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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으로만 ‘정의’ 말하는 상위 20%의 위선

20 VS 80의 사회 - 리처드 리브스 지음/김승진 옮김/민음사/1만7000원

  • 국제신문
  •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  |  입력 : 2019-09-05 19:04:30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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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 99 구도 속 99인척 하지만
- 사실은 온갖 혜택 누리며 사는
- 美 중상류층의 실상 파헤친 책

- 양육·교육의 격차를 발판으로
- 수단 안 가리고 성공기회 독식
- 자녀의 계층이 하락하지 않도록
- ‘유리 바닥’ 깔아주려 갖은 노력
- 지금 우리사회의 모습과도 일치

‘수저론’이 사회의 공식처럼 당연시되고, 상류층 자녀들의 입시 성공담과 빈곤한 젊은이들의 열패감이 교차하는 시대. 이 혼란스러운 희망과 좌절의 시대에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20 VS 80의 사회’ 저자 리처드 리브스는 상위 20%인 중상류층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교육과 대입, 인턴과 전문직 등 성공의 기회를 독차지한다고 비판한다. 사진은 미국 하버드 대학. 국제신문 DB
‘20 vs 80의 사회’는 미국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인 리처드 리브스가 쓴 책이다. 입으로는 정의와 평등을 떠들면서 속으로는 갖은 혜택을 누리는 중상류층의 위선적인 태도와 불공정한 행위를 폭로한다. 미국 사회의 이야기인데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논란이 한창인 한국 사회의 현실과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1969년 영국에서 태어나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저자는 2016년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다. 국적을 바꾸기로 한 데는 세습 귀족이 버젓이 상원을 차지하는 영국 계급사회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다. 하지만 막상 살아보니 미국도 영국 못지않았다. 오히려 영국보다 더 철저한 계급사회라고 저자는 말한다. 리브스는 “브루킹스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자 워싱턴 인근의 부유한 동네에 사는 나 역시 상위 20%에 속한다”면서 상위 20%의 각성을 촉구한다. 그래선지 관념적이고 도덕적인 주장에 머물지 않고, 하위 80%에 가해지는 불평등의 실상을 생생하게 드러내며 당사자로서 스스로의 책임을 강조한다.

‘부의 불평등’에 관한 책은 이미 숱하게 나왔지만, 이 책은 그간 주류였던 ‘1%와 99%의 불평등’이 극소수의 부유층을 조준하던 것과 달리 보다 광범위하게 중상류층 20%를 겨눈다. 현재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표들은 상위 20%와 나머지 80% 사이의 큰 격차를 드러내고 있다. 일례로 1979년에서 2013년 사이 미국 상위 20% 가구 소득 총합은 4조 달러 늘었는데, 하위 80%는 3조 달러 정도 늘었다. 따라서 불평등의 원인을 규명하고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최상위 1%와 나머지 99%의 대결 구도가 아닌 20%의 ‘중상류층’을 중심으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상위 20%라는 계층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공고화되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는지를 따져본다. 가장 집중하는 문제는 양육 그리고 교육에서의 격차다. 특히 ‘기회 사재기’라는 개념을 강조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찰스 틸리가 저서 ‘지속되는 불평등’에서 처음 사용한 표현이다. 능력과 실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달리, 상위 20%가 기회를 사재기하며 심각한 쏠림현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중상류층은 수단을 가리지 않고 교육, 대입, 인턴과 고소득 일자리 등 성공의 기회를 독차지한 채 자신의 아이들이 하위 계층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유리 바닥’을 깔아주는 데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는 상위 20%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진 법과 제도에 의해 강화된다. 저자는 중상류층이 그들만의 주거지를 유지하는 부동산 제도, 동문 우대 제도와 같은 불공정한 대학 입학 절차 그리고 인턴 기회의 불공정한 분배를 정조준해 세대 간 계급 재생산을 저격한다.

   
이 책이 가진 냉철함은 큰 미덕이다.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에게 야망을 품으라고 끝없이 촉구하지만 그런 지위는 특별한 행운 없이 불가능하다는 공허한 사실, 능력을 키우는 교육 기회가 특정 계층에 집중되면 그 교육은 불평등을 심화하는 도구로 전락한다는 불편한 진실, ‘그들만의 리그’에서 배제된 이들이 처한 냉정한 현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제안은 값지다. 저자는 기회 사재기를 막고 격차를 줄이기 위해 시행할 수 있는 일곱 가지 조치들도 제시한다. 물론 핵심은 ‘20%’가 그동안 얼마나 유리하고 특권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는지를 인정하고 소득·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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