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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37> 신학문 배우러 바다 건너다

서구 무기가 탐나던 동아시아 왕조들 … 관료 해외유학 보내기 러시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0-01 18:45:43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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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 건너온 선교사에 의해
- 근대 서양 문물 접한 국가들
- 항해·군사 등 해군력 부러워
- ‘서양을 배우자’ 분위기 형성

- 용굉 등 개인 차원 유학 이어
- 청, 1860년대 국가차원 파견
- 여행기 적어 근대 지식 형성
- 서양식 총포·선박 생산 견인

- 조선은 이보다 늦은 1883년
- 미국에 사절단 ‘보빙사’ 보내
- 우리나라 최초 유학생 유길준
- 유럽 순방 뒤 ‘서유견문’ 펴내
   
19세기 청나라 조정이 근대적 지식을 수용하면서 세운 군사학교 수사학당(水師學堂). 오른쪽은 중국 최초 미국 유학생 용굉(위)과 청나라의 근대화 추진 기관, 복주선정국 모습.
■동북아해역, 양무의 파도가 치다

서구 근대 학문이 바다를 건너온 서양인에 의해 동북아해역에 전래된 것에 대해서는 지난 연재를 통해서 말했다. 특히 서양 선교사의 역할이 도드라졌다. 서구 근대 지식은 인문학에서 자연과학에 이르기까지 그 범주가 대단히 넓다. 선교사들은 종교를 전파하는 것이 최상의 임무였지만, 이문화 지역에 이를 보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들은 신기하고 놀랍고 또 두려워할 만한 것을 같이 소개하여 이목을 끌었다.

이렇게 근대 서양의 문물을 알게 된 동아시아 전통 왕조 국가들은 모두 ‘洋務’(양무)라는 행위를 거부할 수 없었다. ‘서양을 배우자’라는 분위기는 19세기 동아시아의 화두가 됐다. 왕조 국가들은 자신의 지배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이이제이(以夷制夷)’ 방식을 채택했는데, 이때 서양 오랑캐가 지닌 무기가 바로 그들이 배우고자 했던 것이다. 동아시아 왕조 국가의 지배층이 두려워했고 부러워했던 것이 바로 서구가 지닌 위력이었고, 그 위력은 바로 해군력으로 드러났다.

해군력은 조선, 항해술 그리고 군사기술 등을 망라했고, 또 이 모든 분야는 과학의 토대 위에서 가능하다. 이를 위해 청(淸) 조정은 1860년대에 강남제조총국(江南制造總局), 복주선정국(福州船政局), 천진기기국(天津機器局) 등 군사 및 조선공장을 속속 설립해 서양식 총포와 선박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부설학교를 세워 외국어와 기술을 가르쳤다. 또 군사학교인 수사학당(水師學堂)을 세워 해군을 양성했는데, 중국의 대표적인 근대 문학가 루쉰이 난징에서 다닌 학교가 바로 강남수사학당과 광무철로학당이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상인이 교역을 위해 바다를 건너는 것은 일상적인 생활이다. 하지만 해상 무역을 하는 상인이 아니라면 굳이 바다를 항해할 이유가 없는데, 양무의 행위가 동아시아 각국 정부에서 피할 수 없는 일이 되면서 이제 상인이 아닌 사람들이 대양을 건너기 시작한다. 서양의 군사, 외교, 법률 방면 전문가 그룹(이른바 각 분야의 서양인 고문)이 동아시아 해역으로 건너오고, 또 반대로 이를 배우기 위해 동아시아인이 바다를 건너 새로운 지식의 본고장으로 향해해 가기에 이르렀다. 드디어 해외 유학이 시작된 것이다. 동아시아인 가운데 처음 구미로 떠났던 이들은 대부분 관료였다. 동아시아 지역 국가의 정부가 외교사절단으로 또는 근대적 개혁을 위한 필요에서 이들을 파견했다.

■대양을 건넌 동아시아 지식인

   
조선의 지식인 유길준(위)과 그가 쓴 ‘서유견문’.
청말 중국에서 대양을 건너기 시작한 사람 가운데 상인과 관료 외에 개인적으로 구미로 간 이들도 있었다. 중국이 외교사절단 형태로 해외로 사람을 파견하기 시작한 것은 1860년대 중반부터인 반면, 개인적으로 구미로 건너간 것은 그보다 이른 1840년대에 시작됐다. 중국 최초 미국 유학생 용굉(容閎)은 1847년 미국 예일대학에서 공부했다. 1872년에는 30여 명 중국 학생을 데리고 미국 유학을 가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중국 유학생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와 같이 개인적으로 바다를 건너 구미에서 선진 학문을 배운 이들은 적지 않게 있었다. 근대 중국의 대표적인 저널리스트 왕도(王韜) 또한 그러하다. 그는 중국 남부에서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진행된 태평천국운동에 동조했다가 청조 관리들의 미움을 사 영국 치하 홍콩으로 도망했다. 그곳에서 스코틀랜드의 학자 제임스 레게를 만나 그의 유교경전 번역작업을 도왔는데, 10년 기간 가운데 레게와 함께 2년간 유럽에 머무르면서 서양 사상과 제도를 습득했다. 1870년 홍콩으로 돌아온 왕도는 1874년 중국 최초 근대 신문 가운데 하나인 ‘순환일보(循環日報)’를 창간하면서 독자적인 언론 활동을 전개했다.

