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역사학자 티머시 스나이더
- 우크라 침공·영국 EU 탈퇴도
- 러시아 신권위주의 개입 주장
- 전 세계에 확산 위험성 경고

장면 1. 2014년 2월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전쟁이 발발했다. 한쪽은 우크라이나 정부군.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분명 전쟁은 일어났는데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싸우는 상대편의 정체가 모호했다. 러시아 군복을 입고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군인이 러시아 무기를 들고 있는데, 정작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우크라이나 ‘폭정’에 억압받던 러시아계 주민이 저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장면 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5년 6월 대통령 선거 출마를 발표했을 때 러시아 사이버전 전문 중추부인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는 미국부를 증설하는 등 규모를 확대했다. 90명 정도의 신입 직원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현장 근무를 시작했고 미국에도 파견됐다.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는 러시아 비밀 정보부와 함께 당시 민주당 힐러리 후보를 겨냥한 가짜 뉴스를 제작해 SNS에 퍼뜨렸다. 선거가 끝난 뒤 트위터는 3814개의 계정을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가 가동한 것을 확인했다.

미국 역사학자 티머시 스나이더가 쓴 ‘가짜 민주주의가 온다’는 냉전 종식 후 30년, 오늘날 신권위주의는 어떻게 전 세계에 다시 확산되고 있는가를 다룬다. 저자는 신권위주의의 근원지로 러시아를 지목한다. 푸틴 대통령이 신흥 재벌 ‘올리가르히’와 손잡고 반세기 전에 이미 사망한 철학자 이반 일린의 파시즘 사상을 소환해 권력을 휘두르면서 권위주의가 부활했다고 설명한다.

러시아는 옛 소비에트 연방 국가들의 유럽연합 합류를 막고 다시 한번 러시아 제국을 복원하는 ‘유라시아 구상’을 세우고 실천에 들어간다. 유럽연합 가입을 원하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신호탄이었다. 특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전에서 끊임없이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사이버 공격을 가해 성과를 거뒀다. ‘하이브리드 전쟁’의 위력을 확인한 러시아는 유럽연합을 분열시키려고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여론을 조작한다. 그것을 담당한 기관이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다.

저자가 제시한 사례를 보면 믿어지지 않는다. 가짜뉴스로 여론을 움직여 나치 이래 처음으로 극우 정당이 독일 의회에서 의석을 얻도록 했고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를 찬성하는데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했다고 말한다.

하이라이트는 러시아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했다는 주장이다. 트럼프를 백악관에 입성시키기 위해 세 가지 단계를 만들어 놓고 실행했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는 ‘러시아 스캔들’로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저자는 러시아가 민주주의로 가장한 신권위주의를 어떻게 부활시키는지 치밀하게 기록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만들어낸 개념인 ‘필연의 정치학’과 ‘영원의 정치학’을 제시한다. 역사학자답게 “역사는 되풀이되지 않지만 교훈을 준다”는 말로 전 세계에 경고와 대안의 메시지를 던진다. 김희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