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영상으로 두 공간 결합
- 소울아트스페이스서 27일까지

사진과 영상이 합쳐져 근사한 작품이 됐다. 사진 속 공간은 다양하다. 오랜 역사가 묻어있는 궁전, 호텔의 스위트룸, 서울의 한옥, 비행기의 좌석과 같은 장소들이 펼쳐진다. 그 사진 안에서 폭포가 떨어지고, 눈이 내리고, 파도가 밀려오고, 구름이 흘러간다. 소리 없이 차분한 창문 속 영상은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최소한의 움직임만을 보여주고 있다. 첨단 기술이 동원됐지만 차가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 미디어 아티스트 임창민이 만들어낸 서정적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팍팍하고 분주한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임창민 작가의 ‘Into a time frame in Busan 2’.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

임창민 작가의 개인전 ‘Into a time frame’이 부산 해운대구 우동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다. 임 작가는 정지된 이미지와 영상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조합해 새로운 미디어 아트를 탄생시켰다.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하는 ‘부산’ 시리즈 신작과 그간의 대표작을 함께 만날 수 있다.

임 작가는 영상 설치 작업의 일회성을 극복하기 위해 이미지 프레임 안에 영상을 삽입하는 독창적인 방식을 고안해냈다. 두 매체의 독특한 조화를 보여주며 인적이 사라진 공간 속의 창으로 자연 풍경을 끌어들인다. 사진 속 창문 너머에는 미세하게 움직이는 영상이 절묘하게 숨겨져 있다. 창밖 풍경에서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변화는 실내의 정적인 공간에 미세한 파동을 일으킨다. 눈에 익숙한 듯한 실내 공간과 창밖의 아름다운 풍경. 다른 시공간에 있는 두 장면의 조화를 통해 작가는 자신만의 경관을 만들어낸다.

작품 속 사진과 영상은 같은 장소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른 공간끼리 결합돼 현실의 풍경인 동시에 실재하지 않는 장면이다. 임 작가는 원하는 장소에서 가장 적합한 이미지의 조화를 위해 같은 장소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찾는다고 했다. 작가의 시각적 경험이나 기억을 바탕으로 한 장소이기에 누구나 일상에서 유사한 풍경을 마주하며, 공적인 장소는 사적인 공간으로 전환된다.

임 작가는 “작품을 보는 관객이 개인의 경험과 내면의 이야기를 연결해 사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 작가는 대구 계명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한 후 뉴욕대 대학원에서 미디어 아트를, 뉴욕시립대 영상예술대학원에서 미디어 아트 프로덕션을 전공했다. 뉴욕, 상하이, 홍콩, 서울 등에서 20여 회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하며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현재 계명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051)731-5878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