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 조직 세포 배양해서 만든
- 청정고기·가죽·우유·계란 등장
- 공장식 집단 사육 필요 없어져
- 미래 기술로 빌게이츠도 투자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의 마크 포스트 교수가 창업한 ‘모사미트’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소 줄기세포를 배양해 햄버거용 패티를 만들었다. 줄기세포를 근육세포로 자라게 해서 근육 조직을 만든 것이다. 당시 햄버거 가격은 무려 33만 달러(약 3억7000만 원).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이 돈을 냈다.

또 다른 미국 업체 ‘멤피스미트’는 배양육 소고기로 만든 미트볼에 이어 2017년 최초로 배양육 닭고기와 오리고기를 선보였다. 이 회사에 빌게이츠와 2014년부터 육식을 중단한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투자했다. 소의 세포를 배양해 스테이크칩과 최고급 가죽을 만드는 ‘모던미도’, 젖소 없이 우유를 만들들어 내는 ‘퍼펙트데이’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말 가축을 희생하지 않아도 고기를 즐길 수 있을까.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1931년 ‘50년 뒤의 세계’(Fifty Years Hence)라는 글에서 “50년 뒤에는 닭가슴살이나 날개를 먹기 위해 닭을 통째로 키우는 모순에서 벗어나 적절한 배양액 내에서 부위별로 닭을 키우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20년 정도 늦었지만, 그의 예견은 맞았다. 농장에서 가축을 길러서 얻은 ‘전통 육류’를 대신할 ‘대체육’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린 미트’의 저자 폴 샤피로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클린 미트(청정 고기) 관련 스타트업 기업들의 현황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저자는 “세포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들이 만약 성공한다면 1만 년 전 농업혁명 이후 식품 생산에 대격변이 찾아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책은 이들 스타트업이 어떤 계기로 시작됐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 산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회사로 성장하게 됐는지를 자세히 설명한다. 청정 고기는 세포공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등장한 제품이다. 동물 조직에서 분리한 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얻은 고기를 말한다. 고기뿐 아니라 가죽, 우유, 계란도 만들 수 있다. 더는 멋있는 가죽점퍼나 구두를 만들기 위해 동물을 죽일 필요가 없다. GMO(유전자 변형 생물)처럼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도 아니다. 가축 몸에 붙어 자랄 세포가 몸 밖에서 클 뿐이다.

물론 청정 고기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프랑켄슈타인처럼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괴물 고기’라는 부정적 인식은 극복해야 할 숙제다. 막대한 연구비와 생산비로 인해 소비자가 구입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도 넘어야 할 벽이다.

그럼에도 클린 미트는 미래 인류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기술임이 틀림없다. 우선 살아있는 가축을 도살하거나 공장식 집단 사육을 할 필요가 없다. 축산업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과 환경오염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또 급증하는 고기 수요를 충당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책의 서문에 이렇게 썼다. “머지않아 우리는 산업 동물을 사육했던 과거를 돌아보며, 인류 역사의 어두운 단면인 노예제도처럼 끔찍하다고 느끼게 될지 모른다. … 생명공학이라는 기적은 낙원과 지옥, 어느 쪽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할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