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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43> 해전으로 본 동북아 100년

땅 차지하려 100년 간 바다전쟁 … 이젠 섬 뺏으려는 힘겨루기로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1-19 18:50:25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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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군이 국력이란 믿음 아래
- 경쟁적으로 힘 키운 강대국들
- 청일·러일·아태전쟁 거치며
- 동북아 제해권·영토 점령 안간힘
- 한국전쟁 이후 충돌 막 내려

- 조선도 해군 창설 나섰지만
- 일본서 사들인 양무호·광제호
- 해안경비·등대순시 역할 그쳐

19세기 말부터 서구 열강과 일본은 제국주의 팽창을 위해 전력을 다해 해군력 건설에 착수했다. 해군력은 식민지와 세력권 확대 그리고 본국과 식민지 사이 해상교통로 확보를 위한 힘의 표상이었다. 동북아에서도 각국 해군력 확장이 시작되면서 동북아를 재편하려는 강국들의 충돌이 발생했다. 지난 100년 동안 동북아에서 일어난 전쟁은 ‘양국 전쟁’이 아니었다. 해군력을 통해 동북아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은 ‘동북아 국제질서’라는 말을 전혀 어색하지 않게 했다. 각 국가가 바다로 연결돼 있었고, 동북아는 세계사에 편입돼 있었다. 지금 시점에 다시금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은 그때 그 관계망이 여전히 유효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조선(대한제국)이 해군력을 높이기 위해 두 번째로 사들인 군함 광제호. 일본 가와사키조선이 건조한 배로 1904년 12월 인천항으로 들어와 해안 경비 등에 투입됐다.
■ 청일전쟁, 중·일의 해군력 충돌

막강한 해군력을 기반으로 제해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됐다. 청나라와 일본도 뒤늦게 그 대열에 들어섰다. 해군력이 국가의 힘이라 믿으며 유럽에서 함선을 사들이고 해군 창설과 훈련을 시작했다. 그 뒤 중국 해군력과 일본 해군력이 황해에서 충돌했다. 청일전쟁은 일본의 승리로 끝이 났고, 동북아는 새로운 질서를 형성했다. 청나라는 아편전쟁에서 영국에 지면서 아시아 패권국 지위를 잃었고, 청일전쟁에서 일본에 지면서 동북아의 영향력마저 상실했다. 청나라 해군력이 상실되자 산동성 위해위(威海衛)는 일본과 영국 함대, 청도는 독일 함대, 여순은 러시아 함대, 광주는 프랑스 함대가 차지했다. 동북아의 바다가 열강의 거점이 된 것이다.

조선은 대국이었던 청이 일본과 전쟁에서 졌고, 동북아 패권에 도전한 일본이 동북아 주도권을 장악해가는 형세를 보았다. 조선은 1893년 영국 지원을 받아 최초 해군사관학교라 할 수 있는 조선수사해방학당을 강화도에 설립하고 해군 양성을 시작했다. 여러 문제로 1년 정도밖에 존속하지 못했지만, 해군력을 갖추려한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

조선은 다시 해군 창설을 시도했다. 1903년 양무호라고 명명한 군함을 구입하고, 일본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신순성을 초대 함장으로 임명해 해군 양성을 시작했다. 양무호는 1888년 영국에서 건조한 화물선을 일본 미쓰이물산(三井物産)에서 사들여 석탄운반선으로 쓰던 선박이었다. 미쓰이물산은 청일전쟁 뒤 군함에서 대포를 옮겨 장착해 조선에 팔았고, 그 군함은 1903년 4월 인천항에 도착했다.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 제대로 기능도 하지 못하는 함선을 구입했지만, 더 큰 문제는 유지 비용이 없었다는 것이다.

양무호의 실패를 경험하고 두 번째로 조선이 산 군함은 일본 가와사키조선(川崎造船)에서 건조한 광제호였다. 1904년 12월 인천항에 도착한 광제호는 등대순시, 해안 경비, 세관 감시 등 다목적으로 쓰였다.

■ 러일전쟁, 러·일 해군력 충돌

   
조선의 근대적 군함 광제호의 선원들.
청일전쟁 이후 일본은 이전과 비할 수 없는 예산을 쏟아부어 군함 건조를 시작했다. 일본의 기준은 러시아 해군력이었다. 러시아에 맞설 수 있는 해군력을 키웠다고 판단한 일본은 1904년 부산에 정박했던 러시아 상선을 포박하고, 중국 여순의 러시아 함대를 공격했다. 이 소식을 듣고 유럽에서 출발한 러시아 발틱함대를 일본 해군은 대한해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일본 해군이 러시아 해군을 이겼고, 러일전쟁으로 러시아는 해군력을 상실했다.

