개최된 이번 세미나는 유럽의 신종교연구센터 (CESNUR)와 국경없는인권(HRWF ) 두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신천지예수교회 제공

고(故) 구지인(26·여) 씨 사건은 2017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구 씨는 강제개종 피해를 입은 후 청와대 국민신문고를 통해 피해 사실을 공개하고 신변 보호 및 국가 차원의 조사를 호소했지만 정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결국 구 씨는 2017년 12월 전남 화순의 한 펜션에서 부모에 의해 개종을 강요받다 2018년 1월 사망했다. 강제개종으로 인한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강제개종처벌법 제정을 요청하는 글이 올라왔고 5일 만에 13만 5000명의 동의를 얻었지만, 해당청원은 돌연 삭제됐다. 글에 개인 신상이 포함됐다는 이유였다. 서울 광화문 등 국내 대도시에서 강제개종을 규탄하고 진상조사와 처벌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으나 정부와 종교계는 침묵을 지켰다. 광화문에는 12만여 명이 모인 대규모 집회가 열렸지만 미디어도 침묵했다.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는 청와대에 강제개종 실태조사 및 조치를 취해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는 ‘특정 종교문제에 관여하지 못한다’는 답변만 되돌아왔다. 기독교계는 “강제개종 사실이 없다”고 사실을 부인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및 한국기독교이단상담협회 등이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사이 강제개종 피해자는 2018년 한 해만 131명, 올해는 90여 명이 추가로 발생했다.

최근 강제개종교육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모임인 강제개종피해자연대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강제개종으로 인한 피해는 사망 2건, 폭행 861건, 납치 1221건, 강제휴직 1338건, 수면제 강제 복용 682건, 협박·욕설 1280건, 이혼 43건, 가족사망 1건 등으로 집계되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피해자 수만 해도 1507명에 달한다.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도 수십 명이 강제 개종으로 학업 중단, 직장포기, 가정파탄 등의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신천지예수교회에 따르면 부산지역에서도 최근 들어 강제개종 목사의 사주를 받은 이들이 말씀 교육을 전하는 시온기독교선교센터와 교회 앞에서 갖은 훼방을 하며, 성도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신천지예수교회 측은 강제개종 목사와 관계가 있는 부산 영도 지역에 위치한 ‘A’교회를 찾아 ‘강제개종 근절’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신천지예수교회 관계자는 “1인당 많게는 수천만 원에 달하는 사례금을 받으면서 사업체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강제개종 사업으로 인해 매년 수백 명이 납치·감금·폭행을 통해 개종을 강요받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사법당국은 이에 대해 ‘종교 문제’ ‘집안 문제’란 이유로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07년 첫 종교 살인이 발생한 10월 7일을 강제개종 희생의 날로 선포하고, 추모하고 있다. 강제 개종의 실태를 낱낱이 세상에 알려, 한국이 강제개종이 용인되는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라는 오명을 벗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제가 심각한데도 강제개종 문제에 대해 국내에서 침묵하자 결국 국제사회가 이를 확인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7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인사회 41차 회의에서 유럽 ‘양심의 자유 협의회(CAP-LC)’는 2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수천 명에게 납치, 감금, 폭행 등 피해를 입힌 한국 내 강제개종 실태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대한민국 당국이 강제개종자들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대한민국 정부가 강제개종에 대한 조사를 하고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했다.

또한 지난 7월 발행된 2018년 미 국무부 종교자유보고서에는 구지인 씨 사망사건 이후 광화문에서 대규모로 열린 강제개종 규탄집회가 공식 언급됐다. 같은 달 미 국무부 주관 ‘종교의 자유 증진을 위한 장관급회의’에서도 같은 논제가 다뤄졌다.

국제종교자유원탁회의(International Religious Freedom Roundtables)에서 사례를 발표한 마시모 인트로빈녜 대표는 “신학적 논쟁은 종교 자유의 일부이지만, 신도를 살인하고 납치·감금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라며 15개 국제 NGO 단체가 서명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신’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종교 인권과 관련한 해외 권위자들이 한국을 방문, 강제개종에 대한 학술세미나를 열고 해당 문제를 다뤘다. 이날 발제자들은 새로운 종교에 대한 기성 교단의 편협과 차별적 인식이 강제개종으로 이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윌리 포트레 국경없는인권 대표는 “현재 한국에서 강제개종자들이 벌이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는, 인권의 원칙과 양립 불가한 범죄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인권실태를 우려하는 국제적 목소리는 계속 높아질 것이고, 한국 당국 역시 이를 무시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병준 종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