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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이상헌의 부산 춤 이야기 <30> 그들을 위해 춤추지 마라

배고픈 지역 예술가의 절박함, 이를 미끼 삼는 정치판과 대학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2-23 18:42:37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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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예술계 성폭력 예방센터
-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
- 정치인 입맛따라 예산 절반 삭감

- 대학선 강사법 핑계로 사람 내쳐
- 김정희 선생 극단적 선택까지
- 권력·자본 거머쥔 세력의 기만

들뜬 연말, 내년 부산시 문화 부문 예산 관련 사건과 한 예술인의 부고가 찬물을 끼얹었다. 중앙 정치판의 혼란에 눈 돌린 틈에 지역 정치인들이 부산 문화예술계를 아무렇지 않은 듯 헤집었고, 대학은 예술가를 내팽개쳤다. 그들이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당하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역 예술계에는 정치판과 대학을 위한 춤이 아닌 예술의 가치를 말하고 건강한 공동체를 위한 춤이 필요하다. 사진은 부산 동구 초량역 일본영사관 소녀상 앞에서 열린 ‘2019년 한반도 평화기원 예술행동’ 퍼포먼스. 청년예술위원회 제공
지난 4일 부산시의회 경제문화위원회 에서 ‘부산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예방센터’(이하 센터) 예산 1억 원 전액을 삭감했다. 센터 설립은 문체부와 예술인들이 성평등 위원회에서 논의한 독자적인 신고센터 설치 권고를 실행한 것이다. 부산문화예술계 성폭력 사건은 신고된 것만 지난해 44건, 올해에 73건에 달하는데, 이에 대응할 사회적 구조가 한 번에 무너졌다.

삭감을 주도한 시의원이 여당 청년·문화예술계 비례대표다. 더 기가 막힌다. 예술인과 시민단체는 강력히 반발하며 해당 시의원 면담을 했다. 시의원은 센터 운영은 부산문화재단이 할 일이 아니라 여성부에서 할 일이라는 논리를 꺾지 않았다. 논란 끝에 추경에서 예산의 반을 확보해서 모양새만 겨우 유지하게 됐지만, 삭감 의도와 그에 동조한 시의회의 입장이 여전히 궁금하다.

이것만이 아니다. 올해 10년째를 맞은 부산 원도심 문화창작공간 ‘또따또가’의 내년 예산이 절반으로 삭감돼 운영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이 사안을 주도한 시의원이 상주 작가 지원 사업을 생활문화와 혼동하고 예술가는 게으르다고 내뱉는 것을 보면서 참담했다. 10년 동안 이룬 예술적 성과와 장소의 가치는 천박한 상업 논리와 예술에 대한 무지에 묻혔다. 예술인들의 연대투쟁으로 예산을 회복했다지만 짓밟힌 자존감은 회복할 수 없고, 그들(삭감에 동조했던 시의원들)의 예술·문화 인식은 이미 드러났다. 그 인식이 변하지 않으면 이런 일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한 시인이 동해안별신굿 전수교육조교 김정희 선생의 죽음을 ‘자결(自決)’이라 표현했다. 자결은 ‘의분을 참지 못하거나 지조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다’라는 뜻이다. 선생은 20년 동안 한 학교에서 강사 신분으로 학생을 가르쳤다. 문제는 강사법이 아니라 강사법을 핑계 삼은 학교였다. 학교는 올해 2학기 강사 채용 조건에 전문대졸 이상이라는 학력 제한을 넣었고, 초등학교가 학력 전부인 선생은 원서를 넣지 못했다.

학력 제한이 문제가 되자 두 달 후 재공채 때 학력 제한을 삭제했지만, 그때는 이미 다른 강사가 채용된 뒤였다. 선생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초등학교만 다니게 한 백부이자 스승인 김석출 선생을 원망했을까. 학교는 법, 규정, 절차 등 정당한 것처럼 보이는 것 뒤에 숨어서 해고통지는 하지 않았다고 발뺌한다. 학교는 선생을 이 땅의 소중한 예인이 아니라 차고 넘치는 강사 후보 중 한 명으로 보았고, 교묘하게 자존감을 짓밟아 기어이 죽음으로 내몰았다. 시인이 말한 ‘자결’이란 표현이 사무친다.

선거철이면 예술인을 위한 정책을 실현하겠다는 정치인의 말에 많은 예술인이 그들을 위해 노래하고 춤췄다. 그들은 예술인들이 원하는 바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절실함 앞에 미끼를 던진다. 의무를 조건으로 내세우며 예술과 예술인을 기만한 것이다. 대학도 예술가의 절박함을 미끼로 삼기는 마찬가지다. 권력과 자본을 거머쥐고서 예술가를 손쉬운 먹잇감으로 취급한다. 그들에게 예술가는 배제 대상이고 그들의 몫에서 예술가와 나눌 것은 없다.

랑시에르는 치안의 논리가 배제를 통해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을 나눈다고 했다. 그들을 위해 춤추지 마라. 우리의 춤은 치안의 허구를 낱낱이 드러내는 것이어야 한다. 예술의 가치를 말하고 ‘몫 없는 자들의 몫을’ 재분배하는 미적 정치를 구현하는 춤이 필요하다. 춤은 사람의 것이다.

춤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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