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지면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또 실연의 상처를 두고 ‘심장이 무너진다’ ‘심장이 찢어진다’는 표현을 쓴다. 이뿐 아니라 사랑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하트(♥)’ 역시 우리 몸속 기관인 심장을 떠올리게 한다. 사랑과 심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면 사랑과 심장이 짝을 이룬 건 대체 언제부터였을까? 하트 모양은 언제 만들어졌고, 어떻게 온 세상에 퍼지게 됐을까? 미국의 역사학자이자 여성주의 작가인 메릴린 옐롬은 2011년 대영박물관에 전시된 심장 모양의 브로치(1400~1464년, 작자 미상)와 마주한 순간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또 찰나였지만, 살면서 본 모든 종류의 하트가 머릿속을 스쳐 가는 강렬한 경험을 잊지 못해 하트 연구에 뛰어들게 됐다.

‘하트에 관한 20가지 이야기’는 메릴린 옐롬이 하트를 나침반 삼아 무궁무진한 역사를 되짚어 본 결과물이다. 고대 신화와 중세 문학에서 사랑을 심장과 어떻게 연관 지었는지 살펴보고, 철학자와 과학자가 심장을 놓고 벌인 흥미로운 논쟁도 소개한다. 이와 더불어 하트 모양이 사랑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은유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저자가 살펴본 바에 따르면 이미 고대 그리스에서도 심장을 사랑과 동일하게 여겼다. 그리스 시인 사포가 사랑으로 전율하는 ‘미친 심장’ 때문에 괴로워했다는 기록이 단적인 예다. 또 우리가 현재 하트라고 부르는 형상은 나뭇잎이나 꽃과 같이 자연물에서 따온 큰 의미 없는 장식 문양에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이 형상은 14세기에야 비로소 사랑과 직접적인 연관을 갖게 되는데, 18세기에 들어서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복합적인 영향을 받아 하나의 대중문화로 자리 잡게 된다.

‘하트에 관한 20가지 이야기’는 하트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망라했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결국 ‘사랑의 힘’이다. ‘심장을 집어삼킨 감정’으로 연정을 표현한 고대 이집트인의 노래를 3000년도 더 지난 지금 우리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건, 사랑이 시공간을 초월하는 인류의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는 밸런타인데이가 600년 넘도록 지속하고 있다는 점 역시 ‘낭만의 힘’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말한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