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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현장 <59> 함께해요 콘서트, 통(統), 일(一)-조선학교가 좋아요 in 부산

아베 정권 차별에도 꿋꿋한 조선학교 응원하는 문화 한마당

  •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9-08-06 18:39:25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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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기타큐슈 공연 계기 성사
- 부산·재일동포·日 예술인 참여
- 9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 지역 연극인 김선관 연출
- 관객과 함께 ‘통일열차’ 대미

- 日, 조선학교 ‘무상 교육’ 배제
- 유엔 수차례 시정 권고도 무시
- 한일 경제전쟁으로 관계 악화
- 조선학교 더 큰 어려움 겪을 듯
- 수익금 재일코리안 위해 사용

올해 2월 9일 일본 규슈 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 고쿠라 국제회의장 콘서트홀의 관람석 600석은 “꽉 찼다”고 한다. 그날 공연 현장에 있었던 부산의 시민단체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봄’ 이용학 상임대표는 그때를 이렇게 떠올렸다. “울컥했죠. 모두가. 부산에서 간 예술가 25명과 방문단 40여 명은 일본 땅에서 그런 공연을 한 게 벅차서 눈물 흘렸죠. 재일동포(재일코리안)와 일본인 관람객은 그런 공연을 일본에서 끝내 성사시키고 함께 본 것이 좋아서 울컥했고요.”
   
지난 2월 9일 일본 규슈 기타큐슈시 고쿠라 국제회의장 콘서트홀에서 ‘함께해요 콘서트 in 기타큐슈, 조선학교가 좋아요’가 관객의 큰 호응 속에 열리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 3월 14일 후쿠오카지방법원 고쿠라지부 앞에서 조선학교 차별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봄 제공
이날 공연은 ‘함께해요 콘서트 in 기타큐슈, 조선학교가 좋아요’였다. 이 공연이 성사된 배경이 아주 흥미롭다.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봄의 일원이자 재일동포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항로-제주, 조선, 오사카’를 만든 김지운 감독의 설명을 들어보자.

“‘조선학교를 지원하는 회(會)-기타큐슈’라는 모임이 있어요. 일본인이 조선학교를 지지하고 돕고자 만든 여러 시민단체 가운데 하나죠. 일본 정부가 고교 무상화 정책(이 정책은 일본 정규 고교뿐 아니라 외국인학교를 포함한 ‘각종 학교’를 모두 대상으로 한다)을 펴면서 유독 조선학교만 제외한 것에 이의를 제기하고 항의 활동을 함께 펼치는 분들입니다. 바로 이 조선학교를 지원하는 회-기타큐슈 모임이 그 공연을 주최했습니다. 정말 고마운 일이죠.”

말하자면, 지난 2월의 기타큐슈 공연은 일본의 현 집권세력에게서 차별받고 있는 조선학교를 응원하고, 조선학교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마련한 특별한 문화 한마당이었다. 재일코리안과 일본 사람이 힘을 합치고 부산 예술인들이 동참했다는 점은 더 특별하다.

“그 공연에 조선학교 학생 120명이 무대에 올라 공연했죠. 부산에서 간 공연단, 재일동포 공연단, 일본 공연단이 어우러졌어요.”

■“부산서도 한판 벌이자!”

기타큐슈 공연을 끝내고 부산으로 돌아오는 배 안이었다. “공연의 여운이 가시지 않더라고요. 그때 우리 일행 사이에서 ‘부산에서도 한판 벌이자’는 의견이 나온 겁니다.” 김지운 감독의 말이다. 배가 부산에 닿자마자 ‘부산 공연’을 위한 움직임은 시작됐다. “공연 가능성을 타진한 뒤, 지난 4월께부터 고쿠라 측과 연락하고 일본을 오가며 상세한 기획에 들어갔습니다. 그간 부산 쪽에서 일본을 네 차례 방문했고, 일본 쪽 공연 관계자들도 한 차례 부산에 오면서 공연의 틀을 만들어갔죠.”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이 공동 주최를 기꺼이 맡아주면서 객석 840석의 좋은 공연장인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을 확보했다. 부산의 연극인 김선관 씨의 연출로 일본 내 조선학교의 역사를 알리고 일본 정부의 조선학교에 대한 무상화 정책 적용 배제를 비판하는 스토리 라인을 짰다.

그렇게 많은 사람의 노력에 힘입어 ‘함께해요 콘서트, 통(統), 일(一)-조선학교가 좋아요 in 부산’은 확정됐다. 금요일인 오는 9일 오후 7시30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공연은 열린다. 티켓 가격 균일 2만 원. 영화의전당과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부산민예총,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영화의전당,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봄, 해외동포민족문화 교육네트워크(부산동포넷)가 주최하고 부산은행,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한다.

