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상헌의 부산 춤 이야기 <29> 전통춤판 ‘춤추는 남자들’

전통 형식 벗고 자기만의 춤 구축한 9인의 명무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2-09 19:15:19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병신춤·처용무·도살풀이춤 등
- 저마다 개성 한껏 드러낸 몸짓
- 그 신명에 절로 어깨 들썩거려

지난 3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남성 춤으로 전승한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14호 ‘동래 한량무’ 전수 장학생 선정 때 여성을 배제한 부산시의 결정이 성차별에 의한 평등권 침해라며 제동을 걸었다. 인권위는 “남성 춤의 정체성을 잘 살릴 능력이나 예술성을 지닌 여성이라면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권고했다. 이 권고에 따라 여성 두 명이 전수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강동옥의 ‘양반춤’. 춤 문화 연구소 제공
이처럼 남성 춤, 여성 춤의 구별이 무의미해지는 현실에서 ‘춤추는 남자들’(춤남)의 정체성은 어떤 것일까? 남성성이 강한 춤을 남자가 춘다는 것인지, 춤을 직업 삼아 오랜 시간 버텨 온 남자 춤꾼들의 공연인지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춤을 성별보다 춤 자체로 평가해야 한다면 ‘춤남’은 춤의 남성성이나 남성의 춤에 초점을 두기보다 춤에 일생을 건 무용계에서 소수인 남자들의 춤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지난달 24일 동래문화에서 열린 열여섯 번째 ‘춤남’에는 궁중 춤과 민속춤의 명무들이 무대에 올랐다. 오랜 시간 ‘춤남’을 함께한 이들의 춤이 어떻게 변하고 깊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 공연의 미덕이다.

이제 그날의 춤을 하나씩 되짚어 보자. 정승천의 ‘허튼 병신춤’은 정해진 형식이 없는 자유로움(허튼)과 억압된 신체를 신명으로 해방하는 병신춤의 특징을 섞어 현실 모순을 온몸으로 견디는 민중의 건강성을 담았다.

이진호의 ‘처용무’는 궁중무용의 기품을 한껏 드러냈다. 기교 없이 단순해 보이고 반복되는 동작에 활력과 깊이를 갖추기가 쉽지 않은데, 그의 춤은 모든 것을 갖추었다. ‘12차농악북춤’의 ‘12차’는 ‘차(次)’ 또는 ‘채’라는 농악을 구성하는 12거리를 일컫는다.

우진수는 북 잽이 복장인 부포 달린 상모를 제대로 갖추고 진주삼천포 농악의 빠르고 강한 맛이 충분히 녹아든 춤을 추었다.

한수문이 춘 ‘도살풀이춤’은 경기도당굿의 도살풀이를 김숙자가 양식화한 춤으로 이매방류 살풀이춤에 익숙한 관객은 다소 낯설었을 것이다. 한수문은 어정거리면서도 진중한 춤사위로 관객이 도살풀이춤에 한 걸음 다가서게 했다.

이강용의 ‘문둥 북춤’은 춤의 형식 너머를 넌지시 가리키는 경지에 이른 것 같다. 그의 춤을 보면 딴 생각을 하게 된다. 눈은 춤을 보고 있어도 가슴은 탈을 쓰고 손발을 파르르 떠는 춤꾼의 심성에 닿아있으니 말이다.

홍우송의 ‘애련’은 그가 천착하고 있는 애잔함과 비련을 여러 각도로 보여준다. 전통춤 재창작에 일가를 이룬 그의 가치가 빛나는 춤이다.

여유와 신명이 녹아든 강동옥의 ‘양반춤’을 보고 있자니 그가 제대로 한량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저 없이 배기며 노는 도포 자락이 삶을 그늘지게 하는 애(哀)와 한(恨)을 날려 버린다.

춤에 등급을 매긴다면 최병재의 ‘승무’는 최상급이다. 글이나 말로 덧대는 것이 하찮을 만큼 춤의 충격이 관객의 몸과 감성을 번개처럼 때렸고, 전율은 한참을 머물렀다. 승무를 보고 이처럼 감동하기가 어디 쉬운 일이던가.

