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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46> 기선을 타고 신문물을 배우러 가다

증기선과 정기항로 발전 힘입어… 동북아 지식인 日 유학 러시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2-17 18:50:57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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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근대문학가 루쉰의
- 열흘 채 안 걸린 日 유학길
- 中日간 해상교통 수준 가늠

- 中,이화양행 등 20개사들
- 근해 항로따라 해상무역 활발
- 구미계 기선회사도 진출해

- 기선 운행하던 일본 우선회사
- 1875년 해외항로 개설 박차
- 홍콩 칭다오까지 정기노선 운행

- 청일전쟁 후 日 관심 급부상
- 도쿄, 서구문물·지식의 보고로
- 아시아 유학생들 몰려 활동

중국 진시황의 신하 서복이 불로초를 구해오라는 명을 받고, 신선이 살고 있는 바다 속 세 개의 신산(神山)을 찾아 대규모 선단을 거느리고 동쪽으로 떠났다는 얘기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널리 전해 내려온다. 이처럼 중국인이 대규모로 동쪽으로 몰려간 일이 근대 시기에 다시 일어났는데, 그것은 바로 1896년 이후 전개된 중국인의 일본 유학붐이다. 유학붐이라 하지만, 그 수가 요즘처럼 많은 것은 아니었고, 처음에는 13명을 선발하여 보냈던 것이 점차 늘어 1902년에는 500명, 다음해에는 1000명, 과거제도가 폐지된 1905년에는 8000명, 최전성기에는 1만 명 아니 2만 명에 육박했다고 알려졌다.
19세기 중국 상하이와 한커우 사이를 운항한 기창양행(미국의 Russel&Co.)의 기선.
■기선 타고 도쿄로

1902년 500 명 안에 중국 근대 문학가 루쉰도 포함되어 있었다. 같은 해 1월 강남육사학당(江南陸師學堂) 부속 광업철로학당을 3등 성적으로 졸업하여 동기생 5명과 함께 일본 유학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학교가 있던 난징에서 일본으로 출발한 것이 1902년 3월 24일이었고, 요코하마에는 4월 4일 도착했다. 난징에서 요코하마로 가는 길은 우선 상하이로 가서 배를 갈아타야 했고, 또 상하이에서 요코하마로 가는 중에는 시모노세키, 나가사키, 고베를 기항해서 갔는데, 전체적으로 약 열흘 걸리는 여정이었다. 이처럼 난징에서 도쿄로 가는 여정은 배를 두 번 타고 철도를 한 번 타는 경로였다. 난징에서 상하이로 갈 때 루쉰이 탄 배가 오사다마루(大貞丸)다. 상하이에서 요코하마로 갈 때 승선한 배는 고베마루(神戶丸)였다. 요코하마에서 도쿄까지는 이미 30년 전에 건설된 철로를 이용했다. 루쉰의 유학 경로를 추적해보면, 당시 중·일 간 해상 교통로와 해운업 상황을 유추해볼 수 있다.

■중국의 연안항로와 기선

1872년 상하이에 설립된 중국 기선회사 윤선초상국 건물.
상하이에서 요코하마까지 가는 데 열흘이 채 안 걸린 사실을 통해 20세기초 동북아해역의 해상교통이 급속히 발전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이 바로 기선의 출현이다. 종래의 범선을 대신하여 기선이 등장한 것은 산업혁명이후 증기기관 발명 때문이다.중국 연해에 처음 출현한 기선은 1835년 영국 상인 자딘 매티슨(怡和洋行)의 자딘(Jardine)호였다. 그 뒤 이화양행은 1844년 해적선(Corsair)을 사용해 홍콩과 광저우간을 정기 운항했고, 1850년에는 대영화륜선공사(大英火輪船公司)가 메리우드(Lady Mary wood)호로 홍콩과 상하이 간을 운항했다.

상하이~요코하마 구간 정기 항로를 운영한 일본우선회사의 요코하마지점 건물.
1860년대 이전에 이미 상하이에는 20개 이상의 양행이 있었고, 각 회사마다 한두 척 기선이 있어 장강 무역에 투입하고 있었다. 이후 개항장이 북방과 장강 유역으로 확대되자 외국기선회사가 진출하기 좋은 조건이 형성됐다. 루쉰의 동생 저우쭤런(周作人)이 일기에서 형 루쉰이 상하이로 가는 배를 탈 것으로 알고, 난징의 샤관(下關)으로 가서 태고기선공사(太古汽船公司, 영국의 Butterfield & Swire Co.)와 이화기선공사의 부두를 다 돌아봤지만 형을 찾을 수 없었다고 적은 데서도 당시 구미계 기선회사의 운항 상황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상하이와 장강중류 지역 한커우간을 운항한 기창양행(旗昌洋行, 미국의 Russel & Co.)과 공정윤선공사(公正輪船公司, 영국의 Union Steam Navigation Co.) 등의 기선회사가 운항하고 있었다. 한편 1872년에는 상하이에 중국 기선회사 윤선초상국(輪船招商局)이 설립되고, 구미의 기선을 구입해 근해 항로를 따라 영업에 들어갔다. 이러한 중국연안항로에 일본은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1895년 이후부터 참여했다. 루쉰이 난징에서 탄 오사다마루는 바로 장강(長江)을 가로지르는 중국연안항로를 운항하던 일본 기선회사의 배다.

