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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장벽 무너뜨린 힘은 동서독 인적 교류

베를린, 베를린- 이은정 지음 /창비 /1만6000원

  • 국제신문
  • 정홍주 기자
  •  |  입력 : 2019-11-21 18:43:32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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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년간 독일 거주 이은정 교수
- 통일 30주년 맞아 원동력 분석
- 과거 두 체제 분단 고통 줄이려
- 타협·협력 등 실용적 방법 모색
- 남북 대치 한국에 좋은 본보기

“1989년 11월 9일 베를린장벽이 붕괴됐다. 장벽이 붕괴되던 날 동베를린 거리에서는 1961년 8월 13일 장벽이 세워지던 날과 비슷한 혼란이 발생했다. 동독 지도부가 주민들이 자유롭게 서베를린과 서독을 방문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정부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발표했고, 여행 자유화 조치가 즉각적으로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냐는 외국 기자의 질문에 당황한 대변인이 그런 것 같다고 대답한 것이 그 직접적인 원인이다.”(197쪽)
독일 사진가 바바라 클렘이 1989년 11월 10일에 찍은 사진. 시민들이 붕괴된 베를린 장벽 위에 서 있다. 국제신문 DB
베를린 장벽 붕괴 및 독일 재통일 30주년을 맞았다. 냉전 체제의 상징에서 세계 문화의 중심이 된 도시, 베를린의 극적인 변모는 독일의 자랑이자 분단 국가인 우리의 희망이다. 1984년부터 독일에서 생활해온 이은정 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 교수는 방대한 자료와 관계자 인터뷰를 토대로 이제껏 뚜렷이 드러나지 않았던 베를린 주민들의 생활상과 동서독 교류의 구체적 양상, 당국 간 협상의 막 전 막후를 생생하게 추적한다.

베를린 문제는 동독과 서독 간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냉전 당시 세계정세를 주도하던 미국과 소련, 동서진영이 만들어내는 갈등 속에서 변화하고 발전했다. 하지만 그러한 세계정세의 체제에 종속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베를린에서 일상을 살아내던 주민들의 열망, 그리고 분단으로 겪는 주민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애썼던 정치인들의 노력 속에서 베를린은 독자적이고도 실용적인 해결 방법을 모색해냈다.

저자는 동서 베를린이 갈등의 최전선이자 가교역할도 했음에 주목한다. 대립하는 두 체제 간의 타협과 협력, 끊임없는 교류가 결국 독일 통일의 원동력이었음을 드러낸다.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분단 당시 동서 베를린 주민들이 어떻게 분단을 의식하며 살았는지 그 생활상을 구체적으로 담아낸 데 있다. 19세기에 이미 베를린 전체에 구축돼 있던 인프라망(우편체계, 상하수도, 도시철도 등)은 분단 이후에도 적절한 방식으로 사용됐다. 철도와 상·하수도 등을 공동으로 쓰면서 가능했던 실무·기술적 차원의 협력, 같은 일터로 출·퇴근하는 동서 베를린 주민, 검열 속에서도 가능했던 서신 교류, 일상적인 접촉과 교류를 만들어낸 대중교통 체계 등 일상 생활의 교류가 분단과 정치적 대립을 초월하는 통일의 힘으로 작용했다. 물론 이런 시설들이 반드시 탈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았다. 때로는 동독과 서독이 자신의 체계를 선전하는 도구로 이용했고, 동서독 간의 관계가 경색될 경우 사용이 통제되기도 했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작성된 협상문과 논의 내용을 꼼꼼히 분석하면서 두 체제가 합리적인 접근 방법으로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했고 최소한의 소통이 베를린장벽이라는 거대한 분단의 벽에 끊임없이 구멍을 내는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다름을 인정하는 관용적 태도, 문제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 나가는 독일 특유의 실용적 접근은 분단체제 전환을 앞둔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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