남기성의 춤을 의도적으로 공연 마지막에 놓은 것이라면 그 안목을 칭찬하고, 의도하지 않았다면 행운의 선물이다. 정승천의 춤은 제외하고 무대에 오른 7개의 춤은 정해진 형식이 강하다. 남기성은 형식으로 맺은 7개 매듭을 덧보고, 덧배기면서 풀어내어 민속춤의 세련된 야성미를 보여주었다. 저런 신명이면 나도 춤추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춤. 한껏 추다가 아무렇지 않게 돌아서는 덤덤하고 근사한 우리 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통춤은 대부분 질문 없이 형태로만 계승되었다. 형식이 춤과 춤꾼을 억압한다는 뜻이다. ‘춤남’은 오랜 시간 춤추며 춤을 위계화하는 전제를 떨쳐 낸 춤꾼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춤추는 남자들’은 전통춤을 자기화한 남자들이다. ‘전통·원형’, ‘남자 춤·여자 춤’ 이전에 ‘춤’이 있고 ‘보유자·이수자’ 이전에 ‘예술가·춤꾼’이다. 더 무엇이겠는가.

춤 비평가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사하구, 전 구민에게 마스크 무상 배부
  2. 2김세연·백종헌·황교안 ‘삼각 악연’, 금정 막장 공천 낳았다
  3. 3확진자 급증 일본 도쿄, 도시봉쇄 우려에 식료품 사재기 파동
  4. 4부산 추가 환자 1명 발생…또 해외 유입, 이번엔 영국
  5. 5[국제칼럼] 한 방에 훅 간다 /강춘진
  6. 6묘수풀이 - 2020년 3월 27일
  7. 7“자치분권 입법, 권한 지방이양 우선돼야”
  8. 8동의과학대, 공공스포츠클럽 공모사업 신규 사업자 선정
  9. 9[서상균 그림창] 기적회생x2
  10. 10롯데 전지훈련 평가 <하> 타선
  1. 1천안함 피격 10주기 … 해군, 2함대서 추모식
  2. 2권영진 대구시장 실신… 병원서 의식 되찾아
  3. 3부산도 후보등록 시작 … 민주 ‘코로나 극복’ vs 통합 ‘정권 심판’
  4. 4부산 부산진구 “주민에게 1인당 5만 원씩 지급”
  5. 5통합당 이헌승 의원, 1년새 재산 6억6000여만 원 늘어
  6. 6‘미투 의혹’ 김원성 무소속 출마 공식 선언
  7. 7미래통합당, 선대위원장에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 영입
  8. 8김태호 전 경남지사, 거창서 무소속 후보 등록
  9. 9부산진구, 민생안정 위해 230억원 예산 편성
  10. 10부산경상대-연제구 반려동물 놀이터 조성·운영 위한 업무협약 체결
  1. 1 청년전세자금대출 만 34세 이하로 확대
  2. 2 거래소 이사장도 화훼농가 돕기 동참
  3. 3금융·증시 동향
  4. 4주가지수- 2020년 3월 26일
  5. 5우려와 기대 교차하는 증시···코스피 3일만에 하락
  6. 6파크랜드, 청년에 정장 빌려주는 ‘드림옷장’ 무상 운영
  7. 7마리나 선박 원스톱 지원센터 ‘굿 디자인’ 뽑는다
  8. 8미국 경기부양책 가결에 증시는 상승.. 아시아증시 혼조세
  9. 9야마하골프, 2020 리믹스 원정대 모집
  10. 10정부, 청년 전용 전세자금 대출 대상 연령 만 34세 이하로 확대
  1. 1부산 코로나19 확진자 1명 추가 20대 영국 유학생…총109명
  2. 2 전국 흐리고 비…제주·남해안 강한 비
  3. 3장덕천 부천시장,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비판으로 도의원들에 비난받아
  4. 4울산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미국서 온 15세 남학생
  5. 5부산진구와 수영구, 주민에 5만 원 지급
  6. 6제주, 7번째 확진자 발생…유럽 유학생 귀국해 확진 판정
  7. 7부산 기초지자체들 현금 푼다 … 지역화폐·선불카드·기본소득 등 형태 다양
  8. 8대전 보험설계사 코로나19 확진…첫 증상 후 20일간 활보
  9. 9온천교회 코로나19 집단발생 왜? … “손 씻기 없고 마스크도 일부만"
  10. 10경남 코로나19 확진자 1명 추가, 총 87명…태국 다녀온 40대
  1. 1롯데 전지훈련 평가 <하> 타선
  2. 2올림픽 연기에 진천선수촌도 휴식…선수들 집으로
  3. 3손흥민 “팔 부상으로 못 뛴다고 하기 싫었다”
