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년간 탈북예술단원 모습 조명
“한국에는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탈북민들로 구성된 북한공연단원들이다. 목숨을 걸고 강을 건너 한국으로 왔지만, 한국에서의 삶은 절대 쉽지 않다. 자본주의 사회의 경험이 없는 그들이기에 또다시 북한의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의 식량 위기 이후 2019년 상반기까지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은 3만3000명에 이른다. 그들 중 북한공연을 하는 이들은 대략 70~80명 정도로 추측하고 있다.”(‘작가 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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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근 작가의 ‘아리랑 예술단’ 시리즈. 공연을 앞둔 탈북민 예술단원들의 모습과 중국 두만강 변(오른쪽 사진)의 풍경을 담았다. 이동근 제공 |
제10회 일우사진상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자인 이동근(54) 작가가 북한의 춤과 노래를 공연하는 탈북민 공연단, 아리랑 예술단의 삶을 조명하고 기록한 다큐멘터리 사진집 ‘IN THE SPOTLIGHT’(이안북스)를 출간했다. 이 사진집은 이 작가가 7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공연하는 탈북민 예술단원들의 공연과 무대 뒷모습, 중국의 두만강 변 사진 등을 담은 ‘아리랑 예술단’ 시리즈 81점을 담고 있다. 지난해 말 서울 일우스페이스에서 열었던, 같은 제목의 전시 출품작들을 간추렸다. 책에는 작가 노트와 단원들의 사연, 임지현 서강대 사학과 교수와 김소라 미술 비평가의 글이 곁들여졌다.
작가의 렌즈에 포착된 단원들은 하나 같이 명랑한 몸짓과 표정, 화려하지만 다소 촌스러운 공연복과 무대화장을 하고 있다. 북한에서 전문적으로 교육받고 공연 활동을 했던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한국에서 처음 악기를 배워 무대에 오른 이들도 더러 있다. 분단으로 발생한 디아스포라(이산)의 모습인 동시에 여전히 ‘우리’ 안에 편입되지 못한 채 경계에 서 있는 그들의 삶을 작가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하지만 담담하게 포착한다. 이 작가는 “단원들이 무대에서는 화려한 조명을 받지만 그동안 살아온 삶은 정반대다. 목숨을 걸고 탈북했어도 여전히 북한 콘텐츠를 이용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의 부조화를 보여준다. 무대 밖에서는 아무도 보지 않는 이들의 아픔을 생각하면서 작업했다”고 말했다.
탈북민들에게 희망의 강이자 슬픔의 강이기도 한 두만강 변의 풍경을 담은 작업도 눈에 띈다. 책에는 7년 전 아버지와 여동생이 북한을 탈출하다가 두만강에서 실종됐다는 한 단원의 사연이 실렸다. 이 작가는 단원 2명과 중국 두만강에 가서 사진과 영상 작업을 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활동하는 이 작가는 부산 태생으로 경성대 멀티미디어 대학원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사회적 소수자와 부산의 사라져가는 풍경을 기록하고 있다. 2013년 제5회 KT&G 상상마당 한국사진가 지원 프로그램 대상, 2019년 제10회 일우사진상 다큐멘터리 부문에 선정된 실력파 사진가다. 대표작으로는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 가정을 찍은 ‘초청장’ 시리즈, ‘모던시티-좌천아파트’ 시리즈 등이 있다. 이 작가는 ‘초청장’, ‘아리랑 예술단’ 시리즈로 이어지는 디아스포라 연작의 일환으로 입양인들의 삶을 다룬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입양인들 역시 우리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에서 살면서 정체성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제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예술이 사람을 포용할 수 있으면, 이는 예술이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홍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