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대학가 밀집 라이브 클럽
- 새로운 음악 즐기고 공감하며
- 뮤지션 배출하는 청년문화 산실
- ‘일반음식점 허가받은 클럽서
- 음향시설 갖추고 춤추면 위법’
- 융통성 없는 규제에 발목잡혀
- 폐업위기에 몰린 업소 많아
지금까지 부산의 자랑하고픈 지역 뮤지션들과 그들이 성장해왔고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라이브클럽, 힙합·일렉트로니카 클럽, 라이브 펍 등의 청년문화 공간을 주로 소개해왔다. 그런 공간들은 청년문화의 산실인 대학가에, 특히 부산대와 경성대, 부경대 인근에 대부분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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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지역 대학가의 라이브 펍 내부 공연 모습. |
‘클럽’ 하면 그동안 뉴스를 통해 수천만 원대의 고가 세트 메뉴가 있고, VIP룸에서 은밀히 불법적인 일들이 일상처럼 벌어지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우선 떠올리는 이가 많을 거라 짐작된다.
부산의 대학가에 위치한 라이브클럽과 일렉트로니카 클럽, 라이브 펍을 한 번이라도 방문해본 이가 있다면 뉴스나 신문 기사에서 본 ‘클럽’의 이미지가 얼마나 다른 차원의 생소한 이야기인지 피부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가난한 대학생들과 외국인 유학생이 주 손님이다 보니, 6000원짜리 병맥주 가격도 부담스러워 몰래 나가 근처 편의점 앞에서 술을 마시고 돌아와 음악을 즐기는 이도 허다하다. 공연이나 이벤트가 없는 평일엔 운영하는 게 적자라 주말에만 여는 곳도 많다.
부경대 맞은편에서 9년째 운영 중인 일렉트로니카 클럽 ‘15피트언더 15FEET UNDER’ 역시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주 2회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 달에 8일 문을 여는 셈이다. 맥주 한 병도 부담스러운 손님을 위해 판매하는 6000원 짜리 막걸리 한 병을 나눠 마시는 모습도 흔하다. 라이브클럽들과 마찬가지로 활동하고 있는 DJ들에게 차비 정도의 페이도 주지 못한다. DJ와 뮤지션들 역시 수입이 생기기 어려운 구조다. 연주할 공간이 필요하고 음악적 성취를 위해 꾸준히 무대에 설 뿐이다. 그런 이유로 부산에서 전업 뮤지션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15피트 언더’는 최근 식품위생법 제44조 ‘일반음식점에서 음향시설을 갖추고 손님이 춤을 추는 것을 허용하는 행위’를 위반한 이유로 한 달간 영업정지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조사 후 벌금도 부과될 예정이다. 식품위생법 제44조 위반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과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 정도 규모의 클럽에선 심각한 폐업의 위기다. 사실상 이것은 어느 특정업소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산의 대학가에 있는 모든 라이브클럽과 펍 등 문화 공간이 하나같이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되어 있다.
허나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대학가 홍대 앞이나 부산에서도 가장 번화가인 부산진구 서면 일대에선 특례조례를 허용하고 있다. 그 또한 기준이 모호하다. 테이블이 있는 자리 옆에 서서 가볍게 춤을 추는 것만 허용된다. 정작 청년문화의 명맥을 힘겹게 이어가고 있는 부산의 대학가에선 그 정도의 허용도 없다. 춤을 출 수 있는 공간이나 무대가 마련되어 있는 것 또한 불법이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대안이 마련되어 있지도 않다. 청년들이 춤과 노래를 즐기려면 비싼 나이트클럽이나 유흥주점에 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지역 뮤지션들은 과연 어디서 관객을 만나야 할까?
기름이라고는 참기름밖에 나지 않는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과거에 퇴폐적이고 방탕한 것이라 규정하고 규제하기만 급급했던 춤과 노래로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부산의 지역뮤지션들 역시 지역을 벗어나 신선한 부산의 이미지와 표정을 불어넣고 있다. 언젠가 부산의 어마어마한 자산이 될지도 모르는 부산 대학가의 청년들에게 춤과 노래를 빼앗지 않도록 더 사려 깊은 배려와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춤이 허용됐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안전에 대한 법안도 함께 고민되었으면 한다.
작가·다큐멘터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