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소설가 마거릿 애트우드
- 1985년 ‘시녀 이야기’ 후속작
- 길리어드공화국 몰락 과정 그려
- 작년 세계 문학상 ‘부커상’ 수상

캐나다를 대표하는 소설가 마거릿 애트우드(81)가 1985년에 펴낸 소설 ‘시녀 이야기’의 후속작을 들고 돌아왔다.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만 여기는 전체주의 사회를 그린 시녀 이야기는 미국 TV 시리즈 ‘핸드메이즈 테일’(The Handmaid’s Tail)로도 나와 대중적 반향을 일으켰다. 저자는 “시녀 이야기에 대한 독자들의 질문이 바로 이 책에 모든 영감을 주었다”고 말했다. ‘증언들’은 지난해 10월 세계 3대 문학상인 부커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시녀 이야기’를 원작으로 삼은 미국 드라마 ‘핸드메이즈 테일’의 한 장면. 씨네프 제공

책은 전편 ‘시녀 이야기’의 설정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전 지구적인 전쟁과 환경오염, 성병으로 인한 출생률 감소 등으로 미국이 극심한 혼란에 빠진 틈을 타 극우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정권을 잡은 뒤 ‘길리어드 공화국’을 수립한다. 전체주의가 득세하자 여성은 가장 큰 피해자로 전락한다. 계급에 따라 하녀, 아주머니, 시녀, 아내 등으로 역할을 재분류 받게 되고, 불임여성은 식민지로 추방당해 육체노동을 한다. ‘시녀’는 통치자 남성의 집 안에 거주하면서 첩 노릇을 하고 출산의 의무를 짊어지고, ‘하녀’는 허드렛일을 하는 집단이다. ‘아주머니’는 하층 여성을 관리하고 교육하는 엘리트 여성 집단이다. 그러나 ‘아주머니’들은 남성 비밀경찰의 감시를 받는다. 여성을 오직 자궁이라는 생식기관을 가진 도구로 보는 설정, 성과 가부장적 권력의 어두운 이면을 파헤치는 통찰로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속편 ‘증언들’은 각기 다른 환경과 직업을 가진 세 여성의 증언을 바탕으로 전작에서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와 함께 길리어드 정권의 몰락 과정을 다루고 있다. 시녀 이야기로부터 15년 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흡인력이 상당하다. 또한 전작에서 독자들의 가장 큰 궁금증을 부른 주인공인 ‘시녀’ 오브프레드의 생사와 그녀의 빼앗긴 딸에 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여성들의 증언이 교차하면서 길리어드를 둘러싼 안팎의 이야기와 이를 전복하기 위한 비밀스러운 투쟁이 펼쳐진다. 특히 전작에서 악명 높은 교육자이자 철의 여인 리디아 아주머니가 증언자 중 한 명으로 길리어드의 부패한 권력자 민낯을 드러내는가 하면, ‘아주머니’ 계급이 만들어지게 된 과정부터 그들 간의 대립과 모략 등 치부를 상세히 기술한다. 또 다른 증언자는 길리어드의 마수에 삶이 통째로 흔들린 캐나다 소녀 데이지다. 데이지의 녹취록에서는 길리어드 국외의 상황이 상세히 묘사된다. 마지막 증언자는 아그네스다. 사령관의 양녀로 키워지나 결국에는 팔려 가듯 다른 사령관과 결혼해야 하는 위기에 처한다.

“이 작품은 오늘날의 세상을 다룬 이야기다”는 부커상 심사위원장 피터 플로렌스의 말처럼 길리어드는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길리어드의 조혼, 대리모 문제는 제3세계 여성들이 지금도 겪고 있는 문제이며, 여성에게 재생산 기능만을 강조하며 낙태와 유산을 죄악시하는 규범은 ‘낙태죄’를 둘러싼 논란을 시사한다.

정홍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