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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며 확장·진화…새 길 찾는 부산문화 <3-2> 새 길의 방향을 묻는다- 문화예술 인력·시장 키워야

부산 ‘팔짱’ 낀 사이 문화인력 양성 열 올리는 이웃 도시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8-06 18:43:15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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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 비롯한 경남과 울산선
- 문화관련 교육 서비스 늘리고
- 기획자·활동가 발굴에도 투자

- 부산은 수년째 인력양성 공백기
- 공모사업 등도 “성과없다” 폐기
- 문화주체 성장할 기회 앗아가
- 공공 문화사업 민간으로 넘겨
- 시장형성·질 향상 도모 필요

문화예술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사람을 잘 성장시키고 성장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사람을 성장시키는 중요한 축은 문화 관련 교육 서비스, 즉 각종 아카데미나 워크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은 소규모 공모 사업만으로는 부족하다. 문화 관련 일자리가 많아지거나 일감을 찾고 성과를 쌓으며 자기 밥그릇을 해결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이 존재하느냐가 관건이다.
   
경남·김해와 울산은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문화기획자와 활동가의 발굴·성장을 지원한다. 사진은 울산의 문화 주체들이 워크숍을 하는 모습. 박진명 제공
■경남·김해, 울산보다 뒤처진 부산의 문화인력 양성

나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과 김해문화재단이 컨소시엄 형태로 함께 진행하는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 사업에 몇 년째 멘토로 참여하고 있다. 참여자들이 어떤 시선으로 지역 문화를 바라보고 있고, 지역의 여건은 어떠하며, 관심사는 무엇인지 파악해 지역에서 할 수 있고 해보고 싶은 미션을 도출하는 집단 워크숍을 이끌거나 컨설팅을 한다. 올해는 울산에서도 강사 겸 멘토로 참여하고 있다. 특강부터 팀별 멘토링, 사례 탐방, 팀별로 기획을 도출해 공모사업에 제출해보는 경험까지 커리큘럼이 디테일할 뿐만 아니라 실무 연계성이 높다.

지속적인 문화 관련 교육 서비스로 문화기획자나 활동가가 발굴되고 성장한다. 이를 통해 지역의 공모 사업에 참여하고 더 나아가 중앙 기관 사업에 공모해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것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문화 생산자로 활동한다.

시선을 부산으로 돌려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우선 인근 도시들과 달리 부산은 몇 년 동안 국비 지원을 받는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 사업 유치에 실패했다. 그나마 2015년까지 부산문화재단의 자체 예산으로 문화예술 기획 관련 아카데미가 개설됐지만 이후에는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갖춘 아카데미가 사실상 열리지 않고 있다.

비슷한 것으로 시 자체 예산으로 ‘문화전문 인력’을 뽑아 교육하고 구·군 문화시설이나 관련 부서에 배치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약식 커리큘럼으로 전문 인력 양성에 어려움을 겪었고, 구·군의 문화 행정 단순 업무에 투입되는 등의 한계를 노출했다가 사업 자체가 사라졌다. 그나마 청년 문화예술인에 한정된 ‘청년 문화인력 아카데미’가 몇 년 동안 진행되고 있지만 부산문화재단의 직접 진행과 민간 위탁을 오가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특화된 커리큘럼이나 현장성을 담보하지 못한 채 명사 특강과 약식 워크숍을 진행한 뒤 간단한 아이디어를 실행해보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인근 도시에서 문화전문 인력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는 최근 몇 년이 부산 입장에서 보면 문화 인력 양성의 공백기다. 이는 단순히 교육 과정의 개설 여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화 주체들의 성장과 기회 제공의 실패로 이어져 도시경쟁력을 떨어뜨린다. 단적으로 문화전문인력 배치 사업, 청년문화인력 아카데미 수료 후 문화기관에 배치하는 사업 등이 양질의 일자리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문화예술 영역의 부족한 일자리, 특히 초기 진입자들의 경력을 관리하면서 전문화의 길로 나갈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음에도 운영상의 미숙과 단기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폐기해버렸다. 이렇게 사라진 일 경험의 자리가 어림잡아도 20개다.

■공공 역할의 민간 이양 통해 시장 형성 계기 마련해야

지역의 문화 주체들을 성장시키는 한 축이 문화 관련 교육 서비스 제공과 공모 사업 등을 통해 직접 실행하면서 성장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면 또 다른 한 축은 성장한 문화 주체들이 콘텐츠 생산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이다. 지역에서 운 좋게 실무 경험을 쌓아 성장하는 주체들이 있어도 생산의 구조가 없으면 공모나 공공의 지원에 의존하는 소극적인 문화 생산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종종 서울이나 수도권의 문화 환경과 취약한 지역의 생산구조를 단순 비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적절치 않다. 서울 지역은 서울시, 각 구의 기초문화재단, 문화 관련 기관, 중앙 부처 산하기관 등의 지원과 정보가 다양하고 물리적인 거리가 가깝다. 무엇보다 눈여겨 볼 점은 공공에서 진행해오던 역할을 민간에 위탁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남산골 한옥마을과 국악당의 경우 서울시 역사문화재과에서 관할하는데 연간 약 35억 원 정도의 예산을 민간위탁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시설의 단순한 위탁뿐 아니라 축제, 체험 등 콘텐츠를 포함한 운영 전반에 대한 위탁이다.

이 뿐만 아니라 서울시는 올해 초 앞으로 2022년까지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축제를 점진적으로 민간에 이양한다고 선언했다. 이미 서울의 많은 축제들은 문화기획 단체나 기업들이 결합해 콘텐츠를 채우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이에 반해 부산의 30개가 넘는 축제들은 축제조직위원회가 직접 진행하거나 각 구·군에서 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치른다. 문제는 콘텐츠 기반의 문화기획 관련 기업이 아니라 시스템 대행업체에 위탁하는 정도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30개가 넘는 축제를 매년 되풀이해 개최하면서도 축제를 콘텐츠로 다루는 전문 기업이나 전문가가 생겨나지 않는다. 시장이 형성되기 힘든 문화예술 영역에서는 축제뿐 아니라 관련 사업을 공공에서 더욱더 적극적으로 민간으로 이양해 시장 형성의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초기에는 계약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 등 문턱을 낮추는 과정도 필요하다.

   
지역의 문화예술 생태계와 시장을 형성하려면 전문화의 길을 열어주는 양질의 교육 서비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일 경험과 자리, 시장 진입까지 복합적으로 고민을 해야 한다. 지역에서 문화예술 생태계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진단도 필요하고 출구도 필요하다.

박진명 ‘생각하는 바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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