일본은 러일전쟁을 통해 조선에 일본 군사력을 배치하려 했고, 만주까지 확보하고자 했다. 이러한 야욕의 배경에는 해상제국 영국이 있었다. 동북아 패권을 러시아가 독차지할 것을 우려한 일본·영국 공조였다. 두 나라는 2차례 영일동맹을 맺었고, 영국의 막대한 지원을 일본이 받았다. 영국은 전 세계에 식민지를 갖고 있었고, 그 식민지는 통신망으로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어 세계 정보를 장악한 국가였다. 영국은 일본에 그 정보를 제공했고, 경제·군사 측면에서 대폭 지원했다.

미국도 일본을 지지했다. 러일전쟁이 끝날 무렵, 1905년 7월 미·일은 카스라·태프트 밀약을 맺었다. 미국은 필리핀 점령을, 일본은 조선 점령을 서로 인정하자는 것이었다. 한편 조선은 미국이 지원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고종은 미국인 선교사 헐버트를 통해 미국 대통령에게 서한을 전하려 했지만, 문전박대당하고 말았다.

■ 아태전쟁, 미·일 해군력 충돌

러일전쟁은 세계적 건함 경쟁 시대를 불러왔다. 러일전쟁 이전 각국 해군은 포격으로 충격을 주는 정도의 해전을 해왔다. 그런데 러일전쟁에서 강철 주력함인 러시아 함대가 일본 함대의 포격만으로 침몰했다. 가장 빨리 건함 경쟁을 시작한 나라는 영국이다. 일본도 태평양으로 팽창하기 위해 대열에 합류했다. 필리핀을 근거지로 한 미국과 마주하게 됐기 때문이다.

일본은 미국을 상대로 함선 건조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하고 일본의 재정은 파탄에 이를 지경이 되었다. 1921년 일본 군사비는 국가 세출의 49%(해군비 31.6%)까지 되었다. 건함 경쟁이 정점에 이른 1921년 미국 대통령은 영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에 군비확장 중지와 해군군비제한에 관한 국제회의를 제안했다. 워싱턴에서 회의가 열렸고, 10년간 주력함 건조를 중지하고, 주력함과 항모 보유 비율은 미국:영국:일본=5:5:3으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조약이 체결됐다. 조약은 1936년까지 유효했다.

조약 효력이 끝나는 1937년 각국 건함 경쟁은 다시 시작됐다. 일본은 이에 앞서 1931년 만주사변을 일으켰고, 1933년 국제연맹을 탈퇴했다. 영국 미국 일본은 앞다퉈 전함을 건조했다. 특히 항공모함 건조에 주력했다. 1941년 12월 아시아태평양전쟁 직전, 일본 해군의 임무는 미국 함대가 주둔한 필리핀, 영국함대가 주둔한 싱가포르의 제해권·제공권 장악, 하와이 미군기지 공격이었다.

일본은 미국과 연합군 함대를 태평양에서 맞으려고 했다. 결말은 일본 해군력의 완전한 패배였다. 해군력의 확장은 결국 전쟁으로 표출되었고, 전쟁으로 점철된 역사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 한국전쟁, 세계 해상 수송의 집결

아시아태평양전쟁 이후, 동북아는 또 다른 국제질서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1950년 세계 각국의 배들이 한국 부산항으로 향했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침략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자 유엔에서 6월 26일 유엔군 창설을 논의했고, 28일 파견을 결의했다. 유엔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집단안보’ 체제를 가동한 결정이었다. 16개국은 전투에 참전했고, 50여 개국은 의료와 물자를 지원했다. 의료지원국은 병원선을 한국으로 옮겨왔다. 모든 수송은 바다로 이뤄졌고, 대부분 부산항으로 상륙했다. 전쟁 뒤 전 세계의 한국 원조도 바닷길을 통해 진행됐다. 이 전쟁은 한반도가 분단되는 것으로 끝이 났고, 동북아 바다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아픔을 기억해야 했다.

   
한국전쟁 이후, 다행스럽게 동북아 바다에서 충돌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육지 쟁탈이 아닌 해역과 섬을 차지하려는 해양영토 분쟁의 서막이 올랐다. 바다 위 섬을 차지하기 위해, 해역의 한 지역을 영토화하기 위한 해군력이 충돌하고 있다. 다시금 동북아 국가는 물론 이해관계를 가진 여러 나라가 해군력 증강을 통해 제해권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김윤미 부경대 HK 연구교수

※ 공동기획:부경대 HK+ 사업단,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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