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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도의 '논어와 음악'-세상을 밝히는 따뜻한 울림 <2> 제1곡-학이시습

善(선)을 배우고 실천않으니 어찌 사람이 되랴, 전두환 씨를 향한 경종

논설위원이 여는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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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수양의 실현 추구한 공자
- 잘못 반성 못하는 기성세대에
- 사회적 목탁으로 가르침 전해
- 대학 진학 앞둔 청소년들에겐
- 호학 상징으로 가슴 속에 새겨

일제 강점기 저항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이며 승려였던 만해 한용운의 발자취가 뚜렷한 강원도 백담사에서 지난해 12월 중순 전해진 소식은 맑은 지성과 혼탁한 욕망의 절연처럼 여겨졌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8년 11월 23일 5·18 및 5공 비리 책임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백담사에 칩거했습니다. 1990년 12월 말까지 생활하며 남긴 의류 이불 등 생활용품을 30여년 만에 치워버렸다고 합니다. 앞서 전 씨는 골프 회동과 ‘12·12 오찬’(사진)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습니다. 전 씨는 사자명예훼손 재판 당사자임에도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며 출석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백담사 스님들이 느꼈을 송신스러움이 오죽했을까 싶습니다.

만해가 남긴 ‘雪夜’(설야)라는 한시가 떠오릅니다.

‘사방 산 감옥 에워 눈은 바다 같은데/찬 이불 쇠와 같고 꿈길은 재와 같네./철창조차 가두지 못하는 것 있나니/밤중의 종소리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정민 한양대 교수는 일제강점기 철창에 갇혀 그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지은 이 시를 정신의 높이로 읽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육신을 비웃기라도 하듯, 깊은 밤 종소리가 철창을 넘나들어온다. 어디서 온 종소리냐? 누가 보낸 종소리냐? 육신이야 비록 갇혀 영어(囹圄)의 신세라 해도, 깨어 있는 내 자유로운 정신의 푯대만은 아무도 꺾을 수가 없다’.(정민 평역, 우리 한시 삼백수 7언절구 편, 김영사, 2013)

만해가 보낸 종소리에 귀를 닫은 꼴인 전 씨에겐 기회가 아직 있습니다. 올해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았습니다. 전 씨는 반성하고 사죄하고 자숙해야 합니다.

   
팻 메스니와 찰리 헤이든의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 러브 테마’(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거나 인터넷에서 https://youtu.be/qEwXcgwzIYE를 치면 감상할 수 있습니다.)를 다시 들으며 ‘학이시습’과 함께 만해와 같은 듯 다른 공자의 경종의 의미를 되새겨보겠습니다.

■‘논어’ 1편 1장의 큰 뜻

‘논어’(論語) 1편 1장은 ‘학이시습’(學而時習)으로 시작합니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누구나 한번 들어봤을 유명한 구절입니다. 그만큼 많은 학자가 주석을 달았습니다. ‘배운다는 것은 본받는다는 의미이며, 익힌다는 것은 새가 날갯짓하는 것과 같다’는 송나라 회암(晦庵) 주자(朱子)의 것이 대표적입니다.

여기까진 잘 알려진 내용입니다. 한 가지 보탠다면 배운다는 그 자체에 희열을 느끼는 경험입니다. 공자의 언명, 회암의 해석, 그리고 다시 명나라 학자 퇴암(退菴) 등림(鄧林)의 비지(備旨)까지. 온전하게 고전 원문에서 배우고 익히며 기뻐한다는 의미를 되새김질하는 일 말입니다. 안도현 시인의 시를 빌자면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며 자문할 수 있겠지요. 공자의 참모습에 조금이라도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랄까요.

‘학이시습’에 공자 삶의 목적이 담겨있다고 합니다. 뭘 배우겠습니까. 바로 사람이 되고, 군자가 되는 길입니다. 그러니 배움은 기쁨의 원천이지요. ‘벗이 먼 곳으로부터 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하며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과 그것을 공유하며,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성내지 않으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라고 스스로 위로합니다.