■일본의 해외항로 개척

일본 유학 시절의 루쉰. 뒷날 중국의 대문호가 된다.
일본은 1875년에 일본우선회사(日本郵船會社) 전신인 미쓰비시기선회사가 일본 정부로부터 해외항로 개설을 승인받고, 상하이-요코하마 정기항로를 신설했다. 상하이-요코하마 항로는 루쉰이 타고 갔던 고베마루가 갔던 바로 그 항로다. 초기에는 매주 1회 정기항로였는데, 이 항로는 1885년에 설립된 일본우선회사에 의해 계속 운영되었다. 매주 1회 운항이었던 것이 1902년 주 2회 운항했으며, 투입된 배는 6척에 3000t 이상이었다. 고베마루는 이 가운데 하나였다.

상하이-요코하마 항로는 중국 각지와 연결하는 기간 항로로서 일본이 대단히 중시했다. 일본우선회사는 요코하마-상하이 노선외에도 중국의 홍콩과 칭다오로의 노선을 개척했고, 이미 나가사키·부산·원산·진포 간과 나가사키·고토(五島)·쓰시마·부산·인천 간 항로를 매월 1회 운항하고 있었다. 한편 일본우선회사와 함께 일본해운업계의 양대 축을 형성한 오사카상선주식회사는 1884년에 출범했다. 출범 당시 본사는 오사카에 두고 나가사키 등 6개 지점을 개설했다. 1890년 봄 오사카상선주식회사는 부산에 지점을 설치하고, 1890년 7월부터 오사카와 부산 사이에 기선 1척을 정기 운항했으며, 1893년에는 오사카-인천 항로를 개설하였다. 따라서 루쉰이 난징에서 탄 배는 오사카상선회사 또는 일본우선회사의 배 가운데 하나였을 터이다. 부산과 일본의 부관연락선은 1905년에 산요기선회사에 의해 개통되었다.

■도쿄 지식네트워크의 형성

최초의 부관(부산~시모노세키) 연락선인 일기환.
19세기 중반 동북아해역에서 속도와 안전 면에서 월등한 기선의 시대가 열린 이후 한중일 그리고 동남아시아에 형성된 정기항로는 같은 시기에 일어난 일본유학붐을 뒷받침하며 도쿄를 새로운 동아시아 지식네트워크의 중심도시로 만들었다. 특히 조선과 중국인의 도쿄로의 유학 러시는 1890년대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청나라가 일본 유학을 정부차원에서 권장한 것은 청일전쟁에서의 패배가 계기가 되었다. 서양 유학을 통해 서구의 선진 문물을 배우고자 노력했지만, 같은 시기 서양을 배운 일본에게 서구식 해군으로 패전함으로서 일본의 선진 문물 수용의 비밀을 알고 싶었다. 그래서 도쿄는 일본화된 서구문물을 배우는 지식과 정보의 보고가 되었고, 이를 배우러 몰려드는 유학생들로 인해 근대 초기 동북아해역 지식네트워크의 중심이 됐다. 당시 도쿄에는 한중 유학생외에도 1892년 일본을 방문한 인도의 종교지도자 스와미 비베카난다의 추천으로 네팔 출신 유학생 8명을 시작으로 1905년에 약 7, 80명의 인도 유학생이 있었다고 하며, 프랑스 식민지 베트남은 독립운동의 성격을 띤 일본유학붐이 있어 약 200명의 유학생이 일본에 와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도쿄에 모인 유학생들은 아주화친회(亞洲和親會)와 같은 아시아연대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다. 이것은 러일전쟁의 승리로 인해 일본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하는 등 여러 가지 요인에서 기인했겠지만, 남양항로를 포함한 중국과 일본 등의 다양한 정기항로 개설이 한몫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서광덕 부경대 HK 연구 교수

※ 공동기획:부경대 HK+ 사업단,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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