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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30> 대항해시대의 대만

‘이주민의 섬’ 대만 … 네덜란드 38년 식민통치 뒤 근대세계사 편입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8-08 19:06:05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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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세기 포르투갈 상선이 발견
- 아름다운 섬 의미 ‘포모사’ 명명
- 역사 기록에도 처음으로 등장

- 대항해시대 후발주자 네덜란드
- 정부 지원 아래 동인도회사 설립
- 인도네시아·일본 걸친 상권 구축

- 中·日 무역항로 중간기착 위해
- 포모사섬 동남부 지역 점령 뒤
- 군사 요새 ‘질란디아성’ 축조
- 이후 섬 전체 ‘대만’으로 불려

- 1662년 中 정성공 침공 전까지
- 원주민 위한 ‘신항어’문자 창제
- 쌀·설탕 재배 무역 거점 만들어
- 국제 해상교류에 큰 발자취 남겨

대만에선 ‘중국은 대륙형 문화여서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반면, 대만은 해양형 문화여서 변화와 새로움을 추구하는 전혀 다른 문화’라고 한다. 이에 반해 최근 대륙에선 중국은 대륙 국가에 그치지 않고, 해양국가라고 주장한다. 해양 중국의 대표 사례로 대만 섬을 포섭해 대만 역사를 중국 지방사의 일부분으로 흡수하려 한다. 이런 관점 차이는 대만의 역사 전반에 걸쳐 서로 다른 해석을 낳았다. 대항해시대의 대만 역사가 대표적이다.
대만을 그린 옛 서양 지도. 포모사 (FORMOSA)라는 표기가 선명하게 보인다.
■포모사의 유래

‘대만사 사백 년’이라는 말이 있다. 물론 대만 섬에도 선사시대가 있었지만, 원주민에게 문자가 없어 고대 시기 기록이 거의 없다. 역사에는 기록이 필요하다. 대만이 역사시대에 접어든 것은 1543년 포르투갈 상선이 일본을 왕래하다 산수가 아름다운 대만 섬을 발견하면서부터라고 한다. 해도에 아름다운 섬이란 뜻으로 ‘포모사 섬(Ilha Formosa)’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여기서 포모사(또는 美麗島)라는 이름이 유래했다는 것이 정설이나, 이견도 있다.

15, 16세기 유럽은 해상 무역의 대상과 식민지를 찾아 대양을 탐험하면서 대항해시대로 접어들었다. 국제 환경 변화 아래 대만은 근대 세계사에 편입됐다. 극소수 일본인 중국인 해도(海盜·해적과 비슷한 말)가 대만 섬을 방문한 것과 달리, 서양 중상주의 국가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대만에 왔다. 포르투갈은 명 제국의 마카오를 얻었다. 스페인은 필리핀 여송(呂宋)에 식민지를 세워 마닐라를 거점으로 삼았다. 네덜란드는 인도네시아 바타비아(지금의 자카르타)를 중심으로 동아시아 무역과 식민에 열중했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17세기 네덜란드가 대만에 지은 군사요새 질란디아성.
16세기 중엽 이후 대만의 국제적 지위가 갑작스레 바뀌었다. 유럽 해양 제국들이 동쪽으로 진출하면서 대만 섬은 동아시아와 유럽 간 무역노선의 중간에 놓이게 되었다. 처음에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식민지와 해상무역의 이권을 놓고 다퉜다. 후발 주자 네덜란드는 정부 지원 아래 1602년 연합동인도회사(Vereenigde Oostindische Compagnie, 약칭 V.O.C.)를 만들었다. 이 회사는 해상무역의 독점권과 군대를 조직할 권리를 얻었다. 네덜란드 신흥 상업자본은 인도네시아와 일본에 걸친 상업왕국을 건설하면서 기존 중국 복건, 대만, 일본 규슈로 이어진 무역망에 침투했다. 우리에게 ‘하멜표류기’ 저자로 익숙한 헨드리크 하멜(Hendrick Hamel)도 이 회사 선원이었다.

■‘대만’ 명칭의 기원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중국과 일본 무역을 위해 동중국 연해에 배를 정박할 무역 근거지를 찾았다. 포르투갈이 자리 잡은 마카오를 뺏으려다 실패했다. 다시 1622년 팽호섬을 점령했으나 명이 군대를 파견하자 물러났다. 협상 끝에 1624년 명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던 대만 동남부 지역을 점령했다. 그들은 네덜란드어로 ‘Taoyouan(원주민어로 ‘손님’이라는 뜻)’이라고 일컫는 곳에 군사 요새인 질란디아(Zeelandia)성을 건설했다. 이곳은 한자로 ‘대원(大員)’이라 한다. 지금의 대남(臺南) 안평(安平)에 위치한다. 대원은 간혹 대원(臺員) 또는 대만(臺灣)으로 표기됐는데, 나중에 대만 섬 전체를 부르는 명칭이 됐다. 1627년에는 주변에 프로방시아(Provintia)성을 건축해 대만을 통치하는 본부로 삼았다.

