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부산 문화계는 영화의전당과 부산국제영화제 통합 이슈, 공공기관 수장들의 막말 및 갑질 논란 등으로 시끄러운 한 해였다. 올해를 마무리하면서 지역 문화계의 주요 이슈들을 7가지로 정리했다.
#전 시립미술관장 특정 기념품 강요 갑질 의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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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미술계 인사들이 지난 8월 부산시립미술관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
올해는 부산 공공 문화시설 수장이 막말과 이른바 ‘갑질’ 논란에 휩싸이며 홍역을 치렀다. 지난 8월 부산시립미술관 김선희 전 관장은 미술관 내 기념품 아트숍에 판매 상품 변경이나 특정 작가의 작품을 거론하며 진열· 판매를 강요했고, 자신의 소장품을 아트숍에 진열했다는 의혹을 샀다. 부산미협, ㈔부산화랑협회 등 지역 예술단체는 기자회견을 열며 공개적으로 사퇴를 촉구했고, 부산시는 감사를 진행했다. 부산시립미술관장의 임기는 2년이지만 최장 5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김 전 관장은 2년 임기만 겨우 채운 채 사실상 불명예 퇴진을 했다.
부산문화회관 이용관 대표는 지난달 버스 운전기사 A 씨에게 업무 태만 등의 이유로 “정신과 진단서를 받아오라”고 요구하고, 여성 직원 B 씨에게는 전보 조처와 함께 “(의사를 표현할 때) 부드러워지는 법을 배워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노조는 지난 24일 명예훼손·부당전보 등의 이유로 경찰에 고발장을, 지난 11일 부산시에 감사를 촉구하는 의견문을 제출했다.
#현대미술관 블록버스터급 ‘레인룸’ 전국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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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부산현대미술관의 ‘레인룸’ 전시장. 현대미술관 제공 |
개관 2년 차를 맞는 부산현대미술관은 지난 8월 15일 ‘젖지 않는 비’로 알려진 ‘레인룸’을 선보이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관람객이 비가 내리는 전시장을 비에 젖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도록 제작됐다. 설치 미술 작품이 첨단 기술을 만나면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관람객은 지난 22일까지 5만2477명. 전시장에 12명씩 들어갈 수밖에 없어 하루에 최대 540명 정도로 관람객 입장이 제한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완판’이다.
하지만 현대미술관이 이런 전시를 계속 이어 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억 원 수준의 전시예산 규모로는 레인룸과 같은 블록버스터급 작품을 계속 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레인룸을 설치하고 유지·보수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던 탓에 남은 전시 예산이 부족해 미술관에서 가장 큰 전시실을 비워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시립예술단 예술감독 등 추천 뒤 경연으로 채용
부산문화회관은 올해 처음으로 시립예술단 소속 무용단 극단 합창단 국악관현악단 등 4개 단체 예술감독 혹은 수석지휘자를 공개 모집으로 선임하던 방식을 바꾸고 전문가 추천위원제를 도입했다. 지난 2월 ‘예술감독추천위원회’를 통해 후보를 선정하고 후보들은 연습 및 정기공연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경연을 펼쳤다. 합창단 예술감독은 이기선 총신대 명예교수가, 극단 예술감독은 김지용 연출가가 뽑혔다. 무용단 예술감독과 국악관현악단 수석지휘자는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정해질 예정이다. 새 제도 도입을 주도한 부산문화회관 이용관 대표는 “공채는 좋은 분을 모시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모신 만큼 오랫동안 계실 수 있도록 임기도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새 제도에 대한 지역 예술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경연을 통하면 실력과 단원과 호흡이 어느 정도 검증된 예술감독을 데려올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반면 지역 예술인이 소외될 수 있다고 우려도 일고 있다.
# 장소 옮긴 원아페 울고, 유료화 록페스티벌 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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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명생태공원에서 열린 원아시아페스티벌 중 ‘패밀리콘서트’ 공연. 부산관광공사 제공 |
국내 대표적인 K팝 축제로 꼽히는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이하 원아페·10월 19~25일)이 4년 차인 올해 처음으로 장소를 옮겨 개최됐지만 방문객이 급감해 아쉬움을 남겼다.
원아페는 그동안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렸으나, 잔디 훼손과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일정 등으로 북구 화명생태공원으로 무대가 바꼈다. 메인 공연인 ‘케이팝 콘서트’와 ‘패밀리파크 콘서트’는 이곳에서, 나머지 공연은 해운대 등지에서 개최됐다. 상대적으로 문화 소외 지역이었던 서부산권에 수준 높은 문화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지만, 접근성이 떨어져 관객 수가 급감한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지난해 총 27만 명이 행사장을 찾았지만 올해는 15만 명에 그쳤다.
