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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현장 <62> ‘창작 탈 작가’ 이석금과 ‘따뜻한 샤머니즘 화가’ 곽영화

오늘을 사는 민중·이웃의 모습, 탈과 현대적 무속화로 마주하다

  •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9-09-17 18:59:13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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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이스닻서 오는 20일까지
- 희귀한 ‘이석금 곽영화 2인전’

# 창작 탈에 빠진 작가 이석금

- ‘한국 유일’ 동래야류 탈 장인
- 안중근 유관순 백남기 선생…
- 독립운동가부터 민중 얼굴 제작
- 종이로 만든 토우 ‘지우’도 선봬

# 민중미술·굿 그림 화가 곽영화

- 공장 청년 노동자·집회 현장
- 남북 병사 추모한 ‘두 병사’ 등
- 무속의 그림에 리얼리즘 반영
- “사람 평안하게 하는 미술 추구”

‘탈 작가’ 이석금(68)은 부산의 보물, 동래야류(국가무형문화재 제18호)에서 춤꾼이 쓰고 노는 탈을 만드는 장인으로 유명하다. 한국에서 유일하다고 해도 좋을 ‘창작 탈 작가’이기도 하다. 화가 곽영화(57)는 중진 민중미술 작가로, 한국 미의식의 원형을 탐구하면서 작품 활동을 한다. 그가 오랜 세월 붙잡고 있는 한국 미의식의 원형은 우리 전통 샤머니즘이다.

의 좋은 형·동생 사이인 두 작가가 ‘이석금 곽영화 2인전’을 부산 중구 대청로 스페이스 닻(SC제일은행 부산지점 곁)에서 지난 1일 시작해 오는 20일까지 이어가는데, 창작 탈의 세계와 우리 샤머니즘이 바탕에 깔린 천진하고 따뜻한 해원상생 세상을 한자리에서 보는 희귀한 장이다. 오늘을 사는 민중과 백성, 우리와 이웃의 모습을 거기서 만났다.
탈 작가 이석금 씨가 의령 한우산 전설을 소재로 만든 한우도령탈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굿 그림(무속화) 양식을 바탕에 깔고 그린 작품 ‘두 병사’ 앞에 선 곽영화 화가.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이석금 작가 “독립운동가·신성일·나훈아 탈도 만들고 싶어요”

“지난해 초쯤이었어요. 곽영화 작가가 ‘2인전을 함께 안 할랍니까?’ 하는 겁니다.” 이석금 작가는 2008년 마지막 개인전을 열었다. 11년 전이다. “그런데 그 전시는 ‘창작 탈’은 아니었어요. 창작 탈로 전시회를 마지막으로 연 건 15년 전쯤이었죠.” 2인전 제안은 이석금의 가슴에 불을 지른 듯하다. 그는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던 창작 탈을 맹렬히 만들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 창작 탈과 이석금 특유의 ‘장르’라 할 만한 지우(紙偶·종이로 만든 토우라는 뜻) 작품 등 약 50점을 선보였다.

부산 중구 동광동 전시장 스페이스 닻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곽영화 (왼쪽) 이석금 작가. 박수현 선임기자
그는 오랜 세월 동래야류의 탈을 만들었다. “박덕업, 문장원 선생과 함께 ‘동래야류 인간문화재’셨던 선친(이남선 선생)”의 영향과 인도로 청소년 시절부터 탈을 만들고 그림을 그렸다. 만 나이로 23세이던 1974년 부산 목마화랑에서 탈 작품으로 첫 개인전 ‘이석금 작품전’을 열었다. “원로 화가가 전시를 해도 지역신문에서 1단짜리로 단신으로 보도하는데 그치던 그 시절” 국제신문과 부산일보에 한 페이지짜리 전면 기사가 실릴 만큼 주목받았다. 동래야류와 관련한 그의 이야기보따리는 별도 인터뷰를 하고 싶을 만큼 크고 풍성했다.

가난하고 억압받는 처지이면서도 오묘한 해학과 낙천을 잃지 않고 지배자인 양반을 조롱하고 세상의 허세를 꾸짖는 것이 동래야류를 비롯한 탈춤의 세계다. 그래서인지 이석금의 창작 탈 속에서는 민중의 얼굴이 오묘하게 빛난다. 그리고 살아있다. 임꺽정 탈은 우락부락한데 정이 많은 속내를 숨기지 못하는 표정이다. 홍길동 탈은 당당한 형상인데 왠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신분 사회의 질곡과 난처함이 스며 나온다. 어우동 탈은 치명적인 미모를 앞세운 ‘팜므 파탈’(요부) 표정은 간데없고, ‘위선과 가식에 휩싸인 여러 귀하신 남성분들, 어디서 까불고 있니?’ 하는 느낌이다.