■홍모번의 대만 통치

네덜란드 의사이자 작가 Olfert Dapper(1636~1689)가 그린 대만 원주민. Dapper는 평생 네덜란드 국내에서만 활동하면서 세계 지리와 역사에 관해 다양한 책을 썼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대만을 점령하기 전까지 대만 섬에는 중국의 통치기관이 설치된 적이 없었다. 당시에는 어떤 국가의 관리도 받지 않아 밀무역 상인들이 편리하게 배를 댈 수 있는 곳이 대만이었다. 네덜란드가 대만에 진출하자, 스페인은 이를 견제하기 위해 1626년 함대를 파견해 대만 동북부 일부를 점령해 성을 쌓았는데 대만 점령의 필요성이 약화돼 점차 수비병 숫자를 줄였다. 이 틈을 탄 네덜란드가 1642년 계롱과 담수를 공격하자 성문을 열고 항복했다.

이로써 네덜란드는 대만에서 첫 번째 외래 식민정권이 됐다. 동인도회사가 대원을 점령한 1624년부터 정성공(鄭成功)에게 쫓겨난 1662년까지 38년 동안 네덜란드는 대남 주변을 통치했다. 모두 14명의 장관이 있었으며 최대 7만여 명 인구를 통치했다. 홍모번(紅毛番)이라고도 불린 네덜란드인은 대만에서 설탕 쌀 녹피 등을 무역했다. 이곳을 중국 일본 남양 유럽 화물의 집산지로 만들었다.

■대만을 방문한 중국인과 일본인

네덜란드인이 대만에 왔을 때 소규모로 흩어진 중국인 촌락을 발견했다. 그들은 원주민과 교역도 하고 있었다. 중국인이 대만 섬으로 이주해 온 배경 중 하나는 1600년을 전후해 연해 어민들이 대만 서남해안에서 큰 어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특히 계절성 회유 어류인 숭어는 중국인을 대만 섬으로 오게 하는 원인이었다. 황금색 숭어는 15세기부터 국제적으로 고가의 물고기였다. 어민들이 숭어를 잡기 위해 대만 서남해역으로 몰려들었다.

일본인도 네덜란드보다 일찍 대만에 왔다. 16세기 말부터 대만을 고산국(高山國)이라 불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사절이 필리핀에 식민지를 건설한 스페인에 조공 올 것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대만에 들렀다. 1609년 도쿠가와 막부도 대만 원주민을 몇 명 붙잡아 가 조사한 뒤 풀어줬다. 일본은 네덜란드인이 오기 전부터 대만과 무역네트워크를 만들었다. 동인도회사가 대원을 점령한 뒤 일본 무역선에 세금을 징수하자 불만을 품은 일본 선장이 대만 장관을 인질로 잡은 ‘하마다 야헤에(濱田彌兵衛)사건’을 일으키기도 했다.

■네덜란드 38년 식민 통치

네덜란드인은 대만 남부 원주민에게 깊은 영향을 남겼다. 원주민 부족들의 장로를 모아 지방의회를 만들었다. 원주민 선교사업에도 힘썼다. 대만 원주민은 원래 문자가 없었는데, 선교사들이 신항어(新港語)라는 표음문자를 만들었다. 중국인과 일본인을 불러들여 쌀과 사탕수수 재배를 시켰다. 중국인의 인구가 증가했고, ‘흑인’들(동남아인과 인도인 등)도 많이 건너왔다. 네덜란드인은 과도한 세금에 따른 1652년 ‘곽회일(郭懷一) 반란’과 같은 대규모 농민 봉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1662년 정성공이 반청운동을 위한 근거지를 마련하기 위해 대군을 이끌고 중국에서 대만을 침공해 네덜란드인을 쫓아내면서 네덜란드 통치 시기는 종말을 맞이했다. ‘네덜란드 38년의 식민통치’는 짧았고 통치 공간도 대만 일부에 불과했다. 하지만 대만 개발과 국제 무역 관점에서 해양대만의 특징을 이해하는 데 핵심 시기이다.

■‘짠물을 건너다’: 해양대만의 기억

대륙과 붙어있던 대만이 해수면 상승으로 사면이 바다가 된 뒤 섬에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대만은 외부에서 온 이주민들로 이루어진 해양 이민의 나라가 됐다. 이민 역사의 특징을 상징하는 “짠물을 건너다”라는 표현이 남아있다. 대만인 공동의 역사 기억은 모두 해양의 자손이라는 사실이다. 대만 원주민은 물론 복건인 일본인 네덜란드인 스페인인 흑인까지. 그래서 해외 정치세력이 대만 역사 변천에서 주요한 동력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점은 한국 역사의 출발과 크게 다른 점이다.

조세현 부경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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