개인 차원의 해외 방문 외에 이 시기에는 해외에 유학생을 파견하는 일이 제도화된다. 1872년 증국번(曾國藩) 등의 건의에 따라 미국에 매회 30명씩 120명을 파견해 의학 철도 조선 해운 광산기술을 배워 오도록 했고, 2년 뒤에는 영국 프랑스 독일에도 유학생을 파견해 제조, 항해, 군사훈련 등을 배워오도록 했다. 이렇게 아주 일찍 영국으로 파견된 유학생 가운데 한 사람이 바로 중국에 진화론을 소개한 엄복(嚴復)이다. 엄복은 조선술을 공부하기 위해 영국에 파견되었지만, 이내 영국 행정과 법률체계 및 경제학·사회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1879년 중국으로 돌아왔다.

일본 역시 막부 말기부터 메이지유신(1868)까지 10년간 막부와 번이 각각 사절단(7회)과 유학생 그룹(6회)을 구미로 파견했다. 대부분 막부의 관료이거나 번의 무사들이었다. 모두 홍콩이나 상하이를 경유해 구미로 향해 갔는데, 이 가운데 상하이를 5차례나 경유해 갔다고 한다.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1860년 첫 번째 사절단에 참가해 미국을 방문하고, 1862년 두 번째 막부 유럽사절단의 일원으로 역시 통역을 담당하면서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프로이센 러시아 포르투갈 등을 다녀왔던 이가 바로 후쿠자와 유키치다. 이토 히로부미 또한 1863년 조슈(長州)번의 지도자들에게 발탁돼 서양 해군학을 공부하러 영국으로 갔는데, 이것은 엄복보다 10년 빨랐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토 히로부미는 상하이를 경유하여 영국 상선을 타고 갔던 반면 후쿠자와는 모두 미국과 영국 군함을 타고 홍콩을 경유해 다녀왔다는 점이다. 이토와 후쿠자와에게 당시 경유지인 상하이와 홍콩은 어떤 이미지였는지 궁금하다. 우리 경우는 1883년 보빙사(報聘使)라는 사절단을 미국에 보낸 것이 처음이다. 이때 보빙사의 일원 가운데 한 사람이 바로 유길준이다.

노론계 양반 출신으로 과거를 준비하던 유길준이 진로를 바꾼 것은 당시 개화파의 산파였던 박규수의 집을 드나들면서였다. 유길준은 박규수에게서 위원의 ‘해국도지’를 소개받고 경세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 실학과 중국의 양무운동과 관련된 서적을 탐독했다. 1881년 고종이 파견한 조사시찰단(朝士視察團, 곧 신사유람단)에 참가하여 일본을 방문하고, 이 때 일본의 문명개화론자 후쿠자와 유키치가 경영하는 게이오의숙(慶應義塾)에서 수학했다. 1883년 귀국하여 7월 보빙사(報聘使) 민영익의 수행원으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매사추세츠주 세일럼시에서 일본 유학 때에 알게 된 생물학자이며 다윈의 진화론을 처음으로 일본에 소개한 모스(Morse, E. S.)에게 8개월간 개인지도를 받고, 1884년 그 부근에 있던 바이필드의 더머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우리나라 최초 미국 유학생이 되었다. 갑신정변이 실패했다는 소식을 듣자, 12월에 학업을 중단하고 유럽 각국을 순방한 뒤 1885년 12월 귀국했다. 이런 자신의 유학 경험을 토대로 적은 책이 바로 ‘서유견문’이다.

■조선, 늦은 근대 지식의 수용

   
이처럼 조선은 좀 늦었지만, 중국과 일본은 19세기 중반부터 바다를 건너 구미를 방문하여 새로운 문물을 접하고 돌아온다. 여행기를 비롯해 귀국한 이들의 기록은 서양인들이 가져온 자료와 함께 동아시아 근대 지식을 형성하는 데 또 다른 통로가 되었다. 이렇게 수용되고 정리된 중국과 일본발 근대 지식이 다시 조선에 수용되었다. 그것은 구미의 지식을 직접 대면하는 데 늦었기 때문이다.

서광덕 부경대 HK 연구 교수

※ 공동기획:부경대 HK+ 사업단,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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