  4. 4윔블던테니스 연기 여부 다음 주 결정
  5. 56월로 미룬 도쿄올림픽 야구 최종 예선, 다시 연기 결정
  6. 6올림픽 특수 물거품…일본 7조 천문학적 손실 불가피
  7. 7기존 출전권 유효?…꿈의 무대 준비하던 태극전사 혼란
  8. 8유럽 축구계 코로나19 성금 릴레이
  9. 9기량 만개한 kt 허훈, MVP 입 맞출까
  10. 10파리올림픽 조직위 “도쿄올림픽 연기돼도 2024 파리올림픽 예정대로 개최”
정상도의 '논어와 음악'-세상을 밝히는 따뜻한 울림
제6곡-자강불식
최원준의 음식 사람
포항 꽁치당구국
김석화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청각장애인의 ‘목소리’ 수어 엿보기
목격자 되기
동네책방 통신 [전체보기]
프로파일러와 영화 보며 ‘진짜’ 범죄 이야기 들어요
오웰 흔적 찾아 떠난 여행담…그의 삶과 작품 얘기해요
박선미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사람다움에 대해
그 많은 학원 다녀도 못 푸는 문제…참된 삶이란 무엇일까
부산 웹툰 작가들의 방구석 STORY [전체보기]
동생의 진로. 수국
웹툰 작가의 연애. 빵야
새 책 [전체보기]
오웰의 코(존 서덜랜드 지음·차은정 옮김) 外
나중 일은 될 대로 되라지!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소련해체 과정 생생 정리
도올이 쓴 1인칭 시점 예수전기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기억의 경계12’ - 김인옥 作
‘소성리의 밤’ - 이재각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잉어 할아버지가 매일 바쁜 이유 外
콩과 함께 흥미진진한 등굣길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구포역 /문운동
어머니1 /박구하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영화 ‘이장’ 정승오 감독
‘찬실이는 복도 많지’ 김초희 감독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다시 뜨거워지는 ‘월화드라마’ 시장
코로나19 확산으로 위기 맞은 촬영장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봉준호 영화와 ‘사건’의 철학
‘페인 앤 글로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조준형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북코칭 전문가의 책 잘 읽는 이야기
숱한 차별을 버텨온 당신에게 박수를
최예송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봄의 시작점에서
함께 살아가고 부딪치는 사람, 그리고 공동체를 향해
BIFF 리뷰 [전체보기]
폐막작 ‘윤희에게’
‘마르게와 엄마’
BIFF 현장 [전체보기]
위장이혼 하자마자 복권에 당첨된 남자
“장애인 돌봄 활동하며 느낀 점 영화에 담아”
BIFF와 함께하는 사람들 [전체보기]
어주영 씨네핀하우스 대표
서승우 영화의전당 공연팀장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20년 3월 27일
묘수풀이 - 2020년 3월 26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0년 3월 27일(음 3월 4일)
오늘의 운세- 2020년 3월 26일(음 3월 3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주말의 BIFF - 10월 11일·12일
오늘의 BIFF - 10월 10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6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제6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勇守以畏
君子三畏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하프마라톤대회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