공자의 삶은 인간적 슬픔과 정치적 좌절로 얼룩졌습니다. 아들 백어(伯魚)를, 애제자 안연(顔淵)과 호위무사 자로(子路)를 당신보다 먼저 보냈습니다. 사람을 사랑하라며 인치(仁治)를 내세웠으나 외면당했습니다. 그 슬픔과 좌절을 호학(好學)의 기쁨으로 승화했습니다. 멋지지 않습니까.

그래서 공자의 언명은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고 명쾌합니다. 회암은 공과가 있지요. 공자를 성인의 반열에 올려놓았지만, 한편으로 교조화했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이에 비해 퇴암은 집단지성의 표본으로 여겨집니다.

퇴암이 ‘학이시습’을 어떻게 설명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사람의 성품은 다 선(善)하니 그 선함을 밝혀 처음을 회복하고자 한다면 실마리가 배움에 힘입어야 한다. 그 어려움을 괴롭다고 여겨 기뻐하지 않는 사람은 배움이 익숙하지 못한 까닭이다. (…) 조용히 침잠해서 공부하면 기쁘게 스스로 터득해 나아감이 그칠 일이 있겠는가’.(원본비지 논어집주, 학민문화사)

여기서 빠트려서는 안 되는 대목이 있습니다. 공자는 자기 수양에 더해 끊임없이 사회적 실천을 추구했습니다. 배움과 실천을 수레의 두 바퀴처럼 굴렸습니다. 이러니 공자를 사회의 목탁(木鐸)으로 여겼겠지요.

‘천하에 올바른 도가 없어진 지 오래되었다. 하늘이 장차 부자(공자)로 목탁을 삼으리라’(天將以夫子爲木鐸)는 말을 ‘팔일’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즘 스님이 사용하는 것과 달리, 당시 목탁은 정사를 가르칠 때 흔들어 사람을 경계하는데 썼다고 합니다. 전두환 씨처럼 반성 없는 사람에게 안성맞춤인 경종 아니겠습니까.

■청춘세대 호학의 상징 엄연

   
기성세대가 반성해야 할 사회적 목탁 역할도 여전하지만, 청춘세대에게 호학의 상징으로 공자의 가르침은 엄연합니다. 그 이야기를 하기 앞서 재즈 뮤지션들이 즐겨 연주하는 곡, 키스 자렛 트리오의 ‘내가 만약 종이라면’(If I Were A Bell)(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거나 인터넷에서 https://youtu.be/CZp0MuiR6H0를 치면 감상할 수 있습니다.)을 들어보시죠.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Guys and Dolls)에 나온 원곡을 키스 자렛이 변주했습니다. 개리 피콕의 베이스 라인, 잭 디조넷의 드럼 비트와 키스의 피아노 선율이 조화를 이룹니다. 고3 수험생 시절을 보내고 대학에 진학하는 청춘들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원곡에 나오는 종소리가 많은 학교에서 수업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그 소리입니다.

지난해 12월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가 발표되었을 때 두드러진 수험생이 있었지요. 이번 수능 응시자는 48만4737명이었고, 만점자는 15명. 김해외국어고등학교 송영준 군은 꼴찌로 고교에 입학해 수능 만점이란 성과를 거뒀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송 군도 이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대학에선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송 군처럼 대학에 진학하는 많은 이가 ‘학이시습’에 충실해야겠지요. 그래야 ‘안다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한다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옹야’편)는 사실을 체득할 수 있을테니까요. 여기에 더해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미혹되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위정’편)는 경고를 명심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남에게 잘 보이려는 위인지학(爲人之學)이 아니라 자신을 갈고 닦은 위기지학(爲己之學)이 이뤄집니다. 제대로 배움의 세계에 빠져보고, 배운 것을 사회에서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 우리 모두의 일이기도 합니다.


오는 30일엔 ‘온고이지신’으로 찾아오겠습니다.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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