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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현장 <58> 이용관 부산문화회관 대표이사를 만나다

“3개 대형 공연장(부산문화회관·오페라하우스·국제아트센터) 시대…부산문화회관 클래식 음악 편중 벗어나야”

  •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9-07-23 19:05:52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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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페라하우스는 음악극
- 아트센터는 클래식 음악이
- 중심 콘텐츠 될 가능성
- 국악·연극·춤 중심으로
- 문화회관 재편될 것

- 시립예술단 예술감독 추천제
- 시즌제 공연 프로그램 도입 등
- 8개월간 과감한 변화 시도
- 결과로 검증되진 않았지만
- 문화회관 발전을 위해서는
- 꼭 필요한 혁신이라 판단

- 일회성 개선 시도로는 안돼
- 지역문화를 멀리 내다보고
- 시스템 만들어야 할 때

(재)부산문화회관 이용관(63) 대표이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용관 대표는 지난해 12월 28일 취임식을 열고 부산문화회관 대표로서 일을 시작했다. 취임 뒤로 그는 쉴 틈 없는 나날을 보냈다. 조용한 날도 별로 없었다. 인사말로 가볍게 던진, ‘서울에 있는 집에는 자주 다녀오느냐’는 물음에 그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지난 설에…그리고 얼마 전에도…”라며 조금 우물쭈물 답했다. 질문에 언제나 명쾌하게 답하는 편인 그가 이건 기억이 정확하게 나지 않는 것 같았다.

부산문화회관 이용관 대표가 대극장 객석에 앉아 앞으로 계획과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부산문화회관 제공
부산문화회관·부산시민회관·부산시립예술단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는 이용관 대표가 그간 추진하고, 실행한 일과 관련해서는 성과와 한계, 좋음과 싫음이 있을 것이다. 8개월째 접어든 그의 활동에 걸쳐 일관된 것은 이것이다. ‘그는 쉬지 않고 끊임없이 시도했다’. 그 밑바탕에 어떤 큰 그림이 있는 것일까? 밑그림과 방향 없이 이런 ‘다차원 속도전’을 펼칠 수는 없다. 그 시도는 부산 문화예술의 바탕을 이루는 부산문화회관을 더 좋게 바꿀 것인가? 그를 만나 제대로 이야기를 들어볼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

이용관 대표는 충남 당진 출생으로, 부산대 영어영문학과를 나왔고 호암아트홀 수석부장, 부천문화재단 전문위원, 안양문예회관(안양아트센터) 관장을 거쳐 2013년부터 2년 동안 대전예술의전당 관장을 지냈다. 미국 공연장 ‘시즌 방식’의 국내 적용에 관한 연구로 석사 학위(단국대·1998)를 받았다. ‘관객 개발을 위한 예술교육과 그 효과에 관한 연구:미국과 한국의 공연예술기관을 중심으로’는 그의 박사 학위(성균관대·2004) 논문 제목이다.

■“큰 변화에 미리 대비해야”

“불과 3, 4년 뒤 ‘부산오페라하우스’와 부산국제아트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부산 문화의 전체 지형도로 보면, 진화다. 낡은 종합운동장에서 야구 하던 상황에서 새로운 전용구장이 생기는 것에 비유할 수 있으니까. 부산문화회관만을 놓고 보면, 도전이다. 위기다. 새 공연장이 생겨 부산시 산하 공공 공연장의 삼각 축이 형성되면 세 곳(부산문화회관·부산국제아트센터·부산오페라하우스)의 특성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용과 대표는 이렇게 내다봤다. “현실적으로 오페라하우스는 음악극(오페라 뮤지컬 발레 등)을 중심으로, 국제아트센터는 클래식 음악을 중심으로 갈 공산이 크다. 부산시립예술단 7개 예술단체도 장르 특성에 맞춰 새로 지은 공연장으로 옮겨간다는 예상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부산문화회관은 국악·연극·춤 중심의 공연장으로 재편될 것이다.”

이어 이렇게 진단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부산문화회관 전체 공연의 90%는 클래식 음악이다. 기획공연도 음악 중심이다. 부산문화회관의 시민 무료회원 숫자는 제가 부임했을 때 4만 명 수준이었다. 김해문화의전당이 8만 명, 대전예술의전당이 12만 명 선이다. 관객 개발에서 중요한 구실을 해야 하는 문화예술아카데미도 음악에 편중된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공연장 전문 인력 양성도 새로운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부산문화회관이 그간 갖고 있던 기존 과제와 문제도 풀면서 이와 같은 새로운 환경 변화에도 대비해야 하는 것이 부산문화회관이 당면한 상황이란 것이다.

