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가 화가 지망생이었다는 것은 꽤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두 차례나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의 미술학교에 시험을 쳤다가 떨어졌다.

히틀러가 입학을 간절하게 원했던 학교가 있던 도시, 빈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유럽의 문화 예술과 지성을 이끌던 곳이었다.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 같은 세계적인 화가가 활동했고 하이든, 베토벤, 슈베르트, 말러의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음악의 도시였다. 어디 그뿐인가.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진료실을 연 곳도 빈이었다.

그런 빈을 독자에게 안내하는 책이 나왔다. 문화공간 풍월당의 박종호 대표가 쓴 ‘빈’이다. 이 책은 세기말의 인간 정신이 한꺼번에 폭발했던, 아직도 식지 않은 문화의 용광로 빈의 문화와 예술을 소개하는 여행 안내서이다. 저자 박 대표는 정신과 전문의지만 독자에게 오페라 평론가, 예술 칼럼니스트로 더 유명하다.

책을 들여다보면 흥미롭다. 유럽을 100차례 이상 여행한 박 대표의 발과 해박한 문화예술 지식이 녹아들어 있다. 빈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닌 박 대표의 시선에 머문 미술, 건축, 음악, 문학 이야기가 독자를 사로잡는다. 거기다 빈의 유명한 커피와 카페까지 만날 수 있다.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빈의 모습 중 상징적인 한 장면만 골라 본다.

“시청사와 마주 보는 건물이 ‘부르크 극장’으로서 ‘황실 궁정 극장’이 원래 명칭이다.… 부르크 극장은 아름다운 건물이다. 내부 투어 프로그램이 있으므로 신청해서 구경해 보자. 여기서 문학, 연극, 회화, 건축이 결국 하나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유명한 곳이 남쪽 계단실인데, 여기에는 유명한 천정화가 있다. 바로 인류 연극의 역사를 그린 ‘극장의 역사’ 연작이다. 구스타프 클림트와 동생 등 3명이 그렸는데, 클림트가 그린 ‘셰익스피어 극장’에는 극장 관객 중 클림트 자신이 있다. 클림트가 남긴 유일한 자화상이다.”(본문 167~169쪽)

빈은 커피와 카페의 도시지만 참고로 알아둘 것이 있다. 빈에는 국내에서 유명한 ‘비엔나 커피’는 없다고 한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