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팝 무용단 ‘똥:방 안의 코끼리’
- 압도적 퍼포먼스·작품 전개 뚜렷
- 의도된 과잉은 과한 연출로 읽혀
- 프로젝트 가마의 ‘진실의 변주’
- 무대 반 정도 차지한 의자 영향
- 춤 더 돋보이는 공간 안배 부족
지난 연말 ‘부산 신진예술 페스티벌’(아래 ‘페스티벌’)이 부산문화회관과 시민회관에서 열렸다. 공모로 가려 뽑은 여덟 작품 중 무용은 이팝 무용단의 ‘똥: 방 안의 코끼리’(안무 박연정, 이하 ‘똥’)와 한국 춤 프로젝트 가마의 ‘진실의 변주’(안무 한지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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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신진예술 페스티벌에 출전한 이팝 무용단의 ‘똥: 방 안의 코끼리’. 부산문화회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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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은 4년 전 공연했던 작품으로 초연 때 연출 방식과 압도적인 퍼포먼스가 화제였다. 주제는 ‘욕망의 과잉’이다. 해소하지 못하고 쌓이기만 하는 욕망은 변비로 발현되고, 사회는 이것을 개인 생활습관 탓으로 돌리면서 문제의 본질을 은폐한다. 작품은 은폐된 욕망·배설의 문제를 개인에서 사회 구조적 문제로 드러내 떠들썩하게 확장한다. 무대 깊이를 분할해 작품 전개를 뚜렷이 하고, 힘들게 배설하는 상황을 코믹하고 유려한 춤으로 풀어낸다. 하나의 작품으로도 손색없는 애니메이션, 엄청난 숫자의 ‘뚫어뻥’, 일상을 옭매는 넥타이를 변형한 지하철 손잡이, 똥 덩이 의상, 변비 방석, 하이힐을 신은 거대한 코끼리 등 쉬지 않고 등장하는 상징들은 오직 ‘욕망과 배설’이라는 한 지점을 향해 달린다. 주목할 상징은 하이힐 신은 코끼리 뒷부분이다.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하는 욕망이 남성의 그것보다 과도함을 알리는 이 중요한 표현은 아쉽게도 수많은 이미지에 섞여버렸다. 수십 명의 출연자, 다양한 이미지, 공간을 압도하는 소리, 쉼 없이 전개되는 속도까지 모든 것이 과한 욕망과 힘겨운 배설을 강조하려는 의도된 과잉으로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 연출의 과한 욕심으로 읽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각 상징이 차지하는 의미의 비중이 균일하고 동어반복이 보이기 때문이다. 여러 면에서 수작(秀作)으로 평가할 작품임은 분명하다. 다만 여러 요소 간의 강약과 경중을 분명히 하고 조금 덜어냈다면 어땠을까 싶다.
‘진실의 변주’는 ‘다양한 정보와 소통 속 진실에 대한 고찰’이 주제다. 그런데 ‘진실’이 ‘진리’와 뒤섞이면서 주제를 이해하기 위한 복잡한 독해력이 필요했다. 무대를 압도하는 거대한 의자에 경전의 한 페이지가 영상으로 겹치면서 의자는 ‘진실’이 아니라 ‘진리’의 상징이 된다. 경전은 ‘진리’이지 가치가 상대적으로 변하는 ‘진실’이 아니다. 의자 위는 진리의 세계이고, 아래는 진리가 개인에게 적용되어 진실의 문제가 되는 현실 공간이다. 춤꾼들이 팔만대장경을 이운(移運)하듯 천 뭉치를 머리에 이고 움직이면서 ‘진리’가 현실에서 ‘진실’로 변주된다. 변주란 주제를 반복, 변형하면서 확산하는 것이다. 전통 연희의 오브제들과 다양하게 변주되는 춤에서 진실의 다층적 면을 담으려는 안무 의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춤을 중심에 두는 의도가 분명한데도 춤이 돋보일 공간을 놓친 것은 아쉽다. 무대 공간 반 정도를 차지하는 의자 때문에 움직임이 한정됐고, 동선이 무대 앞쪽으로 치우쳤으며, 군무 대형을 다양하게 펼치지 못했다. 세밀한 오브제와 절제된 연주, 각각의 소리 균형을 잘 맞춘 음향과 적절한 조명, 춤의 높은 밀도에도 불구하고 공간 분배는 고민할 문제다.
‘똥’은 춤과 연극, 영상, 조형예술, 음악 등 타 장르가 수평적으로 결합해 시너지를 냈다. ‘진실의 변주’는 주제 표현을 위해 무대미술과 음악에 의지했지만, 전체적으로 기존 안무·연출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끝까지 춤으로 밀고 나가는 뚝심을 보여주었다. 두 작품은 춤 창작의 대표적 방식을 대조적으로 보여주었고, 작년 한 해 부산 춤 공연 중 단연 돋보였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부산 신진 예술가의 완성도 높은 작품을 한 무대에서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이번 페스티벌의 큰 덕목이다. 이런 기회가 많을수록 춤이 살고, 춤으로 살리는 공동체가 가까워진다.
춤 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