■쉬지 않고 새로운 시도

부산문화회관은 올해 들어 여러 가지 변화를 잇달아 감행했다. 겉으로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난 사항을 꼽아보면 ▷시립예술단 산하 6개 단체 예술감독 위촉에서 공모제가 아닌 추천제 시행 ▷공연 프로그램의 시즌제 도입 ▷회원 제도 개선과 회원 확장 노력 강화 등을 들 수 있다.

그 과정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시행 초기이므로 아직 효능이 검증된 것도 아니다. 예술감독 추천제 시행과 관련해서는 부산지역 현장 예술인을 중심으로 ‘지역 예술인이 배제됐다’는 반발이 일었다. 시즌제 도입이나 고객 발굴을 위한 마케팅 강화 등은 직원들의 업무 강도를 크게 높였다. 관객도 많고 잘 나가는 음악 관련 프로그램과 공연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관객층이 얇고 인기 폭이 좁은 연극, 춤에 눈길을 주는 기획을 늘린 것도 모험일 수밖에 없다.

이에 관해 이용관 대표는 새롭게 시도한 거의 모든 일은 부산문화회관에 절실한, 혁신적 변화를 위한 큰 그림과 긴밀히 연결된 필수 요소여서 함께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말하자면 그는 재단법인 부산문화회관에 지금 필요한 것은 일회성 처방이 아닌, 체계적이고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이렇다. 최근 우리는 ‘2019~20 시즌 프로그램’(시즌제)을 발표했다. 올해 8월부터 내년 3월까지 시행할 기획공연 47편, 부산시립예술단 공연 19편 등 모두 66편의 계획을 확정해 한 번에 발표하고 관객이 예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이 시즌제는 세 가지 요소로 이뤄진 포트폴리오가 담겼다.”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

포트폴리오의 세 가지 요소는 ▷시즌제 공연 ▷예술페스티벌 ▷예술교육으로 이용관 대표가 그리는 이 요소들의 관계가 아주 유기적이다. ‘시즌제 공연’을 원활하게 운영하려면 ‘관객 기반’을 넓히고 ‘고품질 관객 서비스’를 강화하는 개혁은 반드시 해야 한다. 무료·유료 회원을 늘려 잠재 관객층을 두텁게 하고, 이들 관객의 성향과 경험을 파악해 각각 다른 정보를 서비스해야 한다.

이용관 대표는 “각 단체 예술감독 추천제를 시도해 지역을 불문하고, 전국에서 적임자를 찾아 시립예술단의 기량을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현 단계에서는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말도 했다. 이런 방향이 시즌제를 빨리 궤도에 올리는 데도 유리하고, 현재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부산시립예술단 예술감독의 처우를 개선하는 지름길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편 지역예술을 지원하는 일은 ‘예술페스티벌’을 활용한다. 실제로 이번 시즌부터 부산을 중심으로 기성 예술가와 신진 예술가가 참여하는 장을 기획했다. 신진 예술가 발굴과 지역 예술인을 위한 페스티벌은 앞으로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대중성이 높고 참여의 문턱이 낮은 페스티벌을 찾은 관객을 부산문화회관의 고객으로 ‘붙잡아두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이 목표에는 ‘예술교육 강화’ 방안으로 접근한다. “현재 부산문화회관 문화예술아카데미는 1년에 약 1500명이 60개 강좌를 듣는데 여기서도 음악 장르 편중이 심하다. 춤, 연극, 인문학 등으로 다양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체계적 예술교육이 부산문화회관 관객 저변 확대로 이어지도록 하는 유기성이 중요하다.”

■중장기발전계획도 마련 중

그가 일관되게 강조한 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것”과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었다. 일회성 개선 시도에 그치지 않는, 구조를 마련하는 일이다.

이와 함께 300석 규모의 어린이 전용 극장을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공연을 보는 공간으로 만들 방법을 고민하고 있으며, 음악극·무용극 극본 공모, 대학생의 공연 감상문 쓰기 공모 등을 준비하고 있다. 중장기발전계획도 다듬고 있다고 했다. 부산문화회관의 혁신 시도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을 끈다.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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