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회관 등 수많은 공연장 불구
- 자체 기획공연 차이점·개성 없어
- 건립 취지에 맞는 공연 이뤄져야
- 제 역할 충실 … 관객 다양성 향유
하루에도 여러 곳에서 음악회를 비롯한 다양한 공연이 공연장에서 열린다. 공연에서 무엇이 중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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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영화를 주제로 한 음악회 한 장면. 정두환 씨 제공 |
필자 생각으로는 크게 두 가지를 이야기할 수 있겠다. 첫째, 연주다. 연주가는 좋은 연주를 위해 많은 연습과 더불어 생각의 끈을 놓지 않는다. 여기서 생각의 끈이란 연주를 누구와·어디서·무엇을·어떻게· 왜 할 것인가 등에 관한 수많은 질문이다. 이는 연주를 잘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연주의 본질을 찾기 위함이다. 이런 준비 과정을 통해 연주가는 무대에서 관객과 만난다.
둘째, 공연을 만나는 현장인 공연장이다. 공연장은 예술인과 관객이 만나는 곳이며 예술가의 예술행위와 과정의 결정체를 보여주는 곳이다. 그렇다면 공연예술에서 매우 중요한 공연장은 지금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부산에는 부산문화회관, 부산시민회관, 영화의전당을 비롯해 각 기초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문화회관 등 공공 공연장이 대다수이고, 학교 또는 개인이 운영하는 소극장 등도 있다. 이들은 각자 목적에 맞게끔 만들어졌고 시간이 흐르면서 각자 영역에서 일정 역할을 하고 있다.
먼저 부산문화회관을 보자. 이곳은 7개 예술단으로 이뤄진 부산시립예술단을 위탁 경영하고 있다. 그렇기에 부산시립예술단의 수준 높은 공연과 시민의 예술문화 향유 기회 보장을 최우선으로 한다. 좋은 공연 제작·유치 등 기획도 해야 한다. 그리고 남은 일정을 일반 대관한다. 예술단이 없는 다른 일반 공연장은 자체 기획공연을 제외하곤 모두 일반 대관이다. 여기서 공통점은 자체 기획공연을 제외하면, 모두 일반 대관이란 점이다.
그렇다면 각 공연장의 특징과 존재 의미를 보여주어야 하는 자체 기획공연이 일반 대관 공연과는 어떤 차별성을 갖는가? 그리고 다른 공연장과는 또 어떻게 다른가? 여기서 각 공연장 고유의 특징과 존재이유가 드러난다.
여러 공연장의 역할은 다양하다. 시민에게 선보여야 할 의미는 충분하지만 일반 대관을 통해 공연을 올리기엔 미래가 불투명한 공연, 아주 많은 제작비용이 들지만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공연, 개인이 투자하기엔 힘든 종합무대 공연, 부산을 상징하는 독특한 공연 등이 공연장 특징에 맞게 기획·제작돼 무대에 올라야 한다. 이럴 때 각 공연장은 일반 대관 공연과는 차별성을 가지며 건립목적에도 맞게 된다.
나름대로 기획공연을 열심히 한다고 생각되는 영화의전당을 예로 들어보자. 영화의전당은 부산국제영화제(BIFF) 전용관으로 2011년 9월 29일 개관했다. 여기에 영화관만 있는 게 아니라 실내극장과 야외극장,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기에 ‘다양한 장르의 영화와 품격 있는 공연을 감상하는 영상복합문화공간’이라는 건립목적을 갖고 있다. 결국 ‘영화’가 주된 대상이지만, 영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예술 장르에 걸쳐 기획이 이뤄져야 한다. 그 소재와 방법은 영화의 소재만큼이나 무궁무진하다. 예컨대 BIFF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BIFF 출품 영화를 중심으로 한 음악회, 강연회, 연극적 시도 등 국제영화제와 연계하는 기획을 더욱 다채롭게 한다면 건립목적에 한 걸음 더 다가갈 것이다.
공연장은 공연장의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부산의 대부분 공연장은 자연음향에 적합한 공연장이다. 이것이 유지되는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순수예술의 지속과 확장이다. 많은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자연음향을 고수하는 것은 인위적인 소리 만들기를 배제함으로써 갖는 순수성·현장성의 감동을 지키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공연장에 자주 등장하는 전자음향의 무분별한 사용은 극장의 건립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 조금은 괜찮지 않겠냐는 무신경으로 사용하다 보면 결국 이런 공연장의 본질인 순수음향을 위한 음향판 기능을 잃게 된다. 좋은 음향을 울려주는 공연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좋은 소리를 꾸준히 울리는 시간의 축척 속에서만 이뤄진다.
의미는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발굴하는 것이다. 공연장이 존재의 본질에 맞게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 관객은 그 의미를 발굴할 것이다.
앞으로 지어지는 부산의 공연장이 건립목적에 맞는 역할을 잘 수행해야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연장이 건립 목적에 맞는 본질적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극장 하나 더 짓는다고 해서 문화도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일을 그르친다. 문화유목민·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