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랑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혹은 잘 팔리는 화가로 꼽히는 문형태 작가의 개인전 ‘그림힐드(Grimhilde)’가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 맥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문형태 작가의 ‘그림힐드’. 맥화랑 제공

문 작가의 올해 첫 개인전이고, 국내에서는 2년 만이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는 개인전만 37차례나 열 정도로 다작을 했다. 그런데도 전시에 내놓은 작품 대부분이 팔려 ‘완판 작가’ 별칭이 붙기도 했다. 작업 기간이 길어진 만큼 한 작품에 들이는 농도는 짙어졌다. 그동안 동화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이번 전시에 걸린 그의 그림은 그가 초기에 활동할 때처럼 어두운 색상을 두텁게 사용해 다시 무거워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작가는 그림을 통해 무슨 말을 하려 했던 걸까. ‘유머’ ‘자아 성찰’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작품을 들여다볼수록 이야기가 어둡지만은 않다. 재치와 풍자를 쉽게 엿볼 수 있었다. ‘발렌시아가’ ‘프라다’ 등 소위 명품 브랜드로 분류되는 의류업체의 이름이 붙어 있는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그림 속 남자는 어울리지도 않는 커다란 옷을 입고 멋을 뽐내고 있는 듯 보였다. 자신의 개성이 아닌 명품에 현혹된 현대인의 모습을 꼬집은 듯했다.

전시명 그림힐드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에 등장하는 백설공주의 새엄마의 이름에서 따왔다. 우리가 아는 그림힐드는 악당이지만, 그림은 ‘거울을 보며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이가 누구인지 묻는 자신을 사랑하고 정체성을 고민하는 일에 부지런했던 인물’로 묘사했다.

문 작가는 조선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웹디자이너, 그래픽디자이너로도 활동했다. 2008년 개인전을 열면서 전업 작가로 활동을 시작하고 바로 주목받아 이듬해 SOAF(서울오픈아트페어) 10대 작가, 2011년 LA 아트쇼에서 어메이징 아티스트로 뽑혔다. 현재 국내뿐 아니라 뉴욕, 런던, 홍콩 등에서 주목받고 있다.

맥화랑 장영호 대표는 “그림힐드가 거울을 보며 수없이 질문했듯, 캔버스를 마주하고 끊임없이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는 작가의 이야기로 풀어진 작품들이 전시됐다”며 “작가는 본인의 이야기가 담긴 작업이겠지만 관람객도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오는 10일까지.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