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뉴커런츠 섹션에 초청된 ‘에듀케이션’(감독 김덕중)의 문혜인·김준형 배우가 ‘올해의 배우상’을 공동 수상했다. 결과에 대해 김 감독은 “매우 뛰어난 배우 분들이었음에도 감독으로서 이들에게 좋은 연기 환경을 제공해주었는지 반성했었다. 그럼에도 이 상을 받게 되어 매우 뜻 깊고 배우들에게 특히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제24회 BIFF 뉴커런츠 부문 초청작 ‘에듀케이션’의 김덕중 감독. dy1234@kookje.co.kr

　배우들의 연기 외에도 ‘에듀케이션’은 ‘이상하면서도 섬세한 리듬을 갖춘 영화’라는 평가를 받으며 영화제 기간 동안 화제가 됐다. 작품은 장애 활동 보조인과 어머니가 중증 장애인인 한 남자 고등학생의 만남을 통해 한국 영화에서 비교적 낯선 사회복지의 문제를 다룬다. 하지만 문제를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고 영화적인 순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감독이 직접 전하는 영화 소개를 듣고 싶다. ‘에듀케이션’은 어떤 영화인가?

▲김=청년 장애 활동 보조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장애 활동 보조인이 사람을 많이 만나기 때문에 서로가 만나 갈등하고 마음에 변화가 있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

-김덕중 감독 본인을 자신이 직접 소개해달라.

▲김=이전에 만든 단편 ‘더 헌트’와 지금 장편은 너무나 다른 톤을 가지고 있다. 단편은 보다 장르적이고, 이번엔 그것과 거리가 멀다. 그래서 아직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사람 같다.

-이 소재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김=대학 시절에 장애인 활동보조인을 경험한 적이 있다. 당시 세, 네 분 정도의 이용자를 만났는데 업무가 판이하였다. 어떤 이용자는 굉장히 느슨했던 반면 어떤 이용자는 굉장히 과도한 업무가 배당되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담아내고 싶었다.

-제목이 ‘에듀케이션’인 이유는?

▲김=현목의 경우 자신이 처한 상황 때문에 ‘이 정도는 해도 돼’ 라는 생각이 내제해 있다. 열패감도 있으며 스스로가 비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가서는 안 돼’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서 두 주인공이 만난다. 성인인 성희가 위협을 감수하고서라도 맞서려고 하는 것을 얘기해보고자 했다. 이를 통해 ‘삶의 뒤엉킴’을 시도하면서 서로가 배우는 과정에 놓여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는 장면이 많다. 최종결과물에서 처음 생각한 것과 다른 요소가 있었던 장면은?

▲김: 영화 후반부에서 야학 시설에서 춤추는 장면이 그랬다. 성희는 야학이 애증의 관계였고 춤출 때 현장의 분위기를 깨는 것처럼 보였는데, 실제 볼 때는 그 모습에 더하여 중심부에서 배제된 성희가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영화는 전형적인 캐릭터와 공간의 묘사를 배제함으로써 이상한 리듬감이 생긴다. 어떤 원칙을 두고 연출하게 되었나?

▲김: (리듬에 관해) 의식은 했던 것 같다. 장애인을 테마로 다루고 있었지만 전면에 내세우려 하진 않았고 오히려 초점을 청년에 맞추려 했다. 하지만 이들이 영화 속에서 많이 다뤄진 방식으로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다. 특히 야학이란 공간이 서사와 많은 연관이 있다. 이 공간에서 현목 엄마로 대표되는 장애인의 모습이 아닌 다양한 관계와 일상을 묘사하고 싶었다.

-서서히 감정이 변화되는 것이 아닌 성희의 말 한마디에 캐릭터의 위계질서가 완전히 바뀐다.

▲김: 현목은 어떤 활동 보조인이 왔더라도 시큰둥하게 대했을 것 같다. 그가 무슨 행동을 해도 그것을 지적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 같고, 현목은 더욱더 관계 맺음이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그가 활동 보조인에게 강압적으로 이것저것 요구한 것은 자신의 편함보다 관계에 대한 그리움과 반응에 대한 요청이 내제돼있다.

-연기가 뛰어나다. 배우분들은 어떤 지점을 중심에 두고 캐스팅하게 되었는지?

▲김: 문혜인 배우의 경우 이전에 거친 역할을 맡은 단편을 보게 되었다. 화를 많이 내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귀엽고 애정이 가는 연기를 선보여서 이 연기는 뭘까 감탄하기도 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이분의 이미지를 생각했던 것 같다. 김준형 배우 역할은 (극 중 역할처럼) 실제로 미성년자를 캐스팅 하려 했다. 엄마로 나온 송영숙 배우는 제 학교의 연기 트레이닝하시던 분이 소개를 해줬다. 연극이나 뮤지컬에는 활발히 활동하셨지만 영화는 많이 해보시지 않으셨고, 실제로 사회복지학과라 흥미로워하셨다.

-연출하면서 강조하고 싶었던 점은?

▲김: 모든 것이 구조와 시스템의 문제라고 말하고 싶진 않았다. 명확한 해결책은 없지만 이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다. 선과 악이 공존하고 명확히 구분할 수 없는 것처럼 그러한 공존의 모습들을 거리를 두고 긴 호흡으로 나타내고 싶었다.

-단편인 ‘더 헌트’때도 폐지 줍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루고, 이번 영화에서도 활동 보조인의 이야기를 담는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사회적 문제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려는 연출은 자제하려 한다. 이유는?

▲김: 다 같이 이 방향으로 똘똘 뭉치자고 얘기할 정도는 안 되는 것 같다. 제가 이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고, 조금 다른 시각의 영화에서 같이 고민하면 어떨까 정도로 인식하면 좋겠다.

-차기작은 무엇인가?

▲김: 새로운 시나리오가 근래에 완성이 되었다. 지금 장편과는 다른 톤의 영화가 될 것 같다. 오히려 이전 단편인 ‘더 헌트’와 유사한 영화가 될 것 같다. 이동윤 기자 dy1234@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