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 대화 관계 수립 30주년을 맞아 아세안 10개국 대표 작가 18명이 현대적 미감과 동시대성을 반영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8일 개막한 부산 해운대구 좌동 아세안문화원의 ‘아세안 공예 : 전통의 진화’ 전. 청주공예비엔날레 ‘아세안 초대국가관’에서도 동시에 열리고 있는 전시를 위해 아세안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하고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주는 작품 200여 점을 엄선했다. 아세안문화원 신예지 대리는 “전통을 기반으로 한 공예품이 일상 속 현대 디자인으로 어떻게 진화하고 예술의 경지에까지 올랐는지 볼 수 있다. 아세안문화원 상설전에 전시된 아세안 국가의 전통 공예품과 비교하며 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필리핀 출신 가구 디자이너 이토 키쉬의 의자 ‘Gregoria Chair Natural’. 아세안문화원 제공

전시는 국가별로 구성된다. 호주 멜버른을 기반으로 작업하며 전 세계적인 활동을 펼쳐온 태국의 현대 미술가 비푸 스리빌라사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정체성을 절묘하게 결합한 도자 작품 ‘Everyday Shrine Series’를 선보인다. 아시아의 전통 백자에서 볼 수 있는 채색기법과 금박을 사용해 도자공예가 지닌 조각성을 풍부하게 표현했다. 스리빌라사는 31일 아세안문화원에서 열리는 아티스트 토크 및 워크숍에 참석한다. 2013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인도네시아를 대표한 작가 알버트 요나단 세타완은 수백 개의 세라믹 모듈을 이어 붙여서 나방의 날개가 모여 꽃잎을 이루는 것을 형상화한 작품 ‘Mystic Flowers’를 내놨다. 이들 작품은 아세안 인의 삶을 재현하거나 현지의 재료와 전통적 공예기법을 재창안해 현대미술의 실험성을 담아냈다.

디자인 영역에서 아세안 공예가 지닌 비전을 엿볼 수 있는 작품도 있다. 필리핀의 대표적인 가구 디자이너 이토 키쉬는 작품의 재료뿐 아니라 생산방법까지도 지속가능성을 추구한 의자를 보여준다. 또 지난해 싱가포르 대통령 디자인상을 받은 한스 탄의 도자기는 작품의 표면이 담아낸 시각적 촉각적 대비를 통해 다민족 국가로 발전해온 싱가포르 역사의 파격과 규율을 읽을 수 있다.

이외에도 삼베와 강철 등의 소재를 활용해 고대 힌두교에 등장한 신적인 존재를 형상화한 캄보디아 출신 탕 소테아의 ‘압사라 & 데바타’ 연작, 베트남의 칠기 공예기법의 표현력을 현대 추상미술의 영역까지 확장한 피피오 안의 작업 등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내년 1월 15일까지(청주비엔날레는 다음 달 17일까지). 무료.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