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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연극의 해 부산연극계 긴급 진단 <하>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관객 불러모을 콘텐츠 늘리고, 소극장 인프라·지원 확대 나서야

  • 국제신문
  • 민경진 기자
  •  |  입력 : 2020-01-14 19:02:26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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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각성 인지… 각계 머리 맞대
- 자체 제정 ‘아름다운 연극상’
- 중장년 대상 연극체험 등 시도
- 스스로 반성·극복 노력 따라야
- 무대장비 보관소·인센티브 등
- 市, 장기 발전방향 수립도 필요

최근 수면 위로 떠 오른 부산 소극장들의 운영난 문제로 연극계의 우려가 크다. 하지만 ‘문화 생태계’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게 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오랜 침체에 빠졌던 연극계가 다시 한번 머리를 맞대게 됐고, 심각성을 인지한 지자체도 현장 소통에 나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역시 소극장 문제로 집약된 연극계의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다양한 조언을 내놨다. 이들은 순간의 위기를 모면할 땜질식 처방이 아닌 연극계가 당면한 현실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부산연극협회 주최로 열린 ‘2020 부산연극제를 위한 부산연극협회 공청회’에서 참가자들이 연극제 발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국제신문DB
■연극계 자구책 고심

순수예술로서의 연극이 어려움을 겪은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란 점에서 내부에서는 ‘잃어버린 관객’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찬영(전 부산시립극단 단원) 배우는 “완성도 높은 작품에는 여전히 관객이 있다”며 “연극이 사회적 여건이나 경기에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연극인 스스로도 극복하려는 노력과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 차원에서 지난해 말 지역 연극인들이 중심이 돼 만든 ‘아름다운 연극상’은 새로운 시도로 관심을 끈다. 이 상은 박 배우를 비롯해 지역 연극계 인사 6명이 뜻을 모아 마련했다. 연극의 본질을 되새기고,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자는 취지에서 수상 분야와 범위 등을 제한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달 초 열린 제1회 시상식 수상자로는 청춘나비소극장 강원재 대표가 선정됐다. ‘나는 연출이다’의 제작 콘셉트를 확립해 연극의 새로운 진로를 개척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1984년 창단한 극단 새벽도 관객을 연극의 적극적인 향유자로 끌어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갈수록 젊은층의 관심이 줄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부터 20~40대를 대상으로 ‘제 31회 효로드라마스쿨(아마추어 연극교실)’ 수강생을 모집했는데 정원 미달로 강의를 열지 못하게 됐다. 프로그램 개설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극단 측은 세대별 맞춤형 접근을 비롯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극단 새벽 관계자는 “청년들과 좋은 작품을 함께 보는 객석나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효로드라마스쿨에 60대 이상의 참가 문의가 부쩍 늘었다는 점에서는 중·장년 대상의 연극 체험을 해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한편 부산연극협회 부산소극장연극협의회 부산시는 15일 업계 현안을 논의하는 간담회 자리를 갖기로 했다. 부산소극장연극협의회 측은 “당장 대안을 찾기 보다는 소극장의 어려운 점을 비롯해 현재 상황을 시에 전달하려고 한다”며 “간담회 한 번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소극장과 부산연극의 발전 방향 등을 논의하는 자리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시 장기플랜 내놔야

관객들에게 수준 높은 지역 연극을 제공하려면, 건강한 문화 생태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연극계 자체의 노력뿐 아니라 지자체인 부산시의 역할도 중요하다. 특히 최근 공론화된 소극장 운영난과 관련해서는 시도 적극적으로 해법 찾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허은 전 경성대 연극영화학부 교수는 “일정 규모 건축물에 의무적으로 작품을 설치하는 것처럼 시 조례로 소극장을 들인 건물주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며 “소극장 운영 노하우를 공유·연구하고, 지역사회와 연계한 공간 활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1995년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만들어진 건축물 미술 작품 제도는 1만㎡ 이상 건축물에 미술 작품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후 부산에만 미술 작품 1800여 개가 설치됐다.

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인프라 역시 부족하다. 지역 연극계는 현재 가장 필요한 시설로 ‘무대장비·소품 보관소’를 꼽는다. 극단 대부분이 영세하다 보니 공연에서 선보인 소품이나 의상을 따로 보관할 곳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시도 예술지원센터 형식으로 지원할 계획을 내놨다. 시가 구상하는 센터는 보관소를 비롯해 공연 연습공간, 공연장, 아트살롱, 아카데미 등을 포함한다. 시 관계자는 “조명 무대설치 등 테크니션 교육으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연극계가 겪는 보관소와 연습실 부족 문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소로는 2018년 폐교한 동구 좌천초등학교 건물이 논의되고 있다. 시는 주민 의견 수렴, 동구청 협의 등을 거쳐 상반기 중 결론을 내겠다는 방침이다.

장기적으로 부산 연극의 발전 방향도 체계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허 교수는 “감성적 접근보다는 부산문화재단과도 연계해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연극의 시장 환경도 달라진 만큼 제도와 관례에 얽매이지 말고 장기적인 TF팀을 가동하는 방안도 고려해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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