이석금 작가의 지우(종이로 만든 토우) 작품 ‘엄마~!’.
그리고 백남기 탈이 있다. “미학자 채희완 선생께서 시위 도중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돌아가신 백남기 선생의 탈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죠. 열심히 만들면서 그분의 삶을 느끼고 공감했습니다.” 안중근 김구 유관순 탈, 스승 천재동 선생의 탈 그리고 민중의 삶을 절묘하고 걸쭉하게 담은 지우 작품. 이석금의 작품에는 전통과 우리 미학에 튼튼히 뿌리를 내리면서도 오늘 여기를 살아가는 민중의 싱싱하고 끈질기고 당당한 표정이 담겼다. “그는 탈은 모두 박으로 조각한다. 춤꾼이 직접 쓰고 탈춤을 출 수 있는 탈이다. 앞으로 독립지사 백초월 선사, 민중과 함께한 스타 신성일 나훈아 등의 탈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오랜 세월 부산과학기술대 민속박물관을 돌보고 있다.

■곽영화 작가 “샤머니즘에 담긴 평안과 이로움을”

곽영화 작가의 그림 ‘파라다이스 에피소드 - 울산.
전시장에 들어서자 곽영화 작가의 큰 작품 ‘파라다이스 에피소드-울산’이 부드럽게 마음속으로 밀려온다. 큰 고래가 울산 하늘을 유영하고 그 곁으로 사람들도 난다. ‘청춘-굴뚝 사이로 흐르다 2’도 울산이 배경이다. 빽빽한 울산 공장의 굴뚝 사이로 사람들이 흐르듯 날고 있다. 자세히 보면 사람들은 꽃을 품고 있다. 한국 전통의 샤머니즘을 오래 탐구하고, 무속의 그림(굿 그림)을 작품에 반영해온 ‘현대적인 샤머니즘’의 화가 곽영화의 그림이다. 작품들이 따뜻하다.

곽영화 작가는 먼저 “이석금 작가나 저 같은 계통의 작품, 말하자면 현실주의나 민중미술 쪽 전시는 한동안 별로 없었다. 우리 스스로 돌아볼 겸, 그동안의 작업도 젊은 작가나 시민께 알릴 겸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며 기획의도를 밝혔다. “일찍부터 리얼리즘과 민중미술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렇다 보니 이전에는 그림도 좀 전투적이고, 집회현장 같은 곳도 소재로 많이 삼았다. 그러면서도 미술의 본질이 사람을 평안하게 해주고, 그리워하게 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데 있다는 생각을 해왔다”라고 그는 말했다.

오랜 세월 한국 미의식의 원형을 탐구했고, 우리 전통 샤머니즘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 그림에 반영해온 그에게는 이 생각 또한 ‘우리 전통 샤머니즘’이라는 바탕 위에 서 있는 것일까? 곽 작가는 “그렇다”고 답했다. “색채나 형상 측면에서 보면, 우리 샤머니즘의 굿 그림은 오방색을 기본으로 쓰고 흰색의 밝음을 중시하며 존재의 관계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또한, 과거 일을 현재로 불러오고 미래를 현재로 끌어들여 과거-미래-현재가 섞이게 하면서 결국 맺힌 것을 풀고 평온을 주며 사람에게 이로움을 안긴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에 그가 내놓은 작품은 이와 같은 틀로 설명할 수 있다는 뜻이겠는데, 인터뷰 도중 문득 ‘따뜻한 샤머니즘’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따뜻한 느낌의 ‘세한도’ ‘달빛 걷기’와 꽃이 담긴 그림이 그러했다. ‘두 병사’라는 그림은 비교적 크다. 군 복무 중 불의의 사고 등으로 숨진 남한과 북한 병사를 무속화처럼 그리고 이들이 죽음에 이르도록 한 현실을 비판하면서도 따뜻하게 추모한다. 곽영화 작가의 현대적인 그림 속에는 샤머니즘이 따뜻한 바탕처럼 깔렸다.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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