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얽히고 설킨 빨간 실…우리네 인간관계 같아라

도쿄서만 66만 명 관람객 모은 日 설치미술가 시오타 치하루

  •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  |   입력 : 2019-12-22 19:03:46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시립미술관서 ‘영혼의 떨림’展

- 280㎞ 길이 실 거미줄처럼 엮어
- 존재의 불확실성 등 표현해
- 작품 110점 내년 4월까지 전시

앙상한 뼈대만 있는 배 여섯 척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다. 배에서 피가 하늘로 솟구치듯 붉은 실이 하늘로 솟아 이리저리 엉키면서 서서히 면을 이루고 어느덧 천정과 벽면 등 공간을 가득 채운다. 전시 공간 전체를 가득 메우면서 이어져 있다. 불안해 보이는 배들을 단단하게 지켜주는 듯했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시오타 치하루의 설치작품 ‘불확실한 여정’ 앞에 작가가 서 있다. 작품에 사용된 붉은 실의 길이만 280㎞에 달하는 대작이다.
부산시립미술관 2층 전시실에 지난 16일부터 전시되고 있는 설치미술 작가 시오타 치하루 전시 ‘영혼의 떨림’에 전시된 ‘불확실한 여정’이다. 작품에 사용된 실의 길이만도 280㎞가 넘는 대작으로, 전시의 백미로 꼽힌다. “붉은 실은 혈관을 상징한다. 얽힌 것은 사람과의 관계를 뜻한다. 배는 바다에 나가면 전복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존재지만 모든 실은 엮여 있다. 배는 연결돼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배를 모티브로 한 작품을 최근에 자주 만든다.”

작가는 일본 도쿄 모리미술관에서 지난 6월부터 4개월 동안 66만 명의 관람객을 불러모았다. 국내 비엔날레에 그의 작품이 소개되기는 했지만, 대규모 개인 기획전이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시에는 1990년대 작품에서부터 최근작까지 110점을 선보인다.

작품 ‘침묵 속에서’는 검은 실을 사용했다. 화재로 탄 피아노와 의자를 소재로 삼았다. “아홉 살 때 옆집에 불이 났다. 불에 그을린 피아노가 마당에 나왔다. 고장이 나 소리가 날 리 없는데 환청을 경험했다. 없는데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실로 드러내려 했다.”

공간 전체에 빨간색 혹은 검은색 실을 엮어 거미줄처럼 펼친 설치작품은 작가의 대표적인 연작이다. “2차원 공간에 그림을 그리는 게 답답했다. 캔버스가 아닌 공간에 선을 그어보면 어떤 모습일까 생각했다. 실을 사용하면 텅 빈 3차원 공간에 그림을 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은 엉키거나 엮이고, 끊어지거나 묶이고 당겨진다. 실은 마음도 끌어당기며 인간의 관계를 떠올리게 해 좋은 작품 소재다.” 작가는 또 “처음에는 모두 혼자 작업했다. 작품이라는 것은 도움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3300㎡가 넘는 공간에 전시하려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팀으로 하고 있다. ‘불확실한 여정’은 10명이 도와줘서 10일이 걸렸다”고 말했다.

검은 실을 사용한 작품 ‘침묵 속에서’.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내 몸 밖’(Out of My Body)에는 작가가 암투병의 기억을 담아냈다. 그는 이번 전시를 제안받은 2017년, 난소암 재발 판정을 받았다. 실처럼 가늘게 잘린 붉은 소가죽은 피를 흘리며 찢긴 신체를 보는 듯했다. 그 아래에는 잘린 손·발·다리·팔 조형물이 나뒹굴고 있었다. “12년 전 독일 전시 전 난소암 판정을 처음 받았다. 치료 과정에 ‘영혼이란 무엇이고, 나의 몸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당시 수술은 항암제를 맞고 부위를 적출하는 수술이었다. 치료 과정이 너무 기계적이라 내가 컨베이어벨트에 누워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느낌을 흩어진 신체로 작품에 표현했다.”

회고전의 성격인 이번 전시에서는 대형 설치작품을 비롯해 그림, 사진, 행위예술 기록 영상 등 작가의 25년 작업을 볼 수 있다. 영상 ‘Try and Go Home’은 1996년 독일로 떠나 세계적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에게서 수업을 받으며 남긴 작품이다. “마리나 선생이 학생들을 프랑스의 어느 성에 데리고 가 사흘간 단식을 시켰고 다음 날 새벽에 깨우더니 ‘지금 떠오르는 단어를 적으라’고 했다. 내가 쓴 단어는 ‘일본’이었다. 그 단어로 작품을 만들라고 했다. 나는 맨몸으로 야산을 기어오르고 굴러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일본에 대한 내 감정이 그랬다. 떨어지면 가고 싶고, 일본에 가면 떨어지고 싶은…”

오사카 출생인 그는 부산 출신 배우자와 함께 현재 독일 베를린을 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전시는 내년 4월 14일까지. (051)744-2602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3. 3“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4. 4[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5. 5‘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6. 6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7. 7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8. 8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9. 9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0. 10“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3. 3[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4. 4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5. 5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6. 6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7. 7전국 교정시설 수용률 126%…윤상현 “형사사법개편 앞두고 교도소 과밀 방치”
  8. 8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9. 9정동영 “DMZ 지뢰 사고, 불행한 일…평화공존 더 절실해져”
  10. 10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4. 4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5. 5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6. 6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7. 7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8. 8리사이클링·항만운영·담수화…부산 미래산업 이끌 혁신기술
  9. 9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우수학술 부문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일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6. 6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7. 7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8. 8“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9. 9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10. 10부산 동구, 돔구장 유치 협의체 출범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6. 6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7. 7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8. 8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9. 9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속사권총 우승…한국 25번째 金
  10. 10윤규성, 태권도 품새 금메달…한국 남자 개인전 3연패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미리보는 제31회 BIFF
日 70년史부터 ‘올나잇’ 상영회까지…애니 세계로 초대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