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상헌의 부산 춤 이야기 <31> 부산 신진예술 페스티벌 리뷰

장르 결합의 시너지 vs 춤으로 밀고 간 뚝심… 수작의 다른 맛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1-13 19:25:42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이팝 무용단 ‘똥:방 안의 코끼리’
- 압도적 퍼포먼스·작품 전개 뚜렷
- 의도된 과잉은 과한 연출로 읽혀

- 프로젝트 가마의 ‘진실의 변주’
- 무대 반 정도 차지한 의자 영향
- 춤 더 돋보이는 공간 안배 부족

지난 연말 ‘부산 신진예술 페스티벌’(아래 ‘페스티벌’)이 부산문화회관과 시민회관에서 열렸다. 공모로 가려 뽑은 여덟 작품 중 무용은 이팝 무용단의 ‘똥: 방 안의 코끼리’(안무 박연정, 이하 ‘똥’)와 한국 춤 프로젝트 가마의 ‘진실의 변주’(안무 한지은)이다.
부산 신진예술 페스티벌에 출전한 이팝 무용단의 ‘똥: 방 안의 코끼리’. 부산문화회관 제공
‘똥’은 4년 전 공연했던 작품으로 초연 때 연출 방식과 압도적인 퍼포먼스가 화제였다. 주제는 ‘욕망의 과잉’이다. 해소하지 못하고 쌓이기만 하는 욕망은 변비로 발현되고, 사회는 이것을 개인 생활습관 탓으로 돌리면서 문제의 본질을 은폐한다. 작품은 은폐된 욕망·배설의 문제를 개인에서 사회 구조적 문제로 드러내 떠들썩하게 확장한다. 무대 깊이를 분할해 작품 전개를 뚜렷이 하고, 힘들게 배설하는 상황을 코믹하고 유려한 춤으로 풀어낸다. 하나의 작품으로도 손색없는 애니메이션, 엄청난 숫자의 ‘뚫어뻥’, 일상을 옭매는 넥타이를 변형한 지하철 손잡이, 똥 덩이 의상, 변비 방석, 하이힐을 신은 거대한 코끼리 등 쉬지 않고 등장하는 상징들은 오직 ‘욕망과 배설’이라는 한 지점을 향해 달린다. 주목할 상징은 하이힐 신은 코끼리 뒷부분이다.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하는 욕망이 남성의 그것보다 과도함을 알리는 이 중요한 표현은 아쉽게도 수많은 이미지에 섞여버렸다. 수십 명의 출연자, 다양한 이미지, 공간을 압도하는 소리, 쉼 없이 전개되는 속도까지 모든 것이 과한 욕망과 힘겨운 배설을 강조하려는 의도된 과잉으로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 연출의 과한 욕심으로 읽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각 상징이 차지하는 의미의 비중이 균일하고 동어반복이 보이기 때문이다. 여러 면에서 수작(秀作)으로 평가할 작품임은 분명하다. 다만 여러 요소 간의 강약과 경중을 분명히 하고 조금 덜어냈다면 어땠을까 싶다.

‘진실의 변주’는 ‘다양한 정보와 소통 속 진실에 대한 고찰’이 주제다. 그런데 ‘진실’이 ‘진리’와 뒤섞이면서 주제를 이해하기 위한 복잡한 독해력이 필요했다. 무대를 압도하는 거대한 의자에 경전의 한 페이지가 영상으로 겹치면서 의자는 ‘진실’이 아니라 ‘진리’의 상징이 된다. 경전은 ‘진리’이지 가치가 상대적으로 변하는 ‘진실’이 아니다. 의자 위는 진리의 세계이고, 아래는 진리가 개인에게 적용되어 진실의 문제가 되는 현실 공간이다. 춤꾼들이 팔만대장경을 이운(移運)하듯 천 뭉치를 머리에 이고 움직이면서 ‘진리’가 현실에서 ‘진실’로 변주된다. 변주란 주제를 반복, 변형하면서 확산하는 것이다. 전통 연희의 오브제들과 다양하게 변주되는 춤에서 진실의 다층적 면을 담으려는 안무 의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춤을 중심에 두는 의도가 분명한데도 춤이 돋보일 공간을 놓친 것은 아쉽다. 무대 공간 반 정도를 차지하는 의자 때문에 움직임이 한정됐고, 동선이 무대 앞쪽으로 치우쳤으며, 군무 대형을 다양하게 펼치지 못했다. 세밀한 오브제와 절제된 연주, 각각의 소리 균형을 잘 맞춘 음향과 적절한 조명, 춤의 높은 밀도에도 불구하고 공간 분배는 고민할 문제다.

