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년간 반상을 호령했던 이세돌(36)이 인공지능(AI)과의 최종 은퇴 대국에서 아쉽게 패배를 맛봤다. 이세돌은 지난 21일 자신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증도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열린 NHN 바둑 AI 한돌과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치수 고치기 3번기 최종 3국에서 181수 만에 불계로 패했다. 지난달 한국기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이세돌의 마지막 대국이었다.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대결을 벌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이세돌은 자신의 은퇴 대국도 국내 최강인 인공지능과의 대결로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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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 이세돌 9단이 전남 신안군 엘도라도리조트에서 한돌과 세 번째 대국을 마친 뒤 어머니 박양례 씨로부터 꽃다발을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18일 열린 1국에서 흑으로 2점을 먼저 놓는 접바둑으로 붙어 불계승한 이세돌은 다음 날 열린 2국에서 한돌과 호선으로 맞대결했으나 불계패했다. 치수가 다시 2점에 덤 7집반으로 조정된 이날 최종 3국에서 이세돌은 자신의 바둑 인생을 마감하는 자세로 심혈을 기울였으나 인공지능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날 이세돌은 1국과 마찬가지로 세 귀를 차지했고 AI 한돌은 소목에서 두 칸 벌리며 차분하게 출발했다. 이세돌은 공격적인 자신의 기풍대로 곧바로 우하귀에 파고들어 초반부터 불꽃 튀는 수 싸움을 벌였다. 그러나 이세돌은 우하귀 접전에서 5점이 잡히면서 차츰 불리한 형세에 빠졌다. 한돌보다 12∼13집 유리한 상태에서 출발한 이세돌은 100수가 넘어가기 전에 역전을 허용했다.
형세가 불리해진 이세돌은 상변에서 패를 걸며 승부수를 띄웠다. 패싸움의 불똥은 하변으로 이어졌고 집에서 뒤진 이세돌은 하변 백돌을 잡기 위해 마지막 총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한돌이 가벼운 행마를 하며 포위망에서 벗어나자 이세돌은 돌을 던지고 말았다.
이세돌은 대국 후 “초반과 중반까지는 괜찮았는데, 예상 못 한 수를 당한 이후로 많이 흔들렸다”라며 “초반에도 더 좋을 수 있었는데, 그렇게 갔으면 1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솔직히 아직 한돌은 접바둑에서는 강하다고 인정할 수 없다. 중국의 인공지능 ‘절예’와 비교해서 아직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또 “한판 잘 즐기고 간다는 생각이다”며 “바둑 외적으로는 떠나지만, 많이 응원해주시기를 바란다. 앞으로 다른 곳에서 좋은 모습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대국장에는 어머니 박양례(73) 씨, 형인 이상훈 9단과 이차돌 씨, 누나 이세나 씨 등 가족이 모두 찾아 마지막 대국에 나선 이세돌을 응원했다. 이번 대국에서 이세돌은 1억5000만 원의 기본 대국료에 승리 상금 5000만 원을 더해 총 2억 원을 받게 됐다. 이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