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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며 확장·진화…새 길 찾는 부산문화 <2-2> 기성 장르엔 어떤 일이- 무대 대신 알바 현장으로

1년간 무대 올라도 1000만 원 못 벌어… 지역 예술인 절반 ‘투잡’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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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학 다녀온 현악기 연주자는
- 악단 자리 없어 레슨하며 생활
- 연간 연주 기회 10번 채 안 돼

- 연극배우는 경제 만족 더 낮아
- 알바가 주업되고 공연이 부업
- 연습 부족하자 연극일정 연기도

- 2018 예술인 복지 만족도 조사
- 지역 문화예술인 45.7% 겸업
- 문예 활동 전념 못하다 보니
- 문예계 침체 악순환 이어져

지난해 12월 부산문화재단이 발표한 ‘2018 예술인 복지정책 수립을 위한 예술인 실태 및 복지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지역 문화예술인 중 45.7%가 겸업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명 중 1명은 ‘투잡’을 뛴다는 뜻이다. 그만큼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생계 문제가 심각하게 위협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문화예술 활동에 전념할 수 없게 되고 결국 문화예술계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8 문화향수실태조사’에서 부산 시민의 관람률이 전국 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결과도 지역 문화예술계의 침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예술인들이 열악한 상황으로 인해 문화예술 활동에 전념하지 못하고 겸업을 하면서 힘겹게 버티고 있다. 사진은 어려운 지역 여건 속에서 지난 1월 무대에 올려 화제를 모았던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
■알바로 연습도 어려워…연극이 부업이란 자조도
연극배우 A 씨는 매일 아침 무대 대신 학교로 출근한다. 올해는 3개 학교의 연극 수업을 맡아 하루에 최소 4, 5시간 학생을 가르친다. 다른 도시에 있는 학교를 방문하는 날이면 반나절이 훌쩍 지난다. 일과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본업인 연극 연습이 기다리고 있다. 지친 몸을 이끌고 극장에 도착하면 일정이 맞는 단원끼리 모여 연습한다. 단원 대부분이 교육, 공연 행사, 아르바이트 등 다른 경제 활동을 해 전체가 모여 연습하는 날은 드물다. A 씨는 “전업 연극인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아르바이트 때문에 연습에 빠진다는 말은 꺼낼 수도 없었던 10년 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겸업 현상이 심화하는 장르 중 하나가 연극이다. 보수가 열악하기 때문이다. 한 작품을 공연할 때 연습 시간까지 합치면 2, 3개월이 걸리는 데 1년에 몇 개 작품에 참여해도 보수는 연간 1000만 원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는 훨씬 더 적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부산문화재단 조사에서도 11개 문화예술 분야 중 경제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낮은 분야가 연극인 것으로 나타났다. A 씨는 “연극은 평생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다만 그런 날이 올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겸업이 일반화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최근 많은 기대를 모았던 한 공연이 연기됐다. 바쁜 배우들이 모여 연습할 시간이 부족하자 연출가가 끝내 공연 연기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연극계에서 인정받는 이 연출가는 “그동안 수많은 공연을 했지만 연습 부족으로 연기한 것은 처음”이라며 “연극은 함께하는 예술이기 때문에 단체 연습이 필수적인데 지금은 생계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최근 들어 연극이 부업이 된 것 같은 분위기다”며 “연습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좋은 공연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이것이 부산 연극계의 현실”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극단 시스템의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동 운영·단체 생활 중심이었던 동인제 시스템이 붕괴하고, 프리랜서 형태로 활동하는 자유 단원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서 생계는 알아서 챙겨야 한다. 경제적 보상에 대한 중요성도 높아졌다. 한 지역 연극인은 “예전에는 생활이 어려우면 극단에서 먹고 자기도 했다. 요즘은 그런 것이 불가능하다”며 “정당한 보상을 중요시하고 상대적 박탈감에 민감해진 시대에서 경제적 요건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외국 유학 다녀와도 레슨…연주만으로 살 수 없어

음악 역시 무대 대신 일터로 내몰리는 장르 중 하나다. 부산에서 태어난 음악인 B 씨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현악기를 배웠으며 예고 진학과 대학 입시를 위해 많은 투자를 했다. 국립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으로 유학을 가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지난해 부산으로 돌아왔다. B 씨는 민간 오케스트라에 들어갔지만, 연주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연주 무대도 많지 않은 데다 몇 달 동안 연습해서 무대에 올라간다 해도 손에 쥐는 돈은 몇십만 원에 불과했다. 안정적인 활동이 가능한 시립교향악단에 들어가고 싶어도 비는 자리가 없었다. 다른 지역 사정도 비슷했으며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여유도 없었다.

생활비를 벌 생각으로 레슨을 시작해 지금은 주 1회씩 10명을 가르치고 짬짬이 학원 특강도 나간다. B 씨는 “연주만 해서 먹고살 수 있으면 좋겠다. 연주를 하려고 몇십 년을 달려왔지만 연주만으로 살 수가 없어 돈을 벌기 위해 레슨을 가야 하는 현실이 슬프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B 씨처럼 무대에 서는 연주자가 되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 경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실력을 갖춘 음악인이 돼도 연주할 곳을 찾지 못해 무대 밖을 떠돌거나 결국 무대를 떠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연예술인 C 씨는 “정부에서 최저임금을 이야기하는데 예술인이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연주 한 번 끝나면 15만~20만 원 버는 게 고작이다. 1년에 연주 기회는 10번이 안 된다. 연봉 200만 원꼴이다. 교회 반주로 20만~30만 원 받는 게 한 달 벌이 전부인 사람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모든 음악 전공자가 집안에 돈이 많다는 것은 편견이다. 실력으로 대학까지는 가지만 대학에서는 온갖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기 바쁘고 대학을 졸업하면 자리가 없으니 백수가 된다. 몇 년 연주 생활을 하며 버티다 결국 밥벌이도 안 되니 다른 살길을 찾아보려고 하지만 음악 전공자는 어릴 때부터 한길만 보고 왔으니 바꿀 수 있는 게 없다. 일용 노동이나 대리운전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C 씨는 “예술인과 예술단체가 처한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현실에 맞는 정책을 펼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민정 박지현 기자 min55@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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