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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66> 김가경 소설가의 소설집 ‘몰리모를 부는 화요일’

무심코 단정 짓는 편견에 브레이크, 누구나 ‘속사정’은 있답니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9-01 18:49:11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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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춘기 시절 충청도→부산 이사
- 낯선 사람에 대한 궁금증 생겨

- “주변 사람 얼만큼 알고 있는지
- 단면만 보고 잣대 잰 건 아닌지
- 사람 마음 명확히 나눌 수 없어
- 켜켜이 쌓인 삶의 순간 이해해야”

동네 사람들에게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할머니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인색하고, 고집스럽고, 소통불통이라고 사람들은 돌아서서 욕을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장애를 가진 딸을 돌보며 혼자 살아오는 동안 방어기제가 겉으로 강하게 드러난 것이었다. 이런 식의 이야기는 그리 낯설지 않다. 알고 보면 누구에게나 말 못 할 속사정이 있고,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전부가 아닌 경우가 많다.
김가경 소설가가 감만창의문화촌에 있는 작업실에서 자신의 소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자신의 속내를 얼마나 털어놓고 살고 있을까. 주변 사람의 사정과 환경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서로 마음 툭 터놓고 이야기하고 배려하며 살고 있는 걸까. 아무런 선입관과 편견 없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김가경의 소설집 ‘몰리모를 부는 화요일’은 사람에 대한 관심이다. 한 사람이 현재의 자리에 오는 동안 겪었던 속사정을 찬찬히 풀어놓는다. 그래서 그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김가경의 소설은 ‘사람을 위한 변명, 혹은 설명’이다. 최근 부산 남구 우암동 감만창의문화촌에서 김 작가를 만났다.

■낯선 사람이 궁금했던 소녀

감만창의문화촌 4층에는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모여 작업을 하고 있다. 문이 열려 있는 작업실 안 분위기를 보면 방주인이 어느 분야의 예술인인지 짐작할 수 있다. 김가경 작가가 작업실을 안내했다. “책이 별로 없어요. 소설가 작업실에 왜 이리 책이 없냐고 하는데, 현재 읽는 중인 책만 갖다 뒀지요.” 읽고 있는 책만 꽂혀 있는 책꽂이는 그래서 더 꽉 차 보였다. 벽에는 ‘몰리모를 부는 화요일’ 북콘서트 때 사용했던 걸림막, 사진 등도 붙어있다.

김 작가는 대연동 집에서 매일 작업실로 출근한다. “날씨가 좋을 때는 걸어서 오고, 마을버스를 탈 때도 있어요. 오전 10시쯤 도착해요. 집에 일이 있으면 오후 2시쯤 올 때도 있고요. 밤새워 글을 쓰기도 하죠. 이곳에서 다양한 장르의 작가를 만난 게 가장 좋습니다. 연극, 춤, 미술, 음악, 영화…. 같은 분야가 아니라는 점이 편할 때도 있고, 모르는 분야니까 서로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고, 이 공간에서 배우는 점도 많습니다.”

김 작가는 1965년 충북 진천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2학년 때 부산으로 이사를 왔다. 동아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200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201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2016년 부산소설문학상, 2018년 제10회 현진건문학상을 수상했다. 2017년에 첫 소설집 ‘몰리모를 부는 화요일’을 냈다.

사춘기 소녀 시절 충청도에서 부산으로 왔던 그에게 억양이 다른 말투와 사람들의 기질이 조금 낯설었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부터 저의 관심은 줄곧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가까운 사람들, 우리 동네 사람들은 별로 궁금하지 않았어요.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보다는 사람들이 술집 여자라고 흉보는 이들이 궁금했고, 낯선 외지인들이 궁금했죠. 저 사람은 누굴까, 왜 저럴까, 무슨 사정이 있는 걸까 하고요.” 그 말을 들으니 소설집 ‘몰리모를 부는 화요일’에 등장했던 주인공들이 더 잘 이해됐다. 권선징악의 결말을 속 시원해 하는 독자로서는 소설 속 등장인물의 삶이 조금은 답답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물어보았다. “답답할 수 있지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명확하게 가를 수 있다는 게 늘 의문이었어요. 사람의 마음을 명확한 결말로 나눈다는 건 너무 강퍅하고 정이 없는 게 아닐까요. 배려가 없다고 할까요.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결결이 묻어있고 배어있는 삶의 순간들, 그 순간이 쌓여있는 마음, 그것을 읽어줄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제 소설은 그런 과정입니다.”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작가

몰리모를 부는 화요일 - 김가경·강·2017
소설집 속 작품 ‘다이아몬드 브리지’에는 개 조련사가 나온다. 조련사는 셰퍼드를 조련하는 첫날 돌에 걸려 넘어졌고, 그 순간 개가 달려들어 허벅지를 물며 공격했다. 조련사는 본능적으로 짱돌을 들어 개를 내리쳤다. 조련사가 개를 내리치는 장면만을 누군가 동영상으로 촬영했고, 그 장면은 삽시간에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갔다. 조련사는 사람들과 동물애호단체의 지탄을 받으며 조련협회에서 제명되었고, 숨어 지내다시피 하며 사는 처지가 된다. 아무도 조련사가 왜 그랬는지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앞뒤 맥락 없이 보고 싶은 장면만 보면서 잣대를 재는 일, 사실 우리가 일상생활 중 별 생각 없이 하는 행동이다. 김 작가의 소설은 그 ‘별생각 없는 행동’에 잠깐 브레이크를 걸어준다. 그렇다고 적극 변호도 하지 않는다. 그저 이러저러한 내막이 있다는 걸 말해준다. 겉으로는 나쁜 사람이라는 딱지가 붙어있지만, 그렇게 몰아간 상황이 있다는 걸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러면서 온전히 한 사람을 이해하게 한다.

소설을 읽고 있으면 타인의 비난을 받거나, 무기력한 루저이거나, 남에게 빌붙어 사는 사람이거나, 그가 누구이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작가가 느껴진다. 모두가 떠난 자리에 끝까지 남아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마음이 보인다.

소설집 말미 ‘작가의 말’에서도 그 마음이 짐작된다. 길에서 스친 한 여자에 대한 기억이다. 김 작가는 뭔가 사연이 있을 거라고 느낀다. 그 순간을 이렇게 썼다. “그녀가 온몸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제 이야기가 들리나요? 무언가 간절하게 다음 말을 하는 것 같았는데 나는 알아듣지 못했다. 그녀의 말을 알아들으려면 내 안에서 작동하는 모든 채널을 꺼야 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봐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김가경의 소설을 읽는 동안 우리는 불필요한 채널을 끄고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

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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