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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초대작은 팔려도 BIFF 상영작은 안 팔려” 아시아 최고 영화제의 위기

가치 반토막 난 부산국제영화제

  • 국제신문
  • 민경진 기자
  •  |  입력 : 2019-12-15 19:05:51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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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압논란 수습 후 재도약 외친 올해
- 관객 수준 못미치는 프리미어 작품에
- 자체수입·관객수 등 각종 지표 하락세

- 시, 영화의전당과 통합론 내세우지만
- 영화제 위상 재고에 도움될지 의문
- 고전적 형식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도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포함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오프라인 영화축제는 존재 이유와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내년이면 25회째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BIFF)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올해만 하더라도 영화제의 흥행을 가늠해볼 수 있는 관객 수가 지난해(19만 5081명)보다 적은 18만 9116명이었다. 2014년 ‘다이빙벨’ 사태로 촉발된 외압 논란을 4년여 만에 가까스로 수습하고 지난해를 ‘정상화의 원년’으로, 올해를 ‘재도약의 해’로 삼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망 또한 어둡다. 자체수입, 축제가치 등 각종 지표의 흐름이 BIFF의 위기를 경고했다.

■자체 수입·신규 회원 가입 하락세

부산국제영화제가 신규 관객 수 감소 등 각종 지표가 하락하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5일 영화의전당에 전시돼 있는 BIFF 역대 포스터를 한 시민이 보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15일 BIFF의 내부 자료에 따르면 2016년을 기점으로 영화제 자체수입이 크게 줄었다. 2013년 15억 원 규모에서 조금씩 증가해 2016년 18억 원까지 늘었지만 2017년에는 12억 5000만 원에 그쳤다. BIFF가 정상화의 원년으로 삼았던 지난해에는 12억 9000만 원으로 소폭 증가하긴 했으나 여전히 예년보다는 못 하다. 전문가들은 영화제 기간 순수하게 자신의 비용으로 영화를 관람하고 기념품을 구입한 BIFF의 자체수입은 영화제의 현재 위상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라고 지적했다.

지역별 신규회원 가입자 수도 전반적인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다이빙벨 사태 이후 서울 및 경기 등 수도권 관객의 이탈이 심각했는데, 최근 2년간 신규회원 감소세는 부산 경남 지역이 더 심했다. 서울의 경우 신규회원은 2015년 1439명, 2016년 1343명, 2017년 1209명으로 하락했다가 지난해 1504명으로 다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1720명(2015년)→2249명(2016년)으로 증가세를 보였던 부산의 신규회원은 2017년 1139명으로 서울지역 신규 회원보다 처음으로 줄었고, 지난해도 서울(1504명)보다 적은 1286명에 그쳤다.

■프로그램 경쟁력 위기

BIFF에 초청된 영화들이 시장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점도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동의대 산학협력단이 최근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칸 영화제에 초대되면 팔리지만 BIFF는 영화제에서 두 번 상영하는 것이 끝으로, 시장과 연결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BIFF 영화에 관심을 안 보인다고 덧붙였다. “매해 수백 편에 달하는 상영편수를 줄이는 대신 BIFF초청 영화들이 시장으로 연결되게 집중 지원하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같은 보고서에서 프리미어 작품 가운데 뉴커런츠 대상작과 비아시아권 영화들을 대상으로 한 관객상 출품작 투표점수도 2016년 4.07에서 이듬해 3.91로 낮아지고, 2018년에는 다시 3.85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월드 수준의 프리미어 작품을 초청하긴 했으나, 작품이 관객의 기대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다. 올해 BIFF 초청작은 85개국 303편이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13년 101억 원으로 본 BIFF의 축제 가치를 지난해 46억 2000만 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BIFF 역시 위기감을 절감한다. BIFF 김정윤 홍보실장은 “내부에서도 혁신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있다”며 “오프라인 영화제를 탄탄하게 이어가기 위해 올해에도 다양한 실험을 벌였고, 비전과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낡은 포맷 탈피·새 아이디어 필수

BIFF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부산시는 영화의전당과의 통합론을 수년 만에 다시 꺼내 들었다. 내년 초에는 시의회 주도로 기관 직원, 영화계, 지역민의 여론을 수렴하는 토론회도 예정돼 있다. 시는 논의가 구체화하면 내년 하반기 행정 절차 등을 거쳐 2021년에는 통합 조직으로 행사를 치를 구상을 내놨다. 시 관계자는 “특정 기간에만 개최하고 마는 영화제로는 한계가 있다. 복합문화축제를 지향하기 위한 취지다”고 말했다. 하지만 BIFF는 사단법이고, 영화의전당은 재단법인으로 두 곳의 성격이 다른 데다 통합 기관의 운영 방식, 직원 설득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통합 논의보다 시급한 건 영화제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칸 영화제 등에 소개된 영화가 해외 배급·상영에 유리한 것과 달리, BIFF는 개막작도 종종 배급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부산영화영상제작협의회 송민승 대표는 “BIFF가 상을 주는 행사로 그쳐서는 안 되며 BIFF에서 수상하는 ‘영화’의 가치가 더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영화제가 1930~1950년대 서양에서 만든 고전적인 형식을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있다. 세계적인 작품과 스타를 볼 수 있다는 게 기존 영화제의 매력이었지만, 미디어의 발전과 글로벌화로 그 가치가 희석되고 있다. 영화제로서 분명한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면 앞으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조재휘 영화평론가는 “올해 칸 영화제에서 빈곤문제를 다룬 ‘기생충’이 수상했다는 의미는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이기도 하지만 영화제의 방식으로 메시지를 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BIFF는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 출품작 수 등 양적 성장뿐 아니라 영화제의 방향성을 뚜렷하게 가져가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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