‘똥’은 춤과 연극, 영상, 조형예술, 음악 등 타 장르가 수평적으로 결합해 시너지를 냈다. ‘진실의 변주’는 주제 표현을 위해 무대미술과 음악에 의지했지만, 전체적으로 기존 안무·연출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끝까지 춤으로 밀고 나가는 뚝심을 보여주었다. 두 작품은 춤 창작의 대표적 방식을 대조적으로 보여주었고, 작년 한 해 부산 춤 공연 중 단연 돋보였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부산 신진 예술가의 완성도 높은 작품을 한 무대에서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이번 페스티벌의 큰 덕목이다. 이런 기회가 많을수록 춤이 살고, 춤으로 살리는 공동체가 가까워진다.

춤 비평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올해 임시·일용근로자 31년來 최소…40세 이상에 감소 집중
  2. 2‘운명의 일주일’… 가덕도신공항 난제 풀 대책 나올까
  3. 3‘부캉이’ 수로 떠난 날 북항 기름 유출 원인은 유조선
  4. 4HD현대중공업 기본급 12만 원 인상 골자 올해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 마련
  5. 5부산항 인근에 머물고 있는 ‘부캉이’ 이모티콘도 나왔다
  6. 6태풍 ‘참피’ 영향 부산 이틀 동안 112㎜ 비…주택 담장 무너져
  7. 7CNN,“서울이 뉴욕이면 부산은 LA”…부산 조명
  8. 8[속보]‘부캉이’ 이틀 연속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인근서 관측
  9. 9부산에서 광저우·샤먼으로 가는 직항 하늘길 처음 열렸다
  10. 10중학생이 소화기로 진화 시도…부산 스터디카페서 불
  1. 1[속보] 한동훈 “오세훈 무죄 판결에 참 다행스럽다 생각”
  2. 2‘YS 오른팔’ 故최형우 빈소 조문한 김민석 “여야 넘어 성찰”
  3. 3법무장관 후보 검찰출신 박균택·양부남 2인 압축
  4. 4북한군 자주포, 韓 카메라에 찍힐만큼 가까이 배치 …접경지 긴장고조
  5. 5김정은, 중국 6·25참전기념관서 “조중친선 영원히 계승”
  6. 6김정은 방중, 북중혈맹 과시, 경제협력 확대에 무게
  7. 7법무장관 박균택·양부남 유력, 野 "李 죄 지우기 인선이냐"(종합)
  8. 8[2026 국감 브리핑] 정동만 “부산에 금융·해양 공공기관 집중 배치해야”
  9. 9울산 동구의회 의원 내년 월정수당 15% 인상
  10. 10李대통령, 26일 ‘농어민과 대화’…농지조사·CPTPP 등 의견수렴
  1. 1올해 임시·일용근로자 31년來 최소…40세 이상에 감소 집중
  2. 2‘운명의 일주일’… 가덕도신공항 난제 풀 대책 나올까
  3. 3CNN,“서울이 뉴욕이면 부산은 LA”…부산 조명
  4. 4[속보]‘부캉이’ 이틀 연속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인근서 관측
  5. 5부산에서 광저우·샤먼으로 가는 직항 하늘길 처음 열렸다
  6. 6‘책임경영 선언’ 정용진 이마트 대표 내정…신규임원 역대 최대
  7. 7'삼성고시' 24~25일 실시, 신입사원 연말 최종 선발
  8. 8롯데 6개 계열사, 베트남 현지인력 채용 나선다
  9. 9SK하이닉스, 솔리다임 상장 중단…중복상장 논란에 주주 반발
  10. 10국회 재경위 "종부세 개편 땐 임차인 세부담↑·수도권 집중 심화"
  1. 1‘부캉이’ 수로 떠난 날 북항 기름 유출 원인은 유조선
  2. 2HD현대중공업 기본급 12만 원 인상 골자 올해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 마련
  3. 3부산항 인근에 머물고 있는 ‘부캉이’ 이모티콘도 나왔다
  4. 4태풍 ‘참피’ 영향 부산 이틀 동안 112㎜ 비…주택 담장 무너져
  5. 5중학생이 소화기로 진화 시도…부산 스터디카페서 불
  6. 6프로야구 입장권 부정구매 후 최대 12배 웃돈 받고 되팔아
  7. 7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26일 아침까지 이어져
  8. 8경기 안성 저수지 낚시터서 초등학생 물에 빠져 숨져
  9. 9창원 휴대전화 부품업체서 40대, 낙하물 맞아 숨져
  10. 10'시장 캠프·인수위 출신' 창원시 산하기관장 후보 4명 청문 줄줄이
  1. 1태풍 ‘참피’영향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취소
  2. 2안세영, 시즌 10번째 우승…프랑스오픈 3연패
  3. 3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4. 4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5. 5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6. 6‘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7. 7‘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8. 8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9. 9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10. 10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우리은행
한국문학관 기행
바람처럼 자유로운 김홍신 문학을 ‘건축언어’로 표현한 공간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지나-마음
남인목-웃는 나무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6일 (음 9월 16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2일 (음 9월 12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지리산 연곡사를 찾아 시 읊은 매천 황현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