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이 신세 한탄 조로 말씀하시는 것 중의 하나가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쓰면 책을 몇 권이고 쓰고 남을 거야!’다. 그렇게 많은 나이가 아니더라도 이런저런 술자리에서 나오는 이야기도 거의 같은 레퍼토리다. 누구나 지나온 이야기는 소설처럼, 영화처럼 참으로 어렵고 힘든 세월 속에서 때로는 실패의 웅덩이를 만나기도 하고, 첫아이를 만난 탄생의 순간처럼 말로 할 수 없는 기쁨의 시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 이야기를 한잔의 술잔과 함께, 또는 햇살 잘 드는 커피숍에 둘러앉아 순간의 수다로 짧지 않은 시간을 메워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근데, 이런 우여곡절 많은 이야기를 한편의 글로 써보라고 한다면 과연 지금까지 말로 풀어놓은 것에 비교해 얼마만큼이나 제대로 쓸 수 있을까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말이 아니라 글이라는 것으로 표현 방법이 바뀌는 순간 소위 ‘멘붕’에 빠지는 것이다.
요즘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글 쓰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범위가 조금씩 넓어져 가고 있다.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 SNS를 통해 순간의 느낌을 짧은 글로 재치 있고 유머러스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그런 글들이 이제는 책으로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또 다른 글쓰기로 이어지고 그 글 속의 생각이 다양한 생각과 문화로 엮이면서 주위에 제법 글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글쓰기는 단순히 나의 이야기가 글로 바뀌는 것에서 나아가, 글로 주위와 소통하고, 관계를 만들어 가고, 더 나아가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생활 문화를 만들어가는 기초가 된다. 그런 글쓰기의 좋은 본보기를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정문숙 작가는 몇 년 전부터 문화원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강좌를 열었다. 작가와 글쓰기를 배우는 모두가 지난한 학습과 경험을 한 편의 수필로 만들었다. 나무를 깎아 조각 작품을 만들어나가듯 잊고 있었던 이야기와 뒤섞여 있던 이야기를 한편의 소설 같이 풀어내는 방법이 담겼다. 어떤 글이 잘 쓴 글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을 덮을 때쯤은 ‘나도 한번써볼까?’라는 생각과 ‘잘은 몰라도 쓸 수는 있겠다!’라는 작으나마 자신감은 얻을 수 있으리라 본다. 오후 4시. 저녁도 아닌 애매한 시간이다. 그 자투리 시간, 차 한잔 옆에 두고 나의 과거로 달려가 글 한번 써볼까나. 그냥 글쓰기 도움 책으로 보기엔 아까운 ‘에세이’ 책이다.
문우당서점·도서출판 스토리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