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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현장 <60> 역사·문화 측면에서 살펴본 한일 경제전쟁

‘힘의 교체’ 때마다 전쟁터 된 한반도, 그 중심엔 일본이 있었다

  • 국제신문
  •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9-08-20 20:03:04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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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 시작한 한일 무역전쟁
- 반복된 역사 흐름 낯설지 않아

- 임진왜란 러일전쟁 일제강점기…
- 한결 같은 日 극우 보수의 패턴
- 치밀하게 준비된 ‘싸움’ 같지만
- 본질 다가갈수록 드러나는 허점

- 임란 때 의병에 日 호되게 당했듯
- 이번엔 한국 국민 ‘보이콧’ 반격

- 역동성 품은 민중의 나라 한국
- 지배층 따르는 일본과 다르다

7월 초 일본 아베 신조 정부가 경제·무역 부문에서 한국을 ‘공격’했을 때, 퍼뜩 든 생각은 두 가지였다. ‘일본 극우 보수가 나름대로 준비 많이 했겠구나’ 그리고 ‘이건 전쟁이구나’. 이 생각은 그 뒤로 변치 않는다. 이 ‘전쟁’의 역사·문화 측면 또는 문화·역사적 뿌리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이런 일이 어쩌다 터지는 게 아니라 역사 속에서 반복된다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침략해오고, 한국은 응전하고…. 그래서 찾아봤다. 유튜브와 책을 뒤졌고 전문가 의견도 들었다. 역사와 문화 측면에서 한일 경제전쟁을 살피면 어떤 그림이 보일까?
   
부산의 문화예술인들이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 보복 조처에 항의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부산시인협회가 지난달 29일 부산 동구 정발 장군 동상 앞에서 언론 회견을 하는 장면(왼쪽)과 지난 8일 부산민예총 주최 행사에서 춤꾼이 춤추는 모습. 국제신문 DB
■다시 다네가시마? =이번 취재를 하느라 한명기 교수의 유튜브 역사 강연 영상을 다 찾아서 봤다. ‘병자호란’ ‘임진왜란과 한중관계’의 저자인 그의 강연은 동아시아를 큰 틀에서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됐다. ‘G2 시대에 반추하는 조선의 국제관계’(2015년 12월)에서 그는 “우리 조상은 강대국 입김 속에 살아가는 조선의 지정학적 현실을 복배수적(腹背受敵)으로 표현했다. 배와 등 양쪽으로 적을 맞는다는 뜻이다”고 했다. 배는 중국 대륙, 등은 일본 열도다. “가장 센 네 나라 미·중·러·일에 둘러싸인 현재 상황은 과거 역사적 조건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그 다음도 중요하다. “600여 년 역사를 돌아볼 때 한반도를 둘러싼 대륙이나 해양에서 ‘힘의 교체’가 생기면 한반도에는 어김없이 위기가 다가온다. 그 위기는 백발백중 전쟁이었다.” 임진왜란(명·청 교체기와 일본 성장), 정묘호란(명·청 교체기), 병자호란(명·청 교체기), 청일전쟁(청의 쇠락, 일본의 부상), 러일전쟁(일본 부상)까지는 좀 익숙하다. 여기에 홍건적까지? “14세기 원·명 교체기에 한족 반란군이 중국 강남에서 일어납니다. 홍건적도 강남에서 반란을 일으키는데, 원의 진압에 밀려 만주로 북상하죠. 그러다 1358년과 1361년 고려로 쳐들어와요. 2차 침임 때는 고려 수도 개경이 함락됩니다. 참극이죠. 고려는 홍건적에게 어떤 잘못도 한 게 없는데 말이죠.” 강대국 권력 교체기에는 중국 강남에서까지 한반도로 쳐들어온다.

“1543년 일본 규슈 다네가시마에 표착한 포르투갈 선원 핀투가 일본에 서양 소총(조총) 한 자루를 전합니다.” 그 조총은 무섭게 불어나 50년 뒤 임진왜란 때 일본군 손에 들려 조선을 피바다로 만든다. 한 교수는 이어 “임진왜란 7주갑(420주년)인 2012년 한국은 아리랑 3호 위성을 쏘아올 렸다”고 소개한다. 아리랑 3호는 일본 미쓰비시(전범 기업이다)가 만든 로켓에 실려 우주로 갔다. 그 로켓을 발사한 곳이 일본 규슈 다네가시마 우주센터, 1543년 조총이 전래된 바로 그 섬이다.

여기서 잠깐. 힘의 이동? 권력 교체기? 지금이 바로 최강자 미국과 급성장 중국이 부딪히려는 시점 아닌가? 하필 이런 때 일본은 싸움을 걸어왔다.