상세한 공연 내용을 살피기 전에, 이 보기 드문 행사의 의미를 좀 더 잘 이해하려면 일본 내 재일동포 사회의 조선학교가 현재 처한 상황을 알아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조선학교 거듭 살피는 계기로

조선학교는 1945년 해방 직후부터 재일동포가 일본 내에서 한민족 문화와 언어를 후속 세대에게 가르치기 위해 세운 민족 학교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 ‘각종 학교’로 분류된다.

“원래는 훨씬 많았지만, 지금은 일본에 조선학교는 60여 곳 있습니다. 현재 조선학교에 다니는 동포 학생들의 60% 정도가 한국 국적이죠, 조선적 학생도 상당수 있고요.”

김지운 감독은 “해방 이후 일본에 남은 다수의 재일동포들이 한국 국적도 북한 국적도 택하지 않고 일본에 귀화하지도 않았는데 이들은 ‘조선적’으로 남았다”고 설명을 보충했다.

2010년 4월, 당시 여당이던 일본 민주당은 교육의 기회균등 확대를 위해 고교 무상화 정책을 도입한다. 일본 공립고교는 전액 무상화하고, 각종학교(조선학교·외국인학교·기술학교 등)에는 취학지원금(1인당 해마다 11만8800엔)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2010년 11월 북한이 연평도 포격 사건을 저질렀을 때 일본 정치권과 정부는 조선학교가 역사적으로 조총련 및 북한과 맺어온 관계를 이유로 조선학교를 무상화 지원 심사 대상에서 제외한다. 2013년 들어선 아베 정부는 조선학교를 무상화 정책 지원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한다.

■한국 측 재조명과 관심 늘어

그러나 최근 KBS, YTN, JTBC를 비롯한 다양한 국내 매체가 내놓은 조선학교 관련 기획보도만 봐도, 조선학교가 아베 정부의 주장과 달리 재일코리안이 민족문화와 우리말을 가르치기 위해 지켜온 성실한 교육 기관임은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유엔도 교육이 갖는 보편적 가치와 권리의 성격을 강조하며 ‘조선학교의 무상화 정책 적용 배제’는 부당하다는 결의와 권고를 여러 차례 채택하고 일본 정부에 전했다. 조선학교를 무상화 정책에서 배제한 것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이들을 돕는 일본 내 변호사들만 300~400명(후쿠오카현에만 변호인단 60여 명)이라고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봄 측은 밝혔다. 그러나 아베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나라가 힘이 없어 제국주의 일본에 국권을 뺏겼다. 그 힘없던 나라의 백성이라는 이유로 고향에서 뿌리가 뽑혀 일본으로 갔다. “그렇게 해서 살게 된 일본에서 한민족 문화와 말을 지키고자 만든 학교입니다. 그런데 그 학교의 어린 학생들이 평등하게 교육받을 보편적 권리를 침해받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고향에서 뿌리 뽑힌 한국인이 ‘마지막으로 본 고국산천이자, 해방 뒤 귀국할 때 처음 밟은 고국 땅인 부산’에서 이번 공연을 열게 돼 다행스럽습니다.” 이용학 상임 대표는 “부산에서 조선학교를 알리고 싶은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말했다.

■함께 어우러지는 평화의 마당

이번 공연은 조선학교의 상황과 처지를 알리는 이야기 형식을 갖췄다. 부산영상예술고 학생 20명이 출연하며 화가 박경효는 샌드 아트를 선보인다. 하연화무용단, 남산놀이마당, 우리 소리 우리 가락 청, 풍물굿패 소리결, 풍류인, 양일동소리창작소, 배진만, 장재희, 김평수 등이 부산 예술계의 출연진이다. 후쿠오카조선예술단, 오사카 민족극단 달오름 등 재일코리안 예술단체와 일본의 전통 북 공연단체가 신명나게 어우러진다. 공연 막판엔 출연진과 관객이 아리랑 가락 속에서 함께 ‘통일열차’를 연출할 예정이다.

일본이 시작한 한·일 경제전쟁으로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극히 나빠진 지금, 재일코리안과 조선학교는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리고 8·15 광복절이 다가온다.

   
주최 측은 이번 공연 수익금을 재일코리안의 활동을 돕는 데 뜻깊게 쓸 예정이다. 이용학 대표는 “부산 시민이 많이들 와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051)808-7134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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