지난 7월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애서 열린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은 무료였던 행사를 올해 유료로 전환했다. 입장료 수입이 생기면서 세계적인 일렉트로닉 듀오 ‘케미컬 브라더스’를 선보였고, 아이돌 그룹 ‘지오디’가 무대에 오르는 등 출연진 면면이 전년도보다 한층 화려하고 다채로워졌다.
흥행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행사를 주관한 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는 관람객이 2만5000명에 달했고, 최종 티켓 판매량은 목표치의 90% 이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에 계획된 수도권 록페스티벌이 티켓 판매가 저조해 줄줄이 개최를 취소한 것과 비교하면 동부산도 아닌 서부산에서 나름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산영상위 20년…외연 넓혔지만 외풍 차단 숙제
1999년 설립된 부산영상위원회가 지난 20일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국내 최초의 영화촬영지원기구로 출범한 부산영상위는 부산아시아영화학교, 한·아세안 차세대 영화인재 육성사업 등 아시아권 영화 인력 양성과 네트워크 구축 등으로 업무 지형을 넓혔다. 자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로케이션 촬영을 지원한 국내외 영화·영상물(드라마 CF 등)은 총 1391편에 달한다. 부산대학교 강상훈 경제통상연구원은 그동안 부산영상위가 창출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7586억 원 규모로 분석했다.
하지만 조직이 잦은 외풍에 시달린 점은 개선해야 할 부문으로 지적됐다. 특히 부산시장이 위촉해 온 부산영상위 운영위원장 자리는 특정 영화인 등 외부 입김에 좌지우지 된다는 뒷말을 낳는 등 파행이 잦았다. 전 운영위원장이 개인사를 이유로 임기 2년의 절반만 채우고 그만두거나, 지역 영화계의 반발로 선임된 사람이 자진 사퇴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시는 운영위원장 선정 방식을 위촉에서 공모로 선회했지만 최근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선임을 하지 못했고, 내년 초 재공모를 추진한다.
#재도약 선언 BIFF, 관객 수 감소 등 존재감 위축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올해를 ‘재도약의 해’로 삼았지만 관객 수가 전년보다 감소하는 등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번에 BIFF를 찾은 관객은 총 18만9116명으로 전년(19만5081명)보다 5965명 적었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최근 BIFF의 축제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되면서 지역에서는 큰 위기감이 감돌기도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BIFF 축제 가치는 2013년 101억 원에서 지난해 46억2000만 원 수준으로 급락했다.
BIFF와 영화의전당의 통합 문제도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지만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양 기관의 의뢰로 동의대 산학협력단이 조사한 자료(BIFF 영화의전당 통합방안 연구 최종 보고서)를 보면 통합의 시너지를 높게 평가했지만 해결 과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뮤지컬 전용관 드림씨어터, BIFC 단지에 오픈
대형 뮤지컬 전용관인 드림씨어터가 지난 4월 문을 열면서 부산이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핵심 지역으로 부상할 것이란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남구 BIFC 단지 내 들어선 드림씨어터는 1727개의 상설 좌석을 갖췄다. 좌석 수만 보면 전국 최대 규모인 서울 블루스퀘어(최대 1750석)와 비슷하다. 또 ‘플라잉 시스템’으로 무대 장치를 빠른 속도로 옮길 수 있어 다채로운 연출이 가능하다. 사각지대가 없는 객석과 최첨단 음향·조명 시스템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드림씨어터는 개관작인 ‘라이온 킹’을 시작으로 첫해부터 대형 작품을 잇달아 올렸다. 특히 20년 만에 한국 공연이 성사된 ‘오페라의 유령’은 서울이 아닌 부산을 국내 첫 공연지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권용휘 민경진 기자
<반론보도> 부산국제영화제 관련
본지는 지난해 12월 16일 자 1면 ‘BIFF의 가치, 5년 새 반 토막’ 등의 보도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자료를 인용, 2013년 101억 원이던 부산국제영화제의 가치가 2018년 46억2000만 원으로 급락하는 등 하락세를 면치 못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인용된 수치는 2014년 10월 다이빙벨 사태로 영화제가 수년 간 계속된 정치적 외압과 탄압을 겪기 전(2013년 7월)과 후(2018년 5월)의 불특정 응답자들의 설문 분석 결과일 뿐 영화제의 종합 가치가 아니며,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해당 분석결과가 여러 해 걸쳐 지속적으로 개최된 행사의 가치를 완전히 반영하는 데에는 제약이 있다고 인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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