■본질에 육박하면 드러나는패턴=이번 한·일 경제전쟁은 햇볕 잘 드는 방에서 먼지를 터는 듯한 느낌이 있다. 착 가라앉아 있어 잘 안 보이던 먼지 알갱이가 일제히 날아올라 하나하나 모습을 드러내니 실체를 알아보기 쉬워진 것이다. 유튜브를 두루 검색하다 역사학자 이덕일 박사(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가 연합인포맥스TV에 출연한 대담(2015년 10월)을 보게 됐다. 그는 일제강점기 식민사학을 비판하고 있었다. “(식민사학자인) 이나바 이와키치가 논문에 이렇게 써놨다. ‘진(秦)의 장성(만리장성)의 동단(東端)은 지금의 조선 황해도 수안(遂安)의 강역에서 기(起)하여(일어나)…개원 동북 지역으로 나온다는 사실은 ‘한서’ ‘지리지’(漢志)에 의해서 의심할 바 없다’. 그런데 ‘한서’ ‘지리지’를 직접 확인해보면 그런 기록은 하나도 없다. 한반도 관련 기록 자체가 안 나온다. 다 (일제 식민사관을 퍼뜨리기 위한) 사기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일제강점기에 ‘한서’ ‘후한서’ ‘사기(史記)’를 누가 갖고 있었나. 그들만 갖고 있었다. 지금은 대만중앙연구원 사이트에만 가도 ‘사기’부터 ‘청사고’까지 중국사 25사(史)가 원문부터 해석까지 다 서비스된다. 그걸 띄워놓고 하나 하나 같이 확인해보자는 거다.”

이런 패턴은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었다. 일본 극우 보수는 주장하고 싶은 건 일단 내지른다. 정보가 제한됐던 이전엔 우리도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 주장의 ‘표피’가 아닌 그 속의 본질이 뭔지 계속 따져가다 보면, 허점은 드러나고 해석에는 차이가 생긴다. 이를 계속 따지고 들면 그들은 우리에게 ‘감정적이다’라며 짜증을 낸다.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부였다”고 주장하는데, 조선 시대 문화에서 자란 어린 여성이 ‘자발적으로 매춘부의 길로 갔다는 것’이 이치에 닿는가? ‘증거’ ‘합법’이라는 표피 속 본질은 속여서 강제로 끌고갔다는 것인데, 이런 ‘본질’에 육박하려고 따지고 들면 짜증을 낸다. 정보나 자료도 별게 없다. 그런 사이 일본 극우는 세계적 보편성을 잃고, 둘러보면 주위엔 자기들밖에 없다. 그들은 ‘난징대학살은 없었다’고 부정하는데 이 정보혁명과 초연결 세계에서 그런 주장이 보편적 설득력을 갖겠는가?

■민중의 나라=문화 측면을 더 들여다보고 싶어 고전학자 정천구 박사를 만났다. 그는 제자백가에 관한 책을 여럿 썼고, ‘삼국유사’ 연구를 축으로 동아시아 여러 나라 사상·문학을 비교 연구한다. 일본 문화 관련 책 ‘원형석서’ ‘일본영이기’ ‘차의 책’ ‘동양의 이상’ ‘모래와 돌’ 등을 번역했다. “먼저 눈여겨볼 대목은 7월 초 일본이 시작했을 때 한국 정부가 아니라 한국 시민이 앞에 나서서 반격했다는 점이죠. 역사를 봐도 이는 되풀이됩니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은 우리 의병이라는 ‘변수’를 계산에 못 넣었다가 호되게 당하죠. 구한말, 일제강점기, 촛불혁명까지 한국은 백성·시민·국민이 나서요. 민중의 나라죠.” 이번 한·일 갈등 초기에 어떤 네티즌이 “개싸움은 우리(국민)가 한다”는 글을 올린 게 우연이 아니었다.

일본은 뭘 할 때 치밀하게 준비하는 것 같지만, 실은 치밀하게 준비한다고 ‘생각’하는 덫에 빠지곤 하는 것 같다. 매뉴얼을 철저히 만들지만, 매뉴얼 바깥 요소가 쳐들어오면 그만 당황한다는 것인데, 한국과 관련해서는 ‘민중’이 그런 바깥 요소라는 말로 이해됐다. “일본은 막부든 내각이든 지배권력이 공인(公認)한 건 국민도 꼭 따라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요. 무사집단의 멸사봉공(滅私奉公)의 공(公)이고, 사견을 말하면 이지메당하기 쉽죠. 한국은 지배권력이 공인했다 해도 민중이 인정할 때 비로소 공인됩니다. 민중의 공인(共認)이죠.”

일본 지배층 문화의 꽉 짜이고, 조용하고, 청결하고, 인위적인 특징을 좋아하는 한국 보수층 가운데 한국 민중을 시끄럽고, 고집 세고, 품위 없고, 욕 잘한다며 혐오하고 짜증내는 사람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이걸 뒤집으면 그대로 한국 민중의 역동성과 생명력이다. 민중의 나라에 사는 민중이 조용할 리가 있나? 흥미롭게도 한국에선 반일(反日), 일본에선 혐한(嫌韓)이다. 반일은 ‘찬반 논리를 따졌을 때 나는 네게 반대하며 그래서 네가 싫다’는 뉘앙스가 있다. 혐한은 ‘마 됐고 나는 네가 싫고, 그래서 너는 틀렸다’는 뉘앙스가 있다. 양쪽 다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단지, 인류 보편 가치를 공유하고 추구하는 것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박가네’ ‘롯본기 김교수’ ‘김용운의 역습’ 등과 박경리, 조정래, 황창연 신부, 법륜 스님 강연 등 유튜브 내용도 참조했음을 밝힌다.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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