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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며 확장·진화…새 길 찾는 부산문화 <1-6> 문화 씬 새바람- 춤판: 무대→ 거리→ ?

무대 잃고 거리서 벌인 춤판 … 대안 찾는 길 위의 몸부림

  •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
  •  |   입력 : 2019-06-25 18:42:28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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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무용을 이끌어온
- 대학 무용이 무너지면서
- 춤꾼들은 거리로 나왔다

- 부산의 명소와 어우러진 춤은
- 무대예술의 관점을 넓히고
- 부산춤판의 위기를 타개할
-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 지역사회가 계속 외면하고
- 지역춤에 대한 지원이 끊어지면
- 소외와 붕괴는 피할 수 없다

2017년 2월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후문 앞 도로. 길 위의 춤꾼은 춤사위를 펼치다 빨강과 노랑 천으로 소녀를 감쌌다. 부산민예총 춤위원회가 주관한 ‘부산소녀상지킴이 예술시위’의 시작이었다. 예술가 169명이 참여해 3개월간 13차례 진행한 이 행사는 유례없는 장기 릴레이 공연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춤의 가치와 가능성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또한 이들이 처한 현실이 엄동설한의 소녀와 같다는 점에서 처연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부산 무용은 변화의 기로에 놓여 있다. 부산 무용을 주도한 대학 무용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1979년 신라대(옛 부산여대)를 시작으로 부산지역 대학에 무용학과가 잇따라 들어섰다. 1990년 ‘대학무용제’(올해 ‘대학무용커뮤니티축제’로 변경)가 처음 개최될 당시 동아대, 경성대, 부산경상대 등 부산지역 대학의 무용학과는 6개였다. 쏟아져 나온 무용학과 졸업생은 동문 춤패를 만들어 부산춤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폐과, 학과 통폐합 등 대학 구조조정으로 현재 ‘무용학과’라는 명칭과 독립된 학과 체제를 유지하는 곳은 부산대가 유일하다. 부산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춤 단체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춤꾼 김평수가 지난해 5월 부산 동구 초량동 소녀상 앞에서 ‘한반도 평화기원 예술행동’에 참여해 공연을 펼치고 있다. 김평수 제공
■무대 대신 거리로 나온 춤꾼

쇠락해가는 부산 무용계에 새로운 흐름이 등장했다. 거리춤이다. ‘무대’를 찾지 못한 춤꾼이 ‘거리’로 나선 것이다. 거리춤은 동래야류, 수영야류, 동래학춤 등 부산의 대표적인 전통문화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부산 곳곳을 누비는 거리춤은 의미가 조금 다르다. 부산 춤판의 위기를 타개할 가능성을 모색하는 ‘몸짓’이라는 점에서다.

2011년 거리예술창작단 랄랄라 스트라다는 전국 최초로 장소 특정적 거리춤 경연대회를 표방하며 ‘랄랄라 거리춤 컬렉션’을 해운대와 광안리 해변, 미포와 동백섬에서 열었다. 2015년부터 부산문화재단의 거리예술 지원 사업이 시작되면서 거리춤은 더욱더 활발해졌다. 산복도로 이바구길, 중앙동 40계단, 보수동 헌책방 골목, 온천천 등이 춤의 무대가 됐다.

랄랄라 거리춤 컬렉션부터 지난해 부산거리춤축전까지 진행한 거리예술창작단 사하라 최찬열 대표는 “지역춤이 가진 한계를 돌파하고 지역문화를 활성화시키자는 뜻으로 거리춤을 시작했다. 거리춤은 춤의 한정된 관점을 넓혀주고 극장 안에 갇힌 현대 예술의 한계를 넘어 춤에 대한 다양성을 확보할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공연장 무대에 설 기회가 없어 거리로 나선 것이다. 춤꾼들은 공연장 대관료, 조명, 음향, 무대장치 등 인건비를 포함해 공연에 들어가는 각종 비용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허경미무용단-무무(舞無)의 경우 지난해 감만동 일대 거리와 공터에서 ‘감만기억’을 공연한 것을 비롯해 부산국제거리공연 초청작으로 광안리 거리에서 ‘진화’, 부산거리춤축전 초청공연으로 부산시민공원 거울호수에서 ‘경(鏡)’을 선보였다.

허경미 대표는 “거리춤을 예술 방향으로 추구했던 것은 아닌데 지원 방향에 맞물려 간 측면이 있다. 예술가가 지원에 기대 활동하면 안 되지만 영리 추구가 전혀 안 돼 (지원에)기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편으로는 돈이 없어 극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게 슬픈 현실이다. 저 같은 독립단체가 극장에 들어가려면 최소 2000만 원은 필요하지만 지원 규모는 부족하다. 결국 올해도 극장으로 가지 않고 갤러리 등 대안공간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춤, 여전히 대안을 찾는 중

   
허경미무용단-무무(舞無)가 지난해 6월 부산 수영구 광안리 거리에서 부산국제거리공연 초청작으로 ‘진화’를 선보이고 있다. 무무 제공
거리춤은 대안으로 찾는 주요한 방향이다. 하지만 유일한 방향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기존과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의 대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부산 춤판은 더욱 소외되고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무용계 내 개혁을 바라는 이들이 모인 무용희망연대 오롯은 지난 4월 ‘부산 무용계의 문제점’이란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당시 토론 참석자 중 부산에서 출발해 서울로 활동 무대를 넓힌 트러스트무용단 출신 댄스씨어터 틱의 김윤규 예술감독도 있었다. 김 감독은 “부산 무용계가 자생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 무용이 사라져버렸다. 부산 무용이 회생하려면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부산시 등 정책기관, 현장에서 활동하는 창작단체, 무용 이론가 등이 함께 지원의 방향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라대 이태상(창조공연예술학부) 교수도 “비참하고 비루한 이야기지만, 부산 무용계가 처한 상황은 전국에서 최하위인 것 같다. 춤꾼이 공연할 수 있는 무대가 없고 춤꾼이 부산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공연예술은 재원 확보가 안 되면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없다. 작품 하나 올리려면 무대 주변에 최소 20명 가까운 인원이 투입된다. 인건비, 대관료 등 공연 현실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 젊은 청년예술가가 부산에서 작업할 환경을 만들기 위해 청년 춤꾼의 실험공간인 극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대와 네트워크를 통해 희망을 찾는 몸짓도 있다. 지난 22일 부산 연제구 거제동 부산민예총 사무실에 ‘네트워킹 파티’라는 이름의 모임이 열렸다. 민예총 청년위원회, 부산문화예술교육연합회청년위원회, 루츠레코드, 버스트오케스트라 등에서 10여 명의 청년 예술가가 함께했다. 이들은 ‘한반도 평화기원 예술행동’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비롯해 부산 문화예술 콘텐츠 제작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이 자리를 만든 민예총 청년위 김평수 위원장은 거리의 춤꾼이다. 부산소녀상지킴이 예술시위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1년 넘게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열리는 예술행동과 민예총 거리예술제 등을 이끌고 있다. 김 위원장은 “관객이 찾아오지 않는 극장에서 기다리기보다 과감하게 관객 속으로 들어가 같이 호흡하면서 춤추는 것이 저에게 맞는 것 같다. 청년 예술가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콘텐츠가 다양해지고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고 미소지었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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