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먼저 부산에 서전병원 차려
- 6년간 결핵·골수염 등 치료 힘써
- 현지 다큐업체, 5년간 영상 제작
- 당시 모습·환자 인터뷰 등 담아
- 13일 스웨덴영화제서 상영 예정
“3살 때 서전병원(스웨덴적십자야전병원)에서 맹장 수술을 받고 3년간 입원해 있었어요. 너무 어려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당시에는 큰 병이었고 합병증까지 와 죽을 수도 있었다고 합니다. 의료혜택을 받아 60년 이상의 생명을 더 부여받은 것이죠. 서전병원은 저를 다시 태어나게 한 곳이나 다름 없기에, 스웨덴을 두 번째 조국으로 여기고 있습니다.”(류재영·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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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영화의전당에서 다큐멘터리 ‘한국전과 스웨덴 사람들’을 보기 위해 부산시민 류재영 김학태 조군자 김낙규 씨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한국전쟁 당시 부산에 주둔한 스웨덴적십자야전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인연으로 다큐멘터리 촬영에 도움을 줬다. 서정빈 기자 |
“중학교 1학년 때 서전병원에서 다리 골수염 치료를 받았어요. 이후에는 운동도 열심히 해 학교에서 배구선수로도 뛸 수 있었습니다. 서전병원 덕분에 좋은 인생을 살았습니다.”(김학태·82) 김 씨는 고등학교 교감으로 은퇴했다.
스웨덴은 물리적 거리 때문에 멀게 느껴지지만, 알고 보면 한국과 인연이 깊은 나라다. 특히 부산과는 각별하다. 한국전쟁 당시 스웨덴은 부산에 적십자야전병원을 차리고 6년 7개월간 무상으로 의료 지원을 하면서 큰 도움을 줬다.
170여 명 규모로 파견된 스웨덴 의료진은 여러 의료지원부대 중에서도 제일 먼저 부산에 도착해 가장 오래 머물렀다. 환자라면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았고, 인도적 차원에서 민간인을 위한 진료에도 나서며 지역에 큰 도움을 줬다. 당시 이 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는 약 20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를 기억하는 부산시민은 70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스웨덴을 고마운 나라로 기억한다.
스웨덴 또한 부산과의 인연을 잊지 않는다. 지난 8일 주한스웨덴대사관 주최로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스웨덴영화제’에서는 다큐멘터리 ‘한국전과 스웨덴 사람들(The Swedes in the Korean War)’의 시사회가 열렸다. 류재영 김학태 씨를 포함해 과거 스웨덴적십자야전병원에서 치료받은 인연으로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부산시민과 관객 200명이 함께 했다. 이날 자리를 함께 한 조군자(79·부산진구 초읍동) 씨도 당시 서전병원에서 결핵 치료를 받은 고마움으로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다.
‘한국전과 스웨덴 사람들’은 1950년 9월부터 1957년 4월까지 부산 부산진구(현 부산롯데호텔 부지)와 남구(부경대학교)에 주둔했던 적십자야전병원을 소재로 한다. 스웨덴 현지 다큐멘터리 제작업체 아카필름이 5년에 걸쳐 만들었는데, 당시의 의사 간호사 환자 등을 직접 인터뷰하며 역사를 생생하게 재구성했다.
70년 전 부산의 모습을 담고 있는 사진물과 동영상도 다수 발굴해 역사적 자료로서의 가치도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행사장에는 주한스웨덴대사관의 엘레노어 칸터 참사관도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엘레노어 칸터 참사관은 “올해 스웨덴과 한국이 수교 60주년을 맞았는데, 양국의 인연은 그보다 훨씬 이전인 70년 전 부산에서 시작했다”며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 있게 도와준 관계자와 부산시민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지난 8, 9일에 이어 오는 13일 상영된다.
한편 올해로 8회를 맞은 스웨덴영화제는 부산을 비롯해 서울 광주 인천 대구에서 개최된다. 부산에서는 지난 7일 개막했으며, 오는 13일까지 열린다. 행사 기간에 영화의전당에서는 ‘문 오브 마이 오운’ ‘업 인 더 스카이’ ‘비욘드 드림스’를 포함해 총 9편의 신작이 무료로 상영된다. 자세한 일정은 영화의전당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