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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지 못한 조선인 생각에 먹먹…그래도 한일 우호의 희망 봤다

조선인 조난자 묻혀있는 日 오다야마 묘지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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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된 조선인
- 1945년 9월 귀국위해 배 탔다가
- 태풍 만나 전복, 100여 명 사망

- 1990년 일본 시민 노력 힘 입어
- 규슈 기타큐슈시에 위령비 건립
- 부산 예술가 매년 추모행사 열어
부산에서 여객선을 타고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 시모노세키에 닿은 뒤 JR 시모노세키역에서 규슈 기타큐슈시의 중심지 고쿠라에 닿았다. 다시 전철을 잡아타고 토바타로 가니 이번에는 도선장에서 작은 배를 타고 3분 거리의 와카마츠로 가야 했다.
   
일본 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 와카마츠구 후카마치에 있는 오다야마 묘지의 ‘조선인 조난자 위령비’. 1945년 일제 패망과 조선 독립을 맞아 일본에서 고국으로 돌아오려다가 희생된 조선인 동포들을 기리고자 세웠다.
이곳 기타큐슈시 와카마츠구의 후카마치에 ‘오다야먀 묘지’가 있다는 정보만 들고 왔는데, 막상 오고 보니 어떻게 그곳까지 가야 할지 조금 막막했다. 상세한 여행정보나 교통정보는 구하기 어려웠고, 말은 잘 통하지 않았다. 겨우 잡은 택시의 기사가 “오다야마요? 하카(무덤)를 말하는 겁니까?” 하고 우리 일행에게 되물어왔을 때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하카’ 맞습니다. 그곳으로 가주세요.”

지난달 초였다. 국제신문에 ‘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를 연재하는 음식문화 칼럼니스트 최원준 시인은 광복절을 앞두고 일본 규슈의 기타큐슈시 지역을 취재하고 싶어 했다. 그 일대는 제국주의 일본이 세계 침략 전쟁을 일으킬 때 심장부 구실을 한 제철 분야 ‘전범 산업’의 유적이 아주 많고, 기타큐슈시의 중심지인 고쿠라에는 ‘카쿠우치’라는 독특한 음주문화가 발달했다는 이유였다.

   
오다야마 묘지를 알리는 표지판.
“카쿠우치 문화는 일제강점기 고국에서 이 지역으로 많이 끌려와 죽을 고생을 한 조선인 노동자의 삶과도 깊은 관련이 있었을 터인데, 그 흔적을 찾아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기타큐슈에 있다는 ‘오다야마 묘지’에 꼭 가보고 싶던 터라 그의 동행 제안을 금방 받아들였다. 그 얼마 뒤 7월 하순,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이 한국에 ‘경제전쟁’을 걸어왔다. 아베 정권에 대항하는 차원에서 일본 여행을 자제하는 움직임이 국내에 일기 시작했지만, ‘이런 때일수록 오다야마 묘지에는 꼭 갔다 와야겠다’는 판단이 섰다.

와카마츠~토바타 도선장에서 오다야마 묘지까지는 2.2㎞. 택시에서 내리자 ‘조선인조난자위령비석’이라고 한글과 한자로 쓴 표지판이 있다. 오다야마 묘지는 “기타큐슈시가 운영하는 시영(市營) 공원묘지 안에 조성돼 있다”고 인터넷 ‘세계한민족문화대전’에 나와 있다. 일본인이 묻힌 공동묘지 안에 따로이 마련한 ‘조선인 조난자’의 무덤이라는 뜻이다. 이곳에 얽힌 사연을 좀 더 알아보자. ‘세계한민족문화대전’의 설명을 좀 더 인용한다.

“1945년 9월 17일 재일조선인의 귀국을 위해 출항한 배가 9월 18일 밤에 초대형 태풍 마쿠라자키를 만나 기타큐슈시 와카마츠구 안세 앞바다에서 조난을 당해 전복되었다. 다음날 아침…인근 해안에는 몸빼, 작업복 등을 입은 100구 이상의 조선인 시신이 밀려들어 왔다. 이들이 어디서 출항한 사람들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 치쿠호(筑豊) 탄광이나 야하타 제철 등 기타큐슈 지역으로 강제 동원된 재일조선인과 가족들이었을 것이다.”

서러운 죽음을 당한 100명 이상의 조선인 가운데 이곳 오다야마 묘지에는 80명 정도를 모셨다. 현장에서 본 한여름의 오다야마는 왠지 초라해 보였다. 묘지 주위 빈터는 풀이 웃자라 들어서기 힘들었고, ‘위령비’와 솟대와 강영환 시인의 시를 새긴 조형물이 전부인 것처럼 보였다. 매미 소리만 무덤을 덮을 듯 요란했다. 조선인 희생자들의 고되고 아픈 삶과 슬프고 억울한 죽음을 떠올리니 더욱 가슴이 먹먹했다.

   
묘지에 세워진 부산 시인 강영환의 시 조형물.
일제강점기는 한민족에게 피바람 세월이었다. 1919년 3·1 운동 때 시위를 했다는 이유로 일제가 학살한 한민족이 적게 잡아 7500명. 그 이전인 동학혁명 때 일본군이 학살한 우리 민족은 7만여 명. 일제가 사할린으로 강제동원했다가 자기들이 패망하자 사할린에 ‘버린’ 한민족이 4만여 명…. 이런 실증적 사례는 훨씬 많이 찾아서 들 수 있다. 수탈해간 자원과 자산, 직·간접으로 희생된 한민족은 또 얼마인가?

그런데 오다야마 묘지에 관해 조금씩 더 알아볼수록 ‘희망의 빛’ 같은 것을 보게 된 것은 흥미롭고 반가웠다. 재일동포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항로’를 만든 부산의 김지운 감독은 “오다야마 묘지의 조선인 조난자 위령비가 선 것은 일본 시민단체와 일본 시민의 노력에 힘입은 것”이라고 말했다. 기타큐슈의 시민단체 등 일본 사람들이 먼저 조선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활동에 나섰고, 재일동포도 힘을 보탰으며, 기타큐슈시도 협조하면서 1990년 이 위령비가 섰다고 한다.

그 뒤 2005년부터 부산민예총 예술가들이 해마다 이곳을 찾아 추모행사를 한다. 위령비 곁에 세운 솟대와 강영환 시인의 시 ‘그대 외롭지 않으리’ 조형물도 부산 예술가들이 만들었다. 이 지역 재일동포도 오다야마 묘지를 가꾸는 데 힘을 기울인다. 이렇게 한국과 일본 국민, 재일동포가 힘을 합치면 평화와 우호의 꽃은 언제든 다시 피울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오다야마 묘지 주위에는 누가 심은 것인지 무궁화가 활짝 피어 있